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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 이웃 나라 일본 소방 탐험기
서울소방학교 김정현   |   2025.11.03 [10:00]

 

7월 7일 바다를 건너 도쿄로 향했다. 외국의 소방기관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설레지 않을 소방관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보다 설레게(?) 한 건 다른 것이었다. 바로 일본 대지진설.

 

7월 4일에 발생한다고 했다가 7월 중 무조건 발생한다는 둥 수많은 추측 가운데 만약 대지진을 만나면 어떻게 대피하고 사람을 구해야 할지에 대해 머릿속 계획은 완벽했다. 

 

살아 돌아와야만 했다. 관심이 있어서 도쿄로 향했지만 어쨌든 내 돈과 연가는 소중하니까…. 이렇듯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출발한 도쿄. 도착해보니 지진보다 무서운 건 일본의 더위였다. 

 

습함과 무더위를 뚫고 처음 방문한 곳은 도쿄소방학교. 아무래도 소방학교에서 근무 중이기에 가장 관심이 가는 곳이었다. 역시 어느 나라를 가도 소방학교의 열정은 더위보다 뜨겁달까? 훈련의 열기가 정말 대단했다. 

 

약 5개 조로 나눠 사다리 구조ㆍ설치, 개인보호장비 착용, 관창 조작ㆍ주수, 동력 장비 등의 교육을 진행 중이었다. 교육과정 하나하나가 전부 인상 깊었지만 그중 특별했던 점 몇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신속하게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한 후 차량에 탑승하는 교육이었는데 교관의 지시에 교육생들은 방화복을 입지 않고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과 볼펜을 꺼내더니 무언가를 메모했다. 이후 장비를 착용하고 차량에 탑승하면 실습은 종료됐다.

 

무엇을 메모하는지 물어봤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지령 또는 무전을 듣고 어떠한 상황인지(예를 들면 불꽃, 연기, 탄내의 유무, 구조대상자가 있는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지, 몇 층인지 등)를 적고 서로 적은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 도쿄소방학교 훈련 모습. 글에는 전부 담지 못했지만 훈련 간에 안전사고를 철저히 대비하고 습관을 들이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훈련 교관 중 몇 분이 꽤 엄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소방관으로 퇴직하신 선배님들이었다. 퇴직한 분들이면 연세도 꽤 있으실 텐데 교육생들과 동일한 복장을 착용하고 교육하시는 열정적인 모습에 반해버렸다. 도쿄는 6개월 교육 후 실무 6개월 과정까지 거쳐야 발령되는 시스템이다.

 

▲ 도쿄소방학교 훈련 모습. 글에는 전부 담지 못했지만 훈련 간에 안전사고를 철저히 대비하고 습관을 들이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훈련 교관 중 몇 분이 꽤 엄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소방관으로 퇴직하신 선배님들이었다. 퇴직한 분들이면 연세도 꽤 있으실 텐데 교육생들과 동일한 복장을 착용하고 교육하시는 열정적인 모습에 반해버렸다. 도쿄는 6개월 교육 후 실무 6개월 과정까지 거쳐야 발령되는 시스템이다.

 

이게 꽤 인상 깊었다. 신임교육생이나 팀에서 막내더라도 지령이나 무전 등을 통해 현장 상황을 그려보고 서로 파악한 걸 공유하면서 현장에 도착하면 어떻게 활동할 건지 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판단은 대장님이나 선배님들의 몫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함께 행동하는 한 명의 팀원으로서 갖춰야 할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도쿄소방학교에도 비슷한 생각에서 그런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동력절단기 실습이었다. 동력절단기 시동 전 앞뒤, 좌우 전부를 살피며 현장 안전을 확인한다. 간단한 동력절단기 실습이지만 충수된 관창이 배치돼 있고 다른 교육생들이 그 관창을 실습 간 계속 파지했다. 동력절단기로 절단물을 절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에 대비하는 것이다. 

 

물론 그 가능성은 현저히 낮지만 매우 인상 깊은 준비였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조직에서 안전사고에 관해 과하게 준비한들 누가 뭐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간 교육생들을 교육하면서 ‘괜찮겠지, 별일 없겠지’라며 안일하게 생각해 온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놀랐던 점은 교육생들을 훈련시키는 교관님들 이다. 생각보다 엄하게 교육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퇴직하신 선배님들이라고 했다. 전부는 아니지만 정규 교관 외에 퇴직하신 분들을 위한 교관 자리가 있는 구조였다. 

