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전체기사

NEWS

산업·기업

오피니언

사람&사람

119플러스

119NEWS

소방 채용

포토&영상

사건·사고

안전관리 일일 상황

광고
주식회사 성화플러스 배너광고
화이어캅스
광고
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Episode 20. X세대의 고민2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경기 파주소방서 이숙진   |   2025.03.05 [13:30]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입사한 대다수 70년대생 직원들은 퇴직을 10년 정도 남겨둔 중간 관리자가 됐다. 

 

그들은 1997년 국제 금융위기(IMF)를 겪으며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이 되지 않았고 소방에 입문한 후 추가 신규임용이 없어 3년 넘게 막내 일을 해야 했다. 또 입사했을 땐 근속제도가 없어 입사 후 교에서 장까지 8년이 걸렸다.

 

이제는 조직 내 근속제도가 생겨서 기본근무기간이 단축됐고 본인이 노력하면 10년 안에 소방위까지 승진도 가능해졌다. 이렇듯 수많은 조직 변화 속 과도기를 함께 했던 세대다.

 

과거 베이비붐 세대를 넘어 X세대라 불리던 이들이 소방조직에서 애쓰며 현재를 살아 내고 있다.

  

“막내일 때는 막내니까 혼자 다 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하며 참았어요.

그런데 막상 윗사람이 되고 나서 이젠 시절이 바뀌어 혜택이 하나도 없는 시기를 살고 있네요”

 

왜 억울하지 않을까. 한 반에 70명이 넘는 아이들과 초중고 시절을 보내고 사회에서도 치열한 경쟁에 시달렸던 세대를 나도 기억한다. 입사했을 때만 해도 ‘소방장’이 되는 게 꿈이었다. 소방장만 돼도 소방서 삶이 훨씬 여유롭고 좋아 보였다.

 

그러나 이젠 경을 달아도 전혀 녹록지 않다. 조직 변화의 속도는 느린 것 같으면서도 빠르다. 2000년대 초반에는 사무실 내에서 흡연할 수 있었으나 어느 순간 실내 흡연이 금지됐다. 일부 다방에서 커피를 시키고 대기실에서 화투 치던 모습도 싹 사라졌다. 

 

그 시대를 살았고 기억하는 세대들도 어느 날부터 바뀌어 가는 시대 흐름에 자연스럽게 적응했다. 지금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익숙하게 살아가고 있다. 누구를 원망할까. 그저 시절이 아쉬울 뿐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경만 달면 세상 편할 것 같았어. 이제 다 내려놓고 편하게 살아야지 했는데

소방서 퇴직하고 나갈 때까지 편하게는 못 살 것 같아”

 

막상 돼 봐야 아는 것들이 있다. 가져 보기 전에는 간절했던 것도 갖고 나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막상 혜택을 볼 수 있는 순간에는 제도가 바뀌거나 없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천편일률적이고 항상 같은 잣대로 뭔가가 결정된다면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겠지만 말 그대로 모든 상황과 조건들이 변화하고 있고 다양하기에 늘 같은 기준으로 결과를 도출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시대적인 흐름을 잘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자가 되는 건 아닐까. 

 

“이제 거의 다 왔는데,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6년이 돼서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떠나야 하는 순간이 왔어요. 승진하면서 시원하게 떠나고 싶었는데 지금 타서로 가면 내근 자리에 가기도 힘들 거예요. 다시 적응하고 다음 승진을 바라보기엔 희망이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근속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그래서 슬프지만 반면 그렇기에 변화도, 희망도 있다. 음지가 양지가 되고 양지가 음지가 된다는 이치와 같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와도 일맥상통한다. 내가 느끼기에 음지가 오래가고 양지는 잠시인 것 같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음지와 양지가 존재한다. 

 

세상 모든 게 영원하다고 생각해 보자.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은 영원히 그 위치를 유지하면서 우위에 서고 싶을 텐데 그 권력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음지와 양지는 바뀔 수 없다.

 

당장 내게 불리해 보여도 전화위복이라고 좋지 않을 줄만 알았던 일들이 오히려 나에게 큰 이익이 될 수도 있다.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말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님을 기억하면 좋겠다. 

 

당장 희망이 없고 어둠처럼 느껴지더라도 분명 희망은 찾아온다. 다만 우리가 그 빛을 보지 못할 뿐이다.

 

“일만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어요. 내 업무를 잘 처리하면 모두가 인정해 주고 모든 게 잘 될 줄 알았어요. 직장이니까 업무로만 평가받는다고 믿었죠. 남들 다 있다는 자격증에 도전했는데 아무리 해도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이젠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의지도 사라지고 그냥 조용히 있으면 근속이라도 해주려나 하며 다 포기한 상황이에요”

 

노력이 꼭 결과와 연결되는 건 아니다. 노력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노력했다고 생각하나 그건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었을 수도 있다. 

 

일을 잘한다는 평가는 스스로 하는 게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저 사람 일 잘 한다”고 말해줄 때 진정 인정받는 것이다. 

 

직장에서는 행정적인 업무 처리만 일이라고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 당장은 남들보다 느리고, 천천히 가고, 뒤처진 것 같겠지만 길고 멀게 보면 모든 사람은 다 죽는다.

