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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Ka Mea Maʻi Ka Mua- Ⅲ
2024 하와이 구급 정책 연수 후기
부산 해운대소방서 이재현   |   2025.03.05 [13:30]

지난 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O Ka Mea Maʻi Ka Mua

아픈 사람이 먼저다

 

DAY 3. 

카폴레이 소방서/2024.05.08./

2020 Lauwiliwili St, Kapolei, HI 96707

AMR에서의 좋은 경험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인 카폴레이 소방서로 향했다. 호놀룰루는 한국과 달리 소방과 구급이 별도의 기관으로 분리돼 있다.

 

호놀룰루 소방본부(Honolulu Fire Department)는 오하우섬 전체에 50개가 넘는 소방서1)를 운용 중이다. 인구가 100만명임을 고려할 때 제주도 정도 면적에 50개가 넘는 119안전센터가 있다고 생각해보면 얼마나 많은 소방력이 촘촘하게 배치돼 있는지 알 수 있다.

 

▲ 카폴레이 소방서 전경. 하와이에서는 아무렇게나 찍어도 예술적인 사진이 나온다.

 

▲ 래더 유닛. 소방관 4명 탑승. 펌프차와 사다리차 역할을 동시에 한다.

 

▲ 엔진 유닛(펌프차). 구급 출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 구급대보다 먼저 도착해 응급처치하던 래더 유닛.

 

하와이에는 보통 소방서마다 엔진 유닛(Engine Unit, 펌프차)과 래더 유닛(Ladder Unit, 사다리차)이 같이 배치돼 있다. 래더 유닛이 1선 차량이며 한국의 펌프차 역할과 사다리차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엔진 유닛은 화재를 대비해 구급 현장 출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호놀룰루에서 소방관이 되려면 EMT-Basic(한국의 2급 응급구조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2년마다 라이선스 갱신을 위한 교육을 받고 평가도 통과해야 한다.

 

래더 유닛 내부에는 자동제세동기(AED)를 비롯해 대부분의 구급 장비가 적재돼 있었다. 대원들의 기본소생술 수준도 매우 높았다.

 

산소소생기와 수동식 흡입기까지 기본적인 응급처치를 위한 장비가 구비돼 있었고 사용법 또한 대원 모두 숙지하고 있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한국의 펌뷸런스 시스템이 더욱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 신속대응차량(Rapid Response Unit). 구급 출동 시 상황에 따라 이용한다.

 

▲ 들것, 구급 가방, 분만 키트 등 기본적인 구급 장비가 적재돼 있다.

 

▲ 기본소생술 장비

 

▲ 카폴레이 소방서 소방관과 기념 촬영

 

래더 유닛의 소방관들은 구급 출동을 나갈 때 상황에 따라 신속대응차량(Rapid Response Vehicle)을 타고 출동하기도 했다. 래더 유닛이 워낙 크다 보니 차량 진입이 어려운 곳에는 신속대응차량이 유용할 것 같았다. 픽업트럭에 구급 장비가 적재돼 있어 기동성이 좋았다. 

 

실제로 우리가 구급차 동승 실습을 하는 동안에도 모든 구급 현장에 래더 유닛의 소방관들이 출동해 응급처치한 후 환자를 들고 구급차 안에 넣는 것까지 도맡았다.

 

일반적인 응급처치뿐 아니라 산소 투여까지 완벽하게 했고 화재진압대의 팀장이 구급일지를 작성해 파라메딕이 도착하면 상황을 인계해주는 수준 높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워낙 출동이 많은 하와이의 지역 특성과 2인이 탑승하는 구급 시스템 때문에 소방대원들이 현장에서 같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할 것 같았다. 한국처럼 구급대원 3명이 탑승하는 국가는 지구상에서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자.2)

 

소방관들은 어떤 행정업무도 없었고 근무시간에는 본인이 부족한 부분에 대한 자발적인 장비 훈련을 하거나 개인적인 운동을 하면서 대기하고 있었다. 반면 단체 체력 훈련 시간은 정해져 있어서 모든 소방대원이 같이 크로스핏 같은 훈련을 하기도 했다. 

 

DAY 3. 

마카킬로 구급 스테이션/2024.05.08./

2020 Lauwiliwili St, Kapolei, HI 96707

▲ 마카킬로 구급 스테이션의 위치와 전경(출처 구글맵)

 

▲ 구급대장 차량(쉐보레 타호). 자동식 흉부압박기와 제세동기, 약물 키트 등 대부분의 구급 장비가 적재돼 있다.

 

카폴레이 소방서 인근 마카킬로 구급 스테이션으로 이동했다. 여기는 총 3대의 구급차가 배치돼 있었는데 구급대장차량, 신속대응차량, 파라메딕 1명과 EMT 1명이 탑승하는 구급차로 구성된다. 

 

구급대원이 일지를 작성하고 모든 사항이 제대로 입력되면 마무리하는 과정을 락업(Lock-up)이라고 한다. 일지가 락업되면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본인도 수정할 수 없다. 

 

미국에서 구급차를 이용하면 높은 요금이 부과된다. 대부분 개인이 가입한 의료보험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구급대원의 처치 사항이나 사용한 약물, 이송 병원, 이송 거리 등이 매우 긴요한 정보가 된다.

 

구급일지는 구급대의 의료 품질관리와 연결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급일지의 중요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구급일지에 대한 락업이 진행되면 첫 번째로 구급팀장 개념의 유닛 수퍼바이저(Unit Supervisor)3)가 일지에 대한 리뷰(검토)를 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바로 결재를 완료한다.