 

퇴직 후에도 후배들과 같은 장비를 착용하고 교육하시는 모습은 열정 그 자체였다. 나도 저런 모습으로 퇴직할 수 있을지…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서울소방학교처럼 도쿄소방학교에도 지하철 훈련장이 있어 잠시 들러보고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 지하철 훈련장 모습. 도쿄소방학교 지하에도 서울소방학교와 비슷하게 지하철 훈련장이 있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즈음 발생한 서울 5호선 방화사건 영상을 보여주며 얘기를 시작했다. 최근 도쿄에서 지하철 화재는 없었지만 예전 사린 테러 사건의 충격은 여전하다고 한다. 지하철 훈련장과 연결된 농연 탈출 훈련장도 꽤 잘 만들어져있었다. 소방관들을 위한 훈련도 좋겠지만 지하철에서 나온 후 적당히 연기를 만들어놓은 농연 탈출 훈련장을 지나 출구를 찾아 나오는 시나리오로 시민 대상 교육을 진행하면 효과가 좋을 것 같았다.

 

▲ 지하철 훈련장 모습. 도쿄소방학교 지하에도 서울소방학교와 비슷하게 지하철 훈련장이 있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즈음 발생한 서울 5호선 방화사건 영상을 보여주며 얘기를 시작했다. 최근 도쿄에서 지하철 화재는 없었지만 예전 사린 테러 사건의 충격은 여전하다고 한다. 지하철 훈련장과 연결된 농연 탈출 훈련장도 꽤 잘 만들어져있었다. 소방관들을 위한 훈련도 좋겠지만 지하철에서 나온 후 적당히 연기를 만들어놓은 농연 탈출 훈련장을 지나 출구를 찾아 나오는 시나리오로 시민 대상 교육을 진행하면 효과가 좋을 것 같았다.

 

방문한 시간대별로 글을 쓰고 싶었지만 가장 마지막에 방문한 실화재 훈련장 얘기를 먼저 해 보겠다. 사실 방문한 김에 훈련도 해 보고 싶었지만 이미 다른 훈련 일정이 잡혀있어 그럴 수 없었다. 

 

참관이 가능했던 훈련은 플래시 오버 셀이었다. 연기를 포집할 수 있는 집진 시설이 갖춰져 있고 외부에서 내부 온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가연물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목재를 사용했다(실화재 훈련이 아닌 다른 훈련에서 불꽃이 필요한 시설은 가스계로 돼 있었다). 

 

여기서 플래시 오버 셀 훈련은 기본적으로 화재 성상 관찰과 이해를 목표로 하고 크게 개구부 개방과 폐쇄에 따른 성상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훈련 시간도 15~20분 정도로 비슷했다. 

 

다만 도쿄의 실화재 훈련장은 학교에 있지 않고 따로 떨어져 다른 지역에 설치ㆍ운영됐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수준의 실화재 훈련만 진행해 그 이상의 훈련은 사설 기관 등을 통해 관심이 있는 대원들이 수료하는 형태였다.

 

이외에 셀 지붕 쪽에 설치된 집진 시설에서는 포집한 연기를 800℃ 정도에서 연소한 후 무해화 시켜 내보내고 있었다.

 

소방학교 방문보다도 도쿄 일정 중 가장 내 뒤통수를 때린 건 바로 도쿄의 실화재 훈련 시스템이다. 쉽게 설명하면 일정 계급 이하의 모든 소방대원은 실화재 훈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처럼 학교 소방훈련 교수가 진행하지 않는다. 

 

지휘관(우리나라 계급으로 비교하면 소방령 또는 소방경)이 일정을 세워 실화재 훈련장을 대여한 뒤 본인이 데리고 있는 출동 대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교육을 한다. 즉 지휘관이 맨 앞자리에서 본인 대원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그 정도 수준이 되기 위해 지휘관은 무조건 실화재 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단순한 실화재 과정이 아니고 현재 서울소방학교와 비교하자면 ‘실화재 전문강사 양성반’ 수준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은 1년에 2번 있고 12명씩 총 24명이 이수할 수 있다. 현장 경험이 약 20년 이상인 최고 책임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다른 대원들을 가르쳐야 하기에 시간을 꽉꽉 채워 힘들게 교육한다. 3년 단위로 보수교육도 받아야 한다. 

 

이 훈련은 화재를 이해하고 안전하게 현장 활동을 할 수 있는 소방관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

 

왈가왈부할 부분은 아니지만 지휘관이 직접 지도자 과정을 수료하고 대원들과 함께 훈련, 교육을 진행한다는 점이 어쩌면 우리나라 소방도 가야 할 길이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현장 책임자가 같이 훈련한다는 점에서 지휘관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고 한다. 

