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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수다Talk] “Touch 소방관’s mind”… 소방관 마음 어루만지는 동료상담사
박승균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소방경, 강윤희 전남소방본부 소방장
유은영, 박준호 기자   |   2025.03.05 [13:30]

“언제나 같이 죽거나 같이 살았어야 했다”

 

2019년 8월 5일 울산의 고 정희국 소방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자신의 휴대전화에 작성했던 메모다.

 

2016년 10월 5일 초강력 태풍 ‘차바’가 한반도에 상륙했다.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를 뿌리면서 제주도와 부산, 거제, 울산 등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특히 울산엔 시간당 124㎜가 넘는 폭우가 내려 태화강에 홍수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차바’는 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망자 중엔 소방대원도 있었다. 바로 강기봉 소방사다. 그는 “고립된 차 안에 사람 2명이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갔다가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같이 출동했던 정희국 소방관은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다 3년 뒤 스스로 생을 등졌다. 

 

이처럼 소방 조직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소방관이 많다. 소방청이 실시한 ‘2024년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조사’ 결과 6만1087명 중 4375명(7.2%)이 PTSD, 3937명(6.5%)이 우울 증상을 호소했다. 3141명(5.2%)은 자살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마음 불안’을 호소하는 소방관이 증가하자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2016년 전국 최초로 심리상담 경력자를 특별 채용으로 뽑았다. 이는 전국으로 확대돼 현재 전남 12, 경기 10, 부산 6, 경북 2, 울산과 충북, 제주 각 1명 등 총 33명이 동료상담사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얼마 전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같은 재난 현장에 출동했다가 PTSD를 호소하는 대원은 물론 인간관계 등으로 힘들어하는 동료 대원의 마음을 바로 옆에서 지키고 있다.

 

외로울, 불안할, 괴로울 소방관의 안부를 챙기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동료상담사’. 그들을 대표해 박승균 소방경과 강윤희 소방장이 ‘소다톡’ 인터뷰에 응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박승균 소방경 2000년 소방에 입직한 26년 차 소방관입니다. 지금은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가평소방서 조종119안전센터장으로 근무 중입니다.

 

강윤희 소방장 2017년 전남소방본부 심리상담 경력채용으로 소방관이 됐습니다. 강진소방서와 해남소방서를 거쳐 현재 전남소방본부 심리지원단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소방공무원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박승균 소방경 사실 처음부터 소방관이 꿈은 아니었어요. 아내와 다른 직렬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소방관이 사람을 살리는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해 도전했습니다. 어느덧 인생의 절반을 소방제복과 함께하고 있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강윤희 소방장 대학 졸업 후 10년 가까이 전남 장흥군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심리상담사로 재직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배드민턴을 치던 중 소방관 심리상담 경력채용 공고를 보고 알려줬어요. 평소 존경심을 갖고 있던 소방관을 도와줄 수 있겠단 생각에 지원했습니다. 현재 아주 만족스럽게 활동 중이에요.

 

 

소방조직에 ‘동료상담사’란 직제가 만들어진 계기가 있나요.

박승균 소방경 당시 동료 소방관의 순직사고로 ‘마음 건강’이 공론화됐어요. 외부 상담사가 투입됐지만 소방 조직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상담이 이뤄지다 보니 반응이 뜨뜻미지근했습니다. 이후 경기소방학교에 동료들의 심리적 고통을 살피는 ‘동료상담지도사 과정’이 개설됐어요.

 

교육을 이수한 분들이 동료상담사로 활동하기 시작했지만 다른 직무를 수행하면서 동료상담을 하기엔 한계가 있었죠. 이에 경기소방은 2016년 전국 최초로 심리상담 경력채용 소방관(2명)을 뽑았습니다. 이후 각 시도 소방본부에서도 동료상담사를 채용하기 시작했어요.

 

박승균 소방관께선 전국 유일의 동료 상담센터인 ‘소담센터’의 전신, 경기북부 소담팀 창립멤버신데요. 어떤 계기로 소담팀을 만들게 되셨나요.

