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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RY] ‘야무진 고양이는 오늘도 우울’
따뜻한 내용에 깃든 차가운 진실
충북 단양소방서 김선원   |   2026.01.02 [10:00]

 

2025년은 ‘야무진 고양이는 오늘도 우울’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우연히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접한 후 매력에 빠져 모두 보고 싶은 마음에 넷플릭스에 가입해버렸습니다.

 

13편의 영상을 몇 번이고 시청한 뒤 단행본 책을 읽고 또 읽었죠. 올 한 해는 ‘야무진 고양이는 오늘도 우울’이라는 작품에 빠져 산 한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만화입니다.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죠. 주인공은 27세 여성 회사원입니다. 그는 어딘가 의기소침해 있고 주눅 든 채로 혼자 살아가다가 우연히 공원에서 얼어 죽기 직전의 검은 고양이를 만납니다.

 

주인공은 고양이를 구조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갑니다. 하지만 그 집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제대로 식사도 못 하면서 살았죠. 고양이는 자신의 생명을 구한 주인공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사람만큼 커지고 두 발로 걸으며 주인공의 의식주를 책임집니다.

 

책은 고양이가 주인공의 보호자가 돼 주인공을 지키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주목할 건 주인공이 전혀 집안일을 하지 못하고 어딘가 빈틈이 많은 사람으로 설정됐다는 사실입니다. 그 부분을 고양이가 채워주면서 주인공이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이 모습은 고양이 없이 혼자 살 때 의기소침하고 주눅 든 채 살아가는 모습과는 대조적입니다. 그게 이 만화가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주요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인공은 고양이의 보살핌을 받으며 사회에서 인정받고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주인공이 매우 유능하고 다재다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자신을 지켜주는 고양이에게 응석을 부리고 부족한 모습을 보입니다. 여기에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습니다. 우리에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점점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현대사회는 완벽해야 합니다. 인간을 숫자로 평가합니다. 우린 직장과 사회에서 끊임없이 평가받고 비교당하며 살아갑니다. 더 큰 비극은 가정과 가족 사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경제적인 상황이 가정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곤 하지만 현실은 돈이 있으면 행복으로 가는 쉬운 길이 열립니다.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겁니다. 돈으로 많은 걸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 풍요의 시대를 맞아 누구나 자신의 삶을 쉽게 타인에게 내보일 수 있는 SNS의 등장은 사람들이 가정에서마저 긴장하며 살게 했습니다.

 

게다가 개인화가 촉진되면서 이제 사람들은 의지하거나 기댈 수 있는 타인이 없어졌습니다. 힘들어도 그걸 보일 사람이 없고 지쳐도 잠시 쉴 수 있는 환경이 없습니다. 

 

결혼했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육아는 온전히 부부의 몫입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고 사회는 부부를 배려하지 않습니다. 사회생활은 그대로 지속됩니다.

 

육아와 사회생활의 병행이 이어지면서 부부는 화합보다는 갈등이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직업은 가정 안으로 침투하기 시작했고 사회는 가족 사이마저 등 돌리고 계산하게 만들었습니다. 

 

방어기제 중에는 ‘퇴행’이 있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나 불안, 갈등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 상황을 피하려고 과거의 안전하고 편안했던 단계의 행동으로 후퇴하는 무의식적 심리 기제를 뜻합니다.

 

어감이 좋지 않지만 사실 인간에게 퇴행은 매우 필요한 행동입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고등학생이 부모님 앞에서 투정을 부리고, 취업 준비로 힘든 대학생이 친구들과 뒹굴며 온종일 놀고, 직장생활로 지친 직장인이 주말에 연인의 품에 안겨 한없이 직장생활을 이야기하며 투덜대는 등 우린 언제나 퇴행을 경험하고 또 퇴행 행동을 하며 살아갑니다. 

 

문제는 점차 퇴행할 기회도, 대상도 적어진다는 점입니다. 직장생활로 지친 부모님은 자식의 퇴행을 지켜봐 줄 여유가 없습니다. 경제적인 여유와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연인들은 상대의 퇴행을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경쟁으로 채워진 사회에서 내가 퇴행한다는 건 곧 약점을 보인다는 의미이기에 퇴행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이 책은 갑자기 인간의 지능을 갖고 인간처럼 커진 고양이가 주인공을 지킨다는 힐링물 같지만 사실은 가족이란 울타리와 따뜻한 인간관계가 사라진 현대사회를 설명하는 가슴 시린 리얼리즘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강아지는 자신을 좋아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약한 부위인 배를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고양이는 자신이 신뢰하는 상대에게 자신이 지키지 못하는 엉덩이를 보이며 그 신뢰감을 표현합니다.

 

소방관이라면 매일 하는 경례도 사실은 갑옷의 투구 플레이트를 올려 가장 위험한 얼굴을 내보임으로써 상대를 믿고 신뢰한다는 행동에서 나왔습니다. 우린 언제부턴가 속마음과 약점을 숨기고 주변 사람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야무진 고양이는 오늘도 우울’은 갑옷을 벗어 던지고 내 가장 약한 얼굴을 기꺼이 내보여 줄 사람이 있는지 우리에게 묻는 차가운 질문입니다.

 

충북 단양소방서_ 김선원 : jamejam@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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