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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주년 소방의 날 특집] 과연 국가는 소방공무원 희생에 제대로 책임지고 있나 시행 3년 차 맞은 ‘공상추정제도’ 현주소 짚어보기
일정 경력 이상 소방관, 특정 질병 걸리면 공상 재해로 추정
근골격계(어깨), 심ㆍ뇌혈관, 암(6종), 정신질환 등으로 규정
일선 대원 “질병은 물론 직렬 등 공상 인정 기준 확대해야”
소방청 “인사혁신처와 지속 협의해 제도 개선 앞장서겠다”
박준호 기자   |   2025.11.03 [10:00]

2022년 10월 29일. 전 세계적인 축제인 핼러윈 기간 서울 한복판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10시 15분께 이태원동에 모인 10만여 명의 인파 중 일부가 폭 3.2, 길이 40m가량의 경사진 골목길에 한꺼번에 몰렸다. 상황 파악이 안 된 시민이 계속 밀고 들어와 오도 가도 못 하면서 뒤엉키기 시작했다.

 

소방은 사고 수습을 위해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인천과 경기는 물론 강원, 충북, 충남 소속 소방대원이 현장으로 급파됐다. 이 사고로 총 159명이 사망하고 195명이 다쳤다. 마치 영화와 같은 너무나도 참혹한 현장이었기에 사고 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는 대원이 적지 않았다.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흘렀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일부 대원은 여전히 그때의 기억과 싸우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7월과 8월 이태원 현장 출동 대원 두 명이 연이어 세상을 떠났다. 그중 한 명은 공무상 요양 승인을 신청했지만 불승인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 이태원 참사 현장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전 국회의원은 지난 2020년 11월 9일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화재와 구조, 구급 등 현장에서 일정 기간 이상 복무한 소방관이 특정 질병에 걸리면 공무상 재해로 추정하는 공무상 재해의 인정 특례, 이른바 ‘공상추정제도’가 골자다.

 

이 개정안은 2022년 5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20대 국회에서 표창원 전 국회의원이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한 지 5년 만이다.

 

▲ 공무원 재해보상법 통과

 

소방은 이 법이 통과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간 다친 당사자나 숨진 소방관 유족이 공무와 재해ㆍ순직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만 했던 기존 시스템에서 탈피해 큰 변화가 올 거란 기대감 때문이다.

 

3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과연 현장에서 다치거나 숨진 소방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의 공무상 요양 승인은 왜 기각된 걸까.

 

63주년 소방의 날 특집은 이 의문에서 시작했다. <119플러스>가 공상추정제도의 현 상황과 개선 방향에 대해 들여다봤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역사와 함께… ‘공무원 재해보상제도’

공무원 재해보상제도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1949년 8월 12일 ‘국가공무원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됐다. 대한민국 정부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공무원이 공무 수행 중 사망하거나 다쳤을 때 나라에서 보상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일 터.

 

정부는 1960년 ‘공무원연금법’에 장해연금, 유족부조금, 유족일시금 등 5종 장기급여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공무원 재해보상은 ‘공무원연금법’에서 분리돼 2018년 새롭게 만들어진 ‘공무원 재해보상법’으로 이관됐다.

 

‘공무원 재해보상법’은 공무원의 부상 예방과 재해 시 신속하고 적절한 보상, 재활, 직무 복귀까지 국가의 실질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제정됐다. 공무원이 안심하고 직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적 의지를 반영했다.

 

일반직 공무원뿐 아니라 시간선택제 공무원도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했고 화재진압 등으로 한정한 위험직무순직 인정 범위를 생활 안전활동 등으로 확대했다. 재활운동비와 심리상담비 급여를 신설하고 개인이 직접 공무원연금공단에 재해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그럼 어떤 경우에 보상을 받을까. 일단 공무 중임이 명백해야 한다. 화재현장에서 화상을 입거나 깨진 유리에 베이면 당연히 인정된다. 구조현장에서 뛰어내리다가 무릎을 심하게 다쳤을 때도 재해보상으로 처리된다. 

 

통상적인 경로로 출ㆍ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도 공무 수행 중으로 간주해 공상 승인된다. 요양급여는 ‘공무원 재해보상법 시행령’에서 산정한 비용을 지급한다.