박승균 소방경 2016~2017년쯤 많은 분께서 소방관의 마음 건강에 주목했습니다. 당시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장이셨던 김일수 본부장께서 동료 소방관을 돌보는 소담팀 조직을 승인해주셔서 탄생하게 됐어요. 

 

소담팀은 현재 전국 최초의 한국형 소방동료 상담센터인 ‘소담센터’를 건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곳에선 소방공무원 전문 상담과 심신 건강 증진 힐링 프로그램, PTSD와 자살 예방 마음 건강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요. 2023년 기준 총 5529건의 실적을 거뒀고 상담자의 98%가 만족한다고 답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소방관 동료상담사는 어떻게 될 수 있나요.

강윤희 소방장 보통 심리상담 경력채용자가 동료상담사로 활동하는데요. 특별한 자격증이나 학위는 필요 없고요. 심리상담 관련 분야에서 3년 이상 근무하면 응시자격이 주어집니다. 

 

동료상담사에게 맞는 기질이나 성격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박승균 소방경 동료를 계속 신경 쓰는 것, 소위 ‘오지랖’이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힘들어하진 않는지, 고민이 있어 보이는지 등 표정과 분위기를 살펴 먼저 말을 걸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또 동료들 삶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을 함께 가주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가 상담에 적합한 인물인 것 같아요. 

 

강윤희 소방장 MBTI에서 감정형인 ‘F’ 성향인 분들이 상담하는 걸 조금 편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상대적으로 공감을 잘하기 때문으로 생각되는데요. 그렇다고 사고형인 ‘T’분들이 상담에 부적합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상담에 관심 있고 잘하고 싶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담자가 처음 찾아오면 그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어떻게 하시나요.

박승균 소방경 현재 직함이 센터장이라 젊은 직원들이 많이 어려워합니다. 그러나 이전에 소담팀에 있었고 동료상담사로 활약하기도 했다고 하면 속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또 지속해서 관심을 줍니다. 휴직한 직원에게 전화해 휴직한 이유가 무엇인지, 복직하는 직원에겐 미리 환영한다는 식으로 한마디 건네면 고마워하더라고요.

 

강윤희 소방장 보이는 모습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미소와 목소리 톤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또 가볍게 다가가려 하는데요. 처음부터 무겁게 이야기하면 오히려 불편해하기 때문에 성격 유형 검사 카드 등 놀이로 시작하는 편이에요. 그러면 긴장을 쉽게 푸시더라고요.

 

전남에선 어떤 방식으로 동료상담을 진행하나요.

강윤희 소방장 지난해 7월 조직된 전남소방본부 심리지원단에서 2명이 근무하고 있고 각 소방서에도 상담사가 배치돼 활동 중이에요. 상담사가 없는 소방서의 경우 직원이 요청하면 심리지원단이 방문해 상담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상담 신청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내담자와 시간과 장소를 상의해 상담합니다. 소방서 대기실에서 하곤 하는데 노출을 꺼리는 분의 경우 근처 카페에서 진행하기도 합니다. 

 

 

상담 내용을 노출하고 싶지 않지만 성추행이나 갑질 등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에선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강윤희 소방장 상담 전 ‘비밀 보장’에 대해 언급하고 서약합니다. 그렇지만 자해나 타인의 괴롭힘 등은 동의 없이 관련 부서나 가족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말씀드려요. 그게 당신을 지키는 것이라는 설명도 하죠.

 

그렇다고 무조건 개입하는 건 아니에요. 내담자가 알려지는 걸 꺼리면 하지 않아요. 그럴 땐 마음이 후련해질 때까지 들어 드립니다.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면 상담을 거부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이 내담하러 오는 계급이 있나요.