 

먼저 죽고 나중에 죽고의 차이일 뿐, 우리에게 주어진 삶 중 조금 빠르고, 느리고, 더 갖고, 못 갖고의 차이지 결국 모두 두고 가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러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놓고 내가 뒤처졌다거나, 빠르다거나 논할 일이 아니다. 물론 남들보다 많이 갖고 빠르면 당장은 행복하다 느낄 수 있다. 물론 그런 부분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행정팀 인사담당자가 저보다 후배였어요. 본인 생각은 아니겠지만 휴직하고 복직하니 ‘인사에 불만이 있어서 휴직하신 거니 원치 않더라도 1년은 구급차를 타세요’라는 거예요. 육아 휴직을 낸 게 큰 잘못은 아닌데 행정팀 인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 인정하지 않고 내 휴직으로 불편을 준 것에 대한 징계성 근무를 하라는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어요. 결국 그 서를 떠나고 나서야 인사담당자가 근평을 잘못 산정한 건지, 일부러 그런 건지 점수를 한참 낮게 줬다는 걸 알게 됐어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신고할까? 고민했는데 그냥 베푸는 마음으로 넘어갔어요. 그 사람은 과연 본인의 잘못을 알고 있을까요?”

 

10년 넘게 억울한 대우를 받은 일을 마음에 품고 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또 본인이 불편하다는 걸 표현하지 못했고 불이익받은 시간은 누가 보상해 줄 수 있을까. 

 

요즘 같으면 육아 휴직을 내서 인사에 불편을 줬으니 근신 개념으로 현장 활동을 하라고 대놓고 말하는 게 문제가 되지 않을까?

 

중대한 문제임이 명확한데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 내담자는 오랜 기간 혼자 힘들었을 테다. 그리고 그 당시 근평 산정이 잘못된 게 고의였다면 정말 나쁜 사람이고 실수였다면 업무 성실 의무에 반한다. 

 

대다수는 ‘지난 일이니 잊어버리세요. 맘에 담아두면 병이 됩니다’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말들로 지난 시간 아프고 힘들었던 내담자의 마음이 치유되긴 힘들지 않았을까. 그래서 상담사로서, 선배로서 어떻게 말해줄까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 인사담당자의 소식을 듣게 됐다. 

 

결국 인사담당자로 근무하면서 해당 서 직원들의 근무평정을 엉망으로 한 게 감사에서 지적되면서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그 결과를 내담자에게 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소방서를 15년쯤 다녔을 때 내 자리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상황실이 통합되면서 동기 여직원들이 상황실로 많이 갈 때였죠. 그곳에 이미 동기들이 많이 있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신청했어요. 그런데 한참 후에 듣게 된 말은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저희 팀장님께서 동기들에게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묻자 좋지 않은 얘기를 했다더라고요. 평소 자주 연락하면서 지낸 동기들인데 그럴 줄은 몰랐어요. 그 사실을 알고 난 후 동기들과도 소원해졌죠. 사람들이 웃는다고 다 나를 좋게 생각하는 건 아니란 걸 그때 알게 됐어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으며 친절하게 대하면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고 순수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은 단순히 비즈니스적으로 한 행동일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들은 믿었던 사람, 잘 알던 사람,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를 등질 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면서 좌절한다. 누구나 본인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해가 되거나 본인 걸 잃을 것 같다면 가차 없이 버리는 게 인간관계의 법칙이다.

 

정글의 법칙처럼 나와 경쟁이 되거나 내 밥그릇을 위협할 때, 내 것보다 큰 걸 가진 것 같을 땐 절대 호의적이지 않다. 따라서 누군가 내게 호의를 베푼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먼저 해봐야 한다. 무한한 사랑, 일방적인 베풂, 나눔은 친구라 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방행정과에 근무지시로 가게 되어 근무하는데 인사담당자가 계속 불러 ‘언제 다시 복귀할지 모르니 준비해라’고 했어요. 물론 언제든 근무지시가 해제될 수 있고 자리가 바뀔 수도 있지만 굳이 본인이 싫은 마음을 직접 표현할 필요가 있나 싶더라고요. 다른 팀인데 업무 간섭도 심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그 당시 ‘나를 왜 그렇게 싫어할까?’ 궁금했었는데 제가 근무지시에서 정식발령을 받으면 본인보다 선임이 돼버려 승진에서 피해를 볼까 싶어 그런 것 같더라고요. 둘 다 승진하고 다시 한번 더 만났는데 그때도 팀장과 한편을 먹고 저를 쫓아내려고 했어요. 결국 제가 먼저 승진하면서 헤어지긴 했는데 언젠가는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꼭 따져 묻고 싶어요. 왜 그렇게 고의로 못되게 굴었는지를요”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로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해서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은 관계에서 과연 하는 게 맞을까? 정작 상대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나만 그렇게 오해하고 생각한 건 아닐까?

 

상황은 다양하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도 판단하기 힘들다. 상황에 따라 진실을 왜곡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느낌이 그랬다면 대체로 맞다. 발 없고 보이지 않는 마음은 더 빨리 전달되는 법이다. 마음은 상대방의 눈빛과 행동에서 이미 드러난다. 

 

어찌 됐든 이 둘의 관계는 결코 좋아질 수 없다. 말을 해서 본인 마음이야 시원해지겠지만 관계는 더 어색하고 불편해질 수 있다. 그러니 본인의 불편한 마음은 그냥 본인 스스로 제어하면서 안고 가는 게 최선이다. 입 밖으로 꺼내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렇게라도 해야겠지만 대부분은 혼자 불편한 것보다 서로 불편한 걸 더 힘들어한다. 사회생활, 즉 인간관계는 가장 복잡하고도 어려운 과제다.

 


‘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속의 사례들은 비밀유지 서약에 따라 특정 개인의 정보가 아닌 여러 사례를 각색하여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경기 파주소방서_ 이숙진 : emtpara@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119플러스 정기 구독 신청 바로가기

119플러스 네이버스토어 구독 신청 바로가기

<저작권자 ⓒ 소방방재신문 (http://www.fpn119.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기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FPN-소방방재신문. All rights reserved. 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