 

크게 다쳐 수술을 받거나 입원하는 경우엔 어떻게 될까. 근무하기 힘든 상태라면 소속기관 인사부서에서 의학적 소견(진단서 등)을 참고해 심의 후 승인한 만큼 휴직할 수 있다. 수술비와 입원비 등은 국가가 부담한다. 

 

이때 초과근무수당을 제외한 기본급에 더해 공무상 요양으로 미출근 기간에 따라 특별위로금이 차등 지급된다. 공무상 휴직은 의학적 소견에 따라 최대 8년까지 할 수 있다.

 

개인이 입증 안 해도 특정 질병은 ‘공무상재해로 추정’

2023년 6월 11일 본격 시행된 공상추정제도는 화재, 구조, 구급 등 재난현장에서 상당 기간 활동한 소방관이 ‘공무상 질병 판정 기준(인사혁신처 예규)’에서 정하는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가 발생하면 공무상 재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는 시스템이다.

 

이전에도 공무 수행 중 유해물질 노출 등의 요인이나 신체ㆍ정신적 부담을 주는 업무로 질병이 발생하면 공무상 재해로 판단됐다. 그러나 공무상 재해 인정 질병의 종류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소방활동과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현재는 소방관의 출동 이력 등이 모두 시스템으로 전산 관리된다. 하지만 과거에는 개인이 수기로 적어 기록을 빠뜨리거나 해당 자료가 유실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났다. 또 소방관이 사망하면 유족이 나서지만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어려움이 뒤따랐다.

 

혈관육종암을 앓다 7개월 만에 순직한 고 김범석 소방관은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받기까지 5년이나 걸렸다. 같은 질환 판정을 받은 김영국 소방관은 발병 3년 만에야 공상승인을 받았다.

 

▲ 고 김범석 소방관

 

▲ 김영국 소방관

 

누가, 어떤 질병에 걸렸을 때 공무상재해로 추정하나

‘공무원 재해보상법 시행령’에선 공상추정제도 인정 질병을 크게 근골격계, 심ㆍ뇌혈관, 직업성 암, 정신질환, 그 밖에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 심의를 거쳐 인사혁신처장이 정해 고시하는 질병 등으로 규정한다. 

 

다만 모든 소방관에게 일괄 적용되진 않는다. 일정한 근무경력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질환군 안에서도 세부적으로 제한되는 등 모든 질환에 대해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근골격계는 화재진압, 구조, 구급 업무를 10년 이상 수행한 소방관 중 회전근개(어깨)가 완전히 파열됐을 때만 인정된다.

 

심ㆍ뇌혈관은 발병 전 12주 동안 교대 근무를 하고 1주 평균 근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한 소방관 중 ▲지주막하출혈 ▲뇌내출혈 ▲기타 비외상성 두개내출혈 ▲뇌경색증 ▲급성 심근경색으로 진단받으면 대상이 된다.

 

직업성 암은 화재진압과 구조대원 경력이 5년 이상인 소방관 중 중피종,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다발성골수종이 확인됐거나 10년 이상 근무자가 방광암, 폐암에 걸리면 자동 공상으로 본다. 단 중피종을 진단받았으나 근무경력이 5년 미만일 경우 석면 관련 흉막판이나 석면폐증이 있으면 공무상 질병으로 추정한다.

 

정신질환은 상당한 외상 사건을 경험한 화재ㆍ구조ㆍ구급대원이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전문가 또는 1급 이상의 임상심리사가 수행한 종합심리검사에 부합하는 경우 인정받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이태원 참사 출동 대원의 경우 심의 당시 사건 발생 후 2년 이상 지나 초진을 받았고 개인적 사유가 우세하게 나타나 PTSD가 야기됐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었다. 이에 따라 공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 판단이다.

 

이 외의 질병은 공무원연금공단 소속 임직원, 판ㆍ검사 또는 변호사, 의료인 등 11~15명으로 구성된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가 논의와 의결을 거쳐 결정한다.

 

다른 질병으로도 아픈 소방관 많은데… 소방관들

“인정 질병 등 기준 확대해야”

수십 년간 국민을 지키기 위해 밤낮 구분 없이 헌신한 소방관들. 그들이 싸우는 병마는 이 질병뿐일까. 그렇지 않다.