 

▲ 도쿄 실화재 훈련장 모습. 같은 팀끼리 와서 훈련하고 지휘관이 교육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우리가 방문한 곳 이외에 도쿄에는 총 다섯 곳(목재 사용)이 있다. 소방대학교라는 곳에도 실화재 훈련장이 있어 일본 전국 소방관이 와서 훈련할 수 있었다. 소방대학교는 소방학교와는 다른 시설이다.

 

▲ 도쿄 실화재 훈련장 모습. 같은 팀끼리 와서 훈련하고 지휘관이 교육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우리가 방문한 곳 이외에 도쿄에는 총 다섯 곳(목재 사용)이 있다. 소방대학교라는 곳에도 실화재 훈련장이 있어 일본 전국 소방관이 와서 훈련할 수 있었다. 소방대학교는 소방학교와는 다른 시설이다.

 

도쿄소방학교와 실화재 훈련장 이외에 방문한 곳은 도쿄의 방재센터다. 수보대를 방문했는데 서울 방재센터와 매우 유사했다. 우리가 방문한 곳 이외에 도쿄 내 다른 곳에도(타치카와) 수보대가 있었다. 

 

일반 시민이 신고하면 가까운 수보대로 연결되고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해 어느 한 수보대가 무너지거나 대응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2개소로 운영하고 있었다. 출동 건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인데 특히 여름, 겨울에 접수 건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약 12명 정도(부서장 2명 제외)가 근무했는데 응급 분만 대응이 가능한 조산사 1명도 있었다. 크게 구분하면 지령 접수, 재난 관리, 구급상황관리 세 파트로 나눠진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어떤 분이 다리에서 뛰어내려 신고 건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역시나 도쿄 아니 일본도 출동 건수에서 가장 많은 건 구급 출동이었다(서울소방 구급대분들 너무 고생 많으시고 존경합니다). 도쿄 또한 펌뷸런스 출동의 개념이 있어 구급차와 같이 펌프차도 비발하는 구조였다. 구급차 비착이 늦으면 펌프차 인원이 초기 대처를 하는 식이었다. 

 

지자체별로 다르긴 하지만 우체국 직원에게 소방 관련 교육을 해 정말 바쁠 땐 그들이 출동하는 시스템이 있어 흥미로웠다. ’24년 도쿄 기준으로 구급 출동은 약 93만 건인데 역시나 비응급 출동으로 정말 긴급할 때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이에 대처하려고 SNS 등을 통해 비응급 출동은 수보를 받지 않겠다고 홍보 등을 하고 있었다. 이바라키현의 경우 중상이 아니라 경미한 증상이면 7700엔, 우리나라 돈으로 약 7만3천원을 징수했다. 본인이 구급차가 필요한지 문의하고 싶을 때 전화할 수 있는 특정 번호도 있었다. 

 

물론 조직 입장에서 이러한 방법 등을 추진하는 것에 부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실제 현장을 뛰는 대원들이기에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수보대 방문을 마치며 들었던 얘기인데 일본 소방에는 간부후보생 제도가 없다. 현재 일본 소방청장도 소방사부터 시작하신 분이라고 한다. 수보대에서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는데 글을 쓰다 보니 아쉬움으로 남는다.

 

흔히 일본을 표현할 때 ‘멀고도 가까운 나라’라는 말을 자주 쓴다. 도쿄의 여러 소방기관을 방문해보니 소방관들의 마음만큼은 전혀 다른 점이 없었다(외국 소방기관을 많이 방문해 본 건 아니지만 그랬다). 

 

물론 제도적으로 다른 점은 많았지만 서로의 사정이 있지 않을까? 어떤 방식이 더 낫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분명 우리도 도쿄 소방에 배울 점이 있고 도쿄 소방도 우리 서울 소방에 배울 점이 있을 테니까.

 

뜨거운 날씨와 대지진설을 이겨내고 다녀온 도쿄는 대만족이었다. 돌아오니 업무에 치여 그때의 느낌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글을 쓰다 보니 그때 느꼈던 것들, 반성했던 것들, 반했던 것들, 다음 교육 땐 저건 적용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둘 다시 떠올랐다. 

 

한여름의 더위도 막을 수 없었던 도쿄 소방 탐험기! 이 소중한 경험이 나를 또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을 믿는다.

 

서울소방학교김정현 8biteuro@seoul.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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