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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시작해 2022년 말까지 내가 몸담았던 소담은 초심, 그리고 믿었던 신념대로 잘 운영됐다. 물론 소담센터를 떠난 2023년 이후로도 계속 발전을 거듭했다.
새로운 상담사들이 그곳의 일원으로 자리했고 ‘소방동료상담소’라는 이름으로 공간구성을 다시 했다. 다양한 가족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또 다른 모습과 방향으로 흘러갔다.
소담센터장 직무대행으로 소담을 운영하면서 상담소가 맞을지, 힐링센터가 맞을지 고민을 거듭했다.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과 더 나은 동료 상담을 추구하고자 아이디어를 짜내어 도입하고 수정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년엔 또 새로운 무엇을 해내야 할까’ 싶어 심적 부담이 커져만 갔다.
내가 하는 프로그램과 상담 방법들이 과연 효과가 있고 옳은 건지에 대한 의문도 들기 시작했다.
‘그간 만난 내담자들은 모두 만족했을까? 아니 조금이라도 도움은 됐을까?
소담센터는 동료들에게 어떤 곳일까?’
열심히 홍보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소담센터를 알지 못하고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소방관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얼마나 더 알리고 홍보해야 할까’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지치고 힘든 순간, 과거 내담자들의 문자나 연락에 미소 짓게 되곤 했다. 내가 노력하고 진심으로 마음을 쓴 결과가 내담자들 마음의 평화라고 생각하니 단 한 명을 위한 일이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방관 선배여서 상담받기 수월했다는 후배들이 있는 반면 소방관이지 전문상담사는 아닌 것 같다며 상담사로 인정하지 않는 분들도 있었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고 100%의 만족이 없는 걸 알기에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더 전문가가 되고, 더 이해하고, 더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소방관이라 불편하다는 인식을 바꿔보고자 소방관이라서 오히려 더 공감이 빠르고 조직 내 해결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하지만 내담자들은 상담사가 상담소를 떠나 다시 조직 안으로 돌아갔을 때 ‘내 비밀을 공개하면 어떡하지?’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것 같다. 당연한 걱정이다. 직업윤리를 어기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소방관으로 상담사를 채용하는 것보단 임기직이나 공무직으로 채용해 상담소에서만 계속 근무하도록 하는 게 비밀보장이나 업무 연속성 면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다.
소방관이 아닌 외부 상담사는 라포가 형성됐나 싶으면 계약이 종료되고 퇴사하거나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 상담 지속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소방관 신분 상담사의 경우 라포 형성과 지속성에는 우월함이 있으나 조직 내 비밀보장이란 부분과 계급의 차이가 단점으로 작용한다.
동료상담사는 승진 제도에 발목이 잡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담센터를 나가야 하는 순간이 온다. 일반 소방관과의 승진 경쟁에서 더 우월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렇듯 소방조직 내 상담사는 소방조직 생리를 잘 안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지만 이면에는 문제점도 있다.
또 자발적인 의지를 가진 내담자가 소수인 소방조직 내 상담소의 경우 힐링 프로그램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찾아오는 내담자만을 상담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그런데도 분명히 프로그램실과 상담실은 분리돼야 한다. 내담자 대부분은 조용하고 비밀이 보장된 공간에서 본인의 마음을 터놓고, 비우고, 치유 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조직상담이 활성화되려면 가족 상담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을 떼놓고 나를 말하기 어렵듯 모든 어려움이나 심리적 고통은 직장에 한정되거나 한가지 이유로 발생하지 않아서다. 가족과 직장을 같은 선상에 두고 함께 들여다볼 때 상담 효과는 증폭된다.
또 상담소는 소방서 소속도, 본부 소속도 아닌 외부 별도기관으로 독립해야 한다. 본부 소속이면 승진을 위한 자리가 돼 정작 상담업무를 할 수 있는 직원 영입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지휘관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변화하므로 상담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따라서 조직 내 상담소는 독립기관으로 분리되는 게 절실해 보인다.
젊은 직원들은 직장에 올인하기 보단 본인의 가정과 일 양립에 필요한 워라벨에 중점을 둔다. 그들은 필요하면 상담프로그램을 활용할 줄 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조직상담소에서는 의지가 없는 다양한 내담자를 발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사람의 기질과 성격에 따라 상담이 필요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상담이 필요해도 아예 엄두를 못 내는 계급과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내담자들을 조직 안에서 잘 찾아내 치유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조건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논리로 나약하면 비난받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앞으로 우리 조직은 다양한 기질과 성향의 소방관들이 서로 어우러져 건강하게 직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시적인 관심이나 붐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접근하지 말고 가장 먼저 소방관은 일반인보다 외상 후 스트레스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후 노출됐다가도 다시금 일상으로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상담체계를 강화하고 기존 상담소를 보완ㆍ수정해 안정ㆍ체계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때의 관심으로 불꽃처럼 피었다가 사그라드는 조직상담이 아니라 화재ㆍ구조ㆍ구급과 함께 가는 소방조직 안에 한 부분으로 제대로 자리 잡아가길 기대해 본다.
경기 파주소방서_ 이숙진 : emtpara@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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