 

고 김윤구 소방관은 혈관육종암으로 세상을 등졌고 고 정희국 소방관은 구조현장에서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한 여성 구급대원은 난소암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 고 김윤구 소방관

 

▲ 고 정희국 소방관

 

소방청은 인사혁신처와 공상추정제도 인정 질병 확대를 위해 논의 중이다. 도입 당시 과학적 근거 부족으로 반영되지 못한 대장암, 전립선암 등을 추가한다는 구상이다. 또 허리, 손, 무릎, 팔꿈치 등 소방대원이 많이 호소하는 근골격계질환 종류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15년 경력의 구급대원인 A 소방관은 “환자 이송과정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기에 허리통증을 달고 산다”며 “주변에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구급대원이 너무나 많은데 허리가 빠진 건 이해가 안 된다. 꼭 포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B 소방관은 “소방활동하다 병에 걸려 아프신 분은 물론 그만두신 선배를 많이 봤다”면서 “근무여건은 좋아졌지만 재난현장은 더욱 가혹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국민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선배처럼 갑자기 아프진 않을까 걱정되곤 한다”며 “병에 걸렸을 때 국가에서 책임지고 치료해 줄 뿐 아니라 무사히 복귀하게끔 도와준다면 마음 놓고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일선 대원 사이에선 질병의 범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C 소방관은 “고 김범석, 김윤구 소방관 등이 혈관육종암으로 사망했고 김영국 소방관은 몇 년째 같은 병으로 투병 중인데 아직 공상추정제도에 혈관육종암이 포함되지 않은 게 말이 되는가”라며 “외국은 피부암, 신장암, 유방암 등 훨씬 많은 질병을 인정해준다. 우리나라도 인정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렬과 출동 건수 등 기준 대상 확대의 필요성 또한 일선 소방관들의 관심사다. D 소방관은 “직업성 암의 경우 현재 화재ㆍ구조대원만 대상”이라며 “대형화재 현장엔 구급대원도 출동하는데 이들은 일반 마스크를 착용한 채 활동한다. 유해물질이 가득한 연기가 수백m까지 번지는 만큼 구급대원은 물론 화재조사관도 직업성 암 인정 직렬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 소방관은 “암에 걸린 후배가 근무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불승인 통보를 받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 “근무지마다 출동 건수가 다른데 단순 근무연수만 볼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이 출동했는지 등을 고려해 인정하는 합리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공상추정ㆍ승인, 빠르고 확실하게” 소방청 재해보상ㆍ보훈전담 인력

예전에는 공상과 관련한 신청 업무는 소속 소방서에서 진행했다. 본인이나 유족이 소방서에 신청하면 본부를 거쳐 인사혁신처 소속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 서류가 접수됐다.

 

그런데 공상 신청이 굉장히 빈번한 일은 아니기에 이 업무만 전담하는 직원이 배치된 소방서는 드물었다. 대부분 다른 보직 담당자가 관련 업무를 겸직했다. 그러면서 전문지식 미흡이나 자료 부족 등으로 심의가 지연되는 일이 생기곤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소방청은 2022년 11월 3일 재해보상ㆍ보훈 전담 인력을 배치했다. 중앙으로 창구를 일원화함으로써 심의 기간을 단축하고 전담 인력이 공상추정 입증지원을 수행토록 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조치에 공상승인 건수는 눈에 띄게 늘었다. 2019년 815건에서 2023년 1318, 지난해는 1429건이 인정됐다. 57%나 증가한 셈이다.

 

재해보상ㆍ보훈 인력이 공상승인 인정을 위한 업무만 하는 건 아니다. 불승인으로 소송이 제기되면 법률지원에 나선다. 올 2월엔 공상 인정 기준과 신청ㆍ처리 절차를 알기 쉽게 정리한 ‘한 권으로 끝내는! 소방공무원 재해보상 지원 제도 안내’ 책자를 발간해 전국 소방관서에 배포하는 등 소방관들의 복지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골절이나 화상 등 단순 부상은 신청을 많이 하지만 정신적 문제와 관련해선 여전히 마음을 다 열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를 믿고 문을 많이 두드려주면 좋겠다. 몸과 마음이 힘든 대원이 정당하게 공상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고 전했다.

 

이어 “소방관은 위험직무에 종사하기 때문에 부상은 필연적이다”며 “스스로 최대한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예방해야겠지만 재해가 발생한다면 정당하게 보상받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최상의 복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혁신처와 잘 협의해 인정 기준 확대에 더욱 힘쓰겠다”며 “자랑스러운 소방대원들이 일하다 얻은 상처는 반드시 국가에서 해결해 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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