강윤희 소방장 특정한 계급이 내담하진 않아요. 다만 나이에 따라 상담 내용엔 차이가 있습니다. 신규 직원들은 참혹한 현장을 봐서 힘들다, 연차가 있으신 분은 직원들과의 갈등 관계, 가정생활에 대해 상담합니다. 또 곧 정년퇴직을 앞두신 분은 은퇴 후 삶을 많이 고민하시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상담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박승균 소방경 의도치 않은 잘못으로 경위서를 쓰거나 열심히 했는데 낙인찍혀 힘들어하는 사람을 많이 만났어요. ‘다른 사람들이 다 나를 안 좋게 보는 것 같은데 내 말을 끝까지 들어줘 고맙다’고 한 내담자가 기억이 나네요. 

 

강윤희 소방장 모든 상담이 특별했어요. 내담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겠어요. 나를 믿고 신청한 그 마음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상담이 끝나면 ‘앞으로도 반장님 생각날 것 같다. 감사하다’고 문자도 보내주는데요. 이런 따뜻한 마음들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상담하다 보면 내담자의 우울하거나 힘든 감정에 영향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땐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박승균 소방경 계속 상담하다 보면 힘이 들 때도 있어요. 지쳐서 도저히 그 상담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그걸 ‘소진된다’고 표현하거든요. 그럴 땐 잠시 멈추고 상담을 쉬어야 합니다. 거기까지 가지 않도록 동료상담사끼리도 서로 케어하는 게 필요합니다.

 

 

강윤희 소방장 상담하다 보면 감정이 전이돼 슬프기도, 괴롭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기분을 집에까지 가져가지 않도록 노력해요. 쉽지 않지만 끊어내려 합니다. 그런데도 정말 힘이 들 땐 옆 동료상담사와 이야기하며 감정을 풀고 있습니다.

 

2026년에 강릉에 소방심신수련원이 준공됩니다. 어떤 공간으로 자리잡길 기대하시나요.

박승균 소방경 몸뿐 아니라 마음도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돼야 합니다. 또 나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외부 업체에서 운영하기보단 소방 조직을 잘 이해하는 소방관 또는 소방 출신 관계자가 고민하며 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원으로 일하길 바랍니다. 물론 동료상담사분도 필수로 상주해야 하고요. 멋진 공간으로 탄생하길 기대합니다.

 

강윤희 소방장 일단 문턱이 높으면 안 됩니다. 몸과 마음 아픈 사람만 가는 게 아닌 예방 차원에서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해요. 특히 나약한 사람이라고 낙인찍히지 않고 언제나 편하게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동료상담사 제도가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박승균 소방경 내년에 소방심신수련원이 준공되는데요. 현재 이런 공간이 너무나 부족해요. 자유롭게 상담받을 수 있는 곳, 운동하고 레크리에이션도 할 수 있는 곳이 많아져야 합니다.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소방관의 마음 건강을 외주업체가 아닌 소방 조직에서 이끌어야 합니다. 그래야 더욱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강윤희 소방장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동료상담사를 보유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당시 동료상담사가 많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상담은 즉시 이뤄져야 하는데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한 거죠.

 

동료상담사 인력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집단 프로그램도 할 수 있는 트라우마 센터나 치유 센터가 권역별로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혹여나 나약한 사람으로 비칠까 봐 상담을 꺼리는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박승균 소방경 PTSD 등은 내가 강하다고 이겨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슬비 맞다가 몸살감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많이 젖으셨네요. 옷 갈아입으셔야겠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동료상담사라고 생각해요. 힘이 들 땐 언제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동료상담사가 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상담받으시길 바라요. 

 

강윤희 소방장 여러분은 절대 나약한 사람이 아닙니다. 더욱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한 예방 차원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비밀 보장 철저히 해 드릴 테니 두려워 말고 꼭 연락주세요. 언제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소방관으로서 앞으로 꿈이나 포부가 있다면요.

박승균 소방경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소방관으로 살아왔다는 것, 그리고 동료상담사 역할에 대해 고민해 온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퇴직 후에도 소방관의 마음 건강을 위해 힘쓰고 싶어요.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강윤희 소방장 소방관은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들어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상처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조직 내에서 상담받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조성되는 걸 꿈꿉니다.

 

마음은 근육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상담을 통해 회복 탄력성을 높여 현장에 나가더라도 금방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또 안전하고 건강하게 정년퇴직하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FPN TV’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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