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응급실 뺑뺑이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법안처럼 병원 간 핫라인 설치와 실시간 수용 능력 공개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응급환자를 마주하는 최전선의 의료진과 119구급대원 모두 고개를 젓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응급실 뺑뺑이의 책임은 정부에 있는데 의료진에게 책임을 지우는 개정안은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장 구급대원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누굴 위한 정책이냐”는 현장의 목소리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오랫동안 경험한 실무자의 절규에 가깝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엔 정작 현장에서 요구해온 ‘응급의료체계 실제 개선’ 조치들이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구급활동을 수행하는 소방현장에선 지난 7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광주 서구을)이 대표 발의한 ‘119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이하 119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 법안에는 구급대가 먼저 환자 수용 병원을 결정하고 의료기관은 이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마디로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병원 간 떠넘기기 구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응급실 뺑뺑이’를 막는 핵심은 결국 신속한 의사결정권과 책임 체계라는 의미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흐름 속에서 지난 11월 4일 김윤 의원이 발의한 추가 개정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여기엔 기존의 “병원 수용 능력을 구급대원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조항을 아예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119법’ 개정안과 유사하게 병원 확인 과정을 구급대에 떠넘기지 않겠다는 점에서 맥을 함께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 뺑뺑이를 응급실 던지기로 해결하려는 무지하고 무책임한 시도”라며 다시 한번 강하게 반발했다.
결과적으로 의료진과 119구급대라는 두 축이 서로 다른 이유로 반대하는 기형적인 상황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법이 바뀌거나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져도 정작 현장 속 악순환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응급실 뺑뺑이가 사라진 인천광역시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천은 ‘응급환자 이송ㆍ수용 지침’을 지역 실정에 맞게 자체 제정하고 소방과 모든 응급의료기관이 함께 ‘책임응급의료체계 구축 협약’을 맺었다.
여기에 도서 지역 특성에 대응하기 위해 군부대까지 참여시키며 응급의료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사례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법보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겠다는 공동의 목표로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면서도 협조와 책임을 확립했다는 사실이다.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대나 병원이 아닌 ‘우리’라는 원칙에 따라 서로가 떠안을 수 있는 불편까지도 감수했다는 점에서 가히 존중받을 만하다.
결국 사람의 목숨을 살려야 할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협력과 공감을 얻었을 때 비로소 응급실 뺑뺑이가 멈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응급 현장은 단 한 번의 선택이 생명을 결정한다. 이런 곳에서 서로의 이해득실과 행정 절차를 따진다면 응급실 뺑뺑이는 앞으로도 결코 사라질 수 없다. 법은 도구일 뿐이고 생명을 살리는 건 결국 사람과 체계다.
응급환자는 정치도, 이해관계도 모른다. 단지 살아야 한다. 그 단순한 사실을 잊는다면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는 앞으로도 같은 자리에서 맴돌게 될 것이 자명하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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