 

다만 심정지나 중증외상 같은 P1(긴급) 환자의 경우 유닛 수퍼바이저 → 지역 구급대장(District Chief) → 메디컬 디렉터(지도의사)와 EMS 어시스턴트칩(구급 부서장)이 검토하는 3단계를 거친다.

 

이 단계에서 구급일지에 문제가 있거나 수정할 사항이 있다면 코멘트를 남기는데 구급대원은 이에 대해 소명하고 수정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만 유닛 수퍼바이저나 지역 구급대장이 구급일지를 언락(Un-Lock)해주고 구급대원이 일지를 수정할 수 있다.

 

유닛 수퍼바이저가 일반 구급대원과 현장에 동일하게 출동하는 것과 다르게 지역 구급대장은 거의 출동하지 않는다. 다수 사상자나 특별한 상황에만 출동해 구급대원을 지휘한다. 구급활동에 대한 클레임이 발생하면 1차로 지역 구급대장이 민원 사항을 접수하게 된다.

 

구급대장의 판단하에 문제가 없는 경우 즉시 민원을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특이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민원인을 응대하거나 소송에 대응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이다.

 

한국은 팀장이나 센터장이 구급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결재의 의미가 크게 없고 구급대원의 일지 작성이나 응급처치에 문제가 생기면 구급대원만 책임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한국도 구급 전문스테이션이 발대해서 구급 전문가가 팀장, 센터장이 되면 이런 문제는 자연스레 없어지리라고 생각한다.

 

▲ 신속대응차량의 구급 장비

 

▲ 구급대원용 소형 단말기. 현장 지도, 인근 병원까지 거리와 도착 예정시간을 알려준다.

 

신속대응차량은 파라메딕 1명만 탑승하는데 구급 공백이 발생한 지역에 출동해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응급처치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의 오토바이 구급대와 비슷한 역할이지만 파라메딕이 탑승하기 때문에 소방대원과 함께 기관 내 삽관, 약물투여 등 높은 수준의 처치까지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와이는 구급 출동 수요가 구급 자원보다 월등히 높아서 관할 구급 공백이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속대응차량은 넓은 지역의 구급 공백을 커버하며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높은 수준의 응급처치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운영했다.

 

물론 이송이 필요 없는 상황에는 신속대응차량에서 간단한 응급처치만 제공하고 현장 상황이 종료돼 불필요한 이송 건수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었다.

 

필자가 방문한 마카킬로 구급 스테이션에는 키가 160㎝ 정도 될 듯한 마른 체형의 여성 파라메딕 1명이 해당 차량을 담당하고 있었다. 혼자서 운전과 현장 응급처치까지 모두 했다. 차량은 구급대장 차량과 같은 대형 SUV(쉐보레 타호)였다. 일반 구급차에 적재된 대부분의 구급 장비가 모두 실려있었다.

 

구급대원이 갖고 있던 소형 단말기에는 신고접수 상황, 환자 상태, 구글 지도와 연계된 현장 사진까지 바로 볼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또 다른 구급 출동 접수 상황과 현장에서 병원까지 가장 가까운 순서로 도착 예정 시각까지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도 오토바이 구급대를 운영하는 지역이 있었다. 하지만 주로 2급 응급구조사가 탑승하다 보니 높은 수준의 응급처치를 제공하기 어려웠고 이륜차의 특성상 악천후나 안전상의 이유로 운영이 중단된 지역이 많다. 

 

앞으로 구급 출동은 계속해서 증가할 거로 예상된다. 현재의 구급 자원으로 완벽하게 컨트롤하기 어려운 상황이 분명히 올 것이다. 구급대원과 구급차를 무한정 늘릴 순 없는 상황에서 이런 신속대응차량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마카킬로 구급 스테이션의 구급대원 대기실. 1인 1실이고 남녀공용이다.

 

스테이션의 내부에는 개인별로 사용하는 대기실과 샤워실, 화장실, 주방 정도의 시설이 구비돼 있었다. 화장실이나 샤워장은 남녀 구분 없이 공용으로 사용했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못 할 상황이지만 그 누구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대기실에는 1인용 침대와 일지 작성을 위한 컴퓨터가 있었다. 

 

 


1) 소방서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한국의 119안전센터와 같은 기관임.

2) 한국과 일본, 프랑스 등 극소수의 국가만 3명의 대원이 구급차에 탑승한다. 특히 프랑스는 의사가 같이 탑승하는 3인 탑승이기 때문에 3) 필자가 알기로는 한국, 일본이 거의 유일한 3인 탑승 구급체계다.

4) 해당 구급차량을 타는 모든 구급대원 중 감독자 역할을 하는 직급의 파라메딕. 한국에서는 구급팀장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이 글은 2024년 5월 7일부터 13일까지 5박 7일간 호놀룰루 긴급 서비스 본부와 호놀룰루 소방본부, 미국 최대 사설 구급 서비스 제공업체인 AMR 등을 방문하고 경험한 후기입니다. 정책 연수를 허가해 준 부산소방재난본부와 하와이에서의 모든 스케줄을 함께해주신 김유승 선배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하와이의 구급 정책 연수에 대한 문의 사항이 있거나 연수를 계획하시는 기관은 메일(taiji3833@korea.kr)로 연락 바랍니다.

 

부산 해운대소방서_ 이재현 : taiji3833@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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