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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에 빠진 화학-Ⅴ
화학자가 바라본 심오한 소방의 세계
국립소방연구원 한동훈   |   2026.01.02 [10:00]

불은 무엇일까? 그 속에 무엇이 있을까? ②

흔히들 높은 온도의 불은 백색에 가깝고 낮은 온도의 불은 붉은색에 가깝다고 얘기한다. 온도에 따라 불꽃의 색이 다르다. 온도가 높으니 더 큰 에너지가 물질에 전달되고 물질 내에 있는 전자는 더 높은 에너지의 빛을 낼 수 있다.

 

만약 엄청난 에너지가 가해져 가시광선의 영역을 벗어나면 자외선과 X-선 등의 형태로 빛이 나올 수 있다. 에너지가 큰 빛이니 우리 몸에 손상을 가할 수 있는, 다시 말해 X-선처럼 우리 몸을 통과할 수 있는 위험한 빛이 된다.

 

▲ 분젠버너의 공기 흡입 밸브를 점점 더 열었을 때 변하는 불꽃의 모양과 색 출처 wikipedia flame, en.wikipedia.org/wiki/Flame

 

네 가지 불꽃을 보이는 그림은 분젠버너다. 메테인과 프로테인, 부테인 등의 가스를 연소시키는 장치에서 다양한 불꽃을 만들 수 있다. 가스와 공기(산소)의 양을 조절할 수 있어 연소 효율에 따라 다른 불꽃을 생성해 낸다.

 

공기 조절 밸브를 닫으면 1번과 같이 흔들리는 촛불 형태, 즉 연료가 공기와 전혀 혼합되지 않은 상태로 배출돼 산소를 찾으려고 흔들거리는 것처럼 효율이 다소 낮은 상태의 불꽃이 된다. 이때 불은 빨강과 주황, 노랑 등의 색을 가진다. 

 

공기 밸브를 살짝 더 열면 그나마 산소가 공급된다. 불꽃의 색깔이 균일해지고 전체적으로 주황색을 나타낸다. 아래쪽은 더 밝은색을 갖는 걸 알 수 있다.

 

공기 밸브를 반쯤 열면 위쪽은 보라색, 아래쪽은 밝은 파란색을 띤다. 완전히 개방하면 균질한 파란색 불꽃을 관찰할 수 있다. 이 분젠버너를 보면 동일 물질에 대한 열효율이 달라져 온도가 다르면 다른 색을 낼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온도가 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도 깨달을 수 있다.

 

▲ 불꽃의 색이 보이지 않는 수소 불꽃과 색을 나타내는 프로페인 불꽃 출처 Ultraviolet and visible spectral imaging of hydrogen flames using an organic photoconductive film CMOS imager,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Image Sensor Workshop, 2017, T. Okino 연구진

 

산업현장에서는 수소의 연소를 이용해 높은 온도로 작업할 때가 있다. 이때 작업자들은 “불꽃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수소는 산소의 농도가 낮아도 잘 연소하기 때문에 효율이 높아 2천℃ 이상의 온도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수소 불꽃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온도가 높아 가시광선의 영역을 벗어나는 빛, 즉 자외선 너머의 빛만을 방출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불도 있으니 공장 등 화재현장에서 조심해야 한다.

 

그럼 온도만이 불꽃의 색을 결정할까?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불꽃놀이의 불은 그 색이 온도와 일치할까? 의구심이 든다.

 

고등학교 과학에서는 연소할 때 금속의 종류에 따라 색이 달라서 불꽃의 색으로 금속을 구별하는 내용이 나온다.

 

▲ (왼쪽부터) 소듐, 구리, 칼슘 금속 용액의 불꽃 색깔. 온도와 상관없이 물질의 특성에 따라 불꽃의 색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소듐(나트륨)은 연소시키면 노란색 불꽃이 생긴다. 구리는 초록색, 칼슘은 주황색을 띤다. 이런 현상을 보면 물질 자체의 특성으로 불꽃의 색을 결정짓는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불꽃의 색은 온도와 연관이 있고 타는 물질이 무엇인가에 따라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 촛불의 불꽃  © 소방방재신문

▲ 무중력 상태의 불꽃 출처 images.nasa.gov

 

왼쪽 하단과 위쪽 사진의 불빛을 보라. 하나는 우리가 흔히 보는 촛불이고 다른 하나는 불이지만 다소 이상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동그란 불을 보고 ‘유레카!’까진 아니지만 살짝 감동 받았다. 

 

화학을 하다 보면 보이지 않는 현상을 머릿속으로만 이해했다가 직접 눈으로 보게 되면 아주 신이 난다. 저 동그란 이상한 불이 감동을 줬다. 이 불꽃은 무중력(Zero-G) 상태에 나타난다. 중간은 검은색 산소와 미리 혼합된 연료가스가 나오는 곳이 아닐까 싶다.

 

뜨거운 건 밀도가 낮고 가벼워 위로 가고 차가운 건 밀도가 높고 무거워 아래로 가므로 촛불의 불꽃이 우뚝 선다. 그러나 무중력 상태의 불꽃에는 그 논리가 맞지 않는다. 밀도에 따른 이동은 중력이 있는 곳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력이 없어 불꽃 내 분자는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우주에서의 불꽃은 둥근 구가 된다. 불 속의 모든 물질, 즉 분자들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밀도차에 의해 위로 가야 했지만 중력이 없으니 그럴 필요가 없다.

 

확률적으로 빛을 내는 분자들은 동일하게 모든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구의 형태가 된다. 아마도 심지를 조금 높였다면 완벽한 구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중력이 없는 곳에서 물질은 밀도차가 아니라 농도차에 의해 이동하게 된다.

 

그런데 세상을 살다 보면 항상 불꽃이 존재하는 불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가장 흥미로운 예는 담배다. 불을 붙여 불을 내는데 이상하게 불꽃은 보이지 않고 산소를 가하면 더 붉어졌다가 연기만 난다. 이처럼 화염이 없는 연소도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고체 표면에서 일어나는 연소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산소가 많이 없어도 발생한다. 그러니 온도도 일반적인 불꽃보다 크게 높지 않다.

 

보통 연소에서 산소가 충분히 존재할 땐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하지만 이 경우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니 우릴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일산화탄소(CO)를 많이 발생시킨다.

 

이 연소반응에서 공기는 상부의 탄화층을 통해 들어오고 그 아래에 타지 않은 고체 연료 표면으로 서서히 타들어 간다. 일반적으로 고체는 액체, 기체만큼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기에 액체와 기체보다 산소를 만나기 어렵다.

 

고체가 연소할 때 열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면서 기체가 되고 바깥쪽에 존재하는 신선한 공기를 만난다면 일반적인 불꽃이 될 수 있다.

 

화염 없는 연소반응의 속도는 아주 느리다. 목질 섬유판의 연소 속도는 대략 0.8~8㎜/min으로 알려져 있다.1) 이 경우 연소는 의존한 산소 농도를 증가시키면서 연소 속도도 증가한다.

 

산소의 공급속도를 더 증가시키면 불꽃을 내는 연소 과정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우리 일상에서 장작이 불꽃 없이 탈 때 부채질을 하면 불꽃이 살아나는 현상과 같다.

 

▲ 화염 없는 연소 과정의 예. 담배와 석탄 조각 연소 모습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중 인간만이 불을 사용할 줄 안다. 불은 우리 저녁을 밝히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낸다. 따뜻한 공간도 제공한다. 

 

소방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이해하고 싶던 건 불이다. 불이란 과연 뭘까? 화염이 없는 불도 있고, 화염이 있는데 보이지 않는 불도 있고, 오색찬란한 예쁜 불도 있고, 마음을 담는 촛불도 있다. 

 

한동안 불꽃을 열심히 째려보며 생각을 거듭했다. 여러 자료도 찾아봤다. 결국 물질에서 불이 나는 원리나 불이 빛을 내는 원리는 다 똑같다. 

 

불꽃 속에는 가연물, 산소와의 반응으로 쪼개진 분자가 있다. 그 분자 속에 전자는 열을 받아 들뜬다. 이 들뜬 전자가 다시 원래 상태로 내려오면서 빛을 낸다. 때로는 가연물 특성에 따라, 전달되는 에너지의 크기에 따라 에너지 크기에 맞는 빛을 낸다. 이게 우리가 보는 불빛이다. 

 

이 글을 읽은 후엔 캠핑장에 가서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는 불꽃만 보지 말고

 

‘불꽃 속 분자의 밀도가 낮아져 불꽃이 하늘로 뻗어 있고

불꽃 속에서 찬란한 빛을 내는 분자들이 있구나!’

 

라고 한 번쯤 생각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1) 화재공학원론 제2판 CRC Press, 구미서관, 59-62p

 

 

국립소방연구원 한동훈 hdongh1@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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