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14일 발생한 반얀트리 화재로 전소된 B 동 1층 로비 © 최영 기자 |
[FPN 최영, 박준호 기자] = 지난 14일 6명이 숨진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사고. 애초 건축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이 건물은 지난해 12월 19일 사용승인까지 완료된 신축 건축물로 밝혀졌다. 이 얘기는 일반적인 건축물과 동일하게 ‘건축법’에서 정한 피난방화시설과 ‘소방법’에 따른 소방시설 등 각종 화재 안전을 위한 방호대책이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왜 6명이나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걸까. 더 큰 의문을 낳는 건 건축 사용승인을 받은 지 두 달이 넘은 시점에서도 800명이 넘는 수많은 인부가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건축물대장상 이곳의 명칭은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이다. 지하 3층, 지상 12층 높이, 연면적 9만5862㎡에 달하는 규모로 지어졌다. 리조트동에는 139실, 호텔동에는 40실, 16개 동의 독채 빌라로 조성된 시설이다.
2021년 12월 3일 건축허가를 받은 뒤 2022년 5월 31일부터 약 31개월의 공사 기간을 거쳐 지난해 12월 19일 최종 사용승인을 받았다. 화재가 발생한 당일 반얀트리 리조트 내부에선 대규모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화재 이후 <FPN/소방방재신문>이 박경환 한국소방기술사회장과 현장을 찾아 건물 내부를 살펴본 결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것과는 사뭇 달랐다. 도저히 사용승인까지 받은 완성된 건축물로 보긴 힘들었기 때문이다.
건축 도면상 있어야 할 방화문이나 방화셔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고 건물 내 소방시설들은 소방완공검사가 완료된 시설로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허점투성이 화재안전시설은 건물 준공 이후 무차별적으로 진행된 대규모 공사와 맞물려 화재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희생자들이 몰려 있던 장소가 원래는 방화구획을 통해 화염이나 연기가 전파되지 말았어야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화재안전 전문가들과 함께 반얀트리 리조트 사고 현장에서 드러난 화재 피해 확산 요인 분석을 시작으로 숨겨진 문제들을 짚어볼 계획이다.
“인테리어 수준 아냐”… 사용승인 득한 건축물 맞나
![]() ▲ 반얀트리 건물 옥상의 형상은 아직도 건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 최영 기자 |
화재 사고 3일 후 현장에서 마주한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는 도저히 사용승인이 완료됐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외관을 갖추고 있었다. 외벽 곳곳엔 아직도 외장재 마감이 완료되지 않은 데가 많았고 건물 옥상 부근엔 철골조가 그대로 노출돼 있는 등 건축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모습이었다.
함께 현장을 둘러본 박경환 회장은 “건축 사용승인이라는 건 거주자들이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전기와 수도, 문, 조명 등 모든 것이 정상인 상태를 말한다”면서 “하지만 여기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건축공사 현장”이라며 연신 고개를 저었다.
건축 공사가 마무리된 상태가 아닌데도 사용승인이 된 건 정상적인 행정행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다. 게다가 건물 내부에는 천장 마감이 안 돼 있었다. 계단은 난간조차 없이 시멘트로만 구성된 곳도 있었다. 도저히 완성된 건축물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 ▲ 건물 내외부에는 대규모 공사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도저히 사용승인이 완료된 건물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다. © 최영 기자 |
문제는 이같이 사용승인 완료 건축물에서 이뤄지는 공사 시 미흡할 수밖에 없는 안전대비책들이다.
박 회장은 “일반적인 공사 현장이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는 안전관리자가 배치돼 화기 위험이나 구조, 추락 등 위험을 항상 감시하게 된다”며 “소방 분야에서도 건설 현장 소방안전관리자가 화기 등 재해 위험을 감시하는 등 준공까지 현장의 안전을 유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미 사용승인이 났기 때문에 공사 중 필요한 안전인력은 배치될 수가 없다”며 “건축이나 소방감리자들이 안전활동을 일부 지원하는 것도 기대할 수 없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용승인 이후 진행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대규모 공사가 이번 화재의 위험을 불러왔다는 진단이다.
방화문ㆍ셔터 없는 엉터리 방화구획이 피해 키워… 허가 도면과 ‘딴판’
![]() ▲ 화재 발생 장소와 희생자가 발견된 복도 사이의 방화문(셔터)는 없었다. 방화구획이 깨져 희생자가 발생한 장소까지 연기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건물 내부에는 방화문의 도어클로저가 탈락돼 있거나 계단에 방화문이 아예 없는 곳도 있었다. © 최영 기자 |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반얀트리 리조트는 건축물의 사용승인을 받았지만 화재 당시 방화구획조차 제대로 안 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법’에 따라 반드시 설치돼야 하는 방화문과 방화셔터 등이 아예 없는 채 준공이 났을 것으로 추정 가능한 정황들도 확인됐다. 게다가 화재로 숨진 6명의 희생자가 깨져버린 방화구획을 넘어온 연기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방화구획 부실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가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구로을,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실에 제출한 반얀트리 리조트 준공 도면(방화계획도)에 따르면 불이 난 B동 1층은 모두 3곳을 방화구획으로 계획해 건축 허가를 받았다. 허가 당시 도면을 보면 불이 처음 시작된 1층 PIT실 쪽 구역과 희생자가 발견된 구역은 각각의 방화구획으로 구분돼 있다.
‘건축법’상 방화구획은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될 경우 3천㎡ 마다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 화재 시 화염과 연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공간마다 쪼개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7일 <FPN/소방방재신문>이 박경환 회장과 현장을 직접 찾아 확인한 결과 건축 도면상 방화구획 위치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방화셔터가 아예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화구획 자체가 형성되지 않아 희생자들이 발견된 장소까지 연기가 급속도로 번졌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정황이다.
뿐만 아니라 방화셔터와 함께 설치돼야 하는 고정식 방화문도 있어야할 위치에 없었다. 도면과는 다르게 도어릴리즈 타입(상부가 아닌 벽면에 고정장치를 달아 방화문을 열린 상태로 유지하다가 화재 시 보장력이 풀려 닫히는 구조)의 방화문을 시공하기 위해 구멍을 뚫어 놓은 흔적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주변 어디에도 방화문은 보이지 않았다. 애초부터 방화문을 달지 않은 채 준공이 났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대목이다. 방화문 자체는 인테리어 과정에서 어딘가에 떼어놨다손 치더라도 벽면에 고정하기 위한 벽면부 걸쇠 장치조차 시공되지 않은 점은 처음부터 방화문이 없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같이 방화문 또는 방화셔터 등으로 구획되지 않은 채 건축물의 사용승인이 이뤄진 거라면 건축감리부터 승인권자인 기장군청, 현장 확인을 통해 사용승인 업무를 대행한 제3의 건축사까지 부실 준공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축물의 사용승인은 시공자 간 위법묵인 등에 따른 부조리를 차단하기 위해 제3의 건축사를 통한 업무대행 방식으로 최종 승인되는데 이 과정에서도 방화구획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 ▲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의 허가 도면과 화재 직후 확인된 발화지점 등 위치도다. 도면의 검은색 진한 선은 방화구획을 뜻한다. 파란색 사각형 내에는 벽이 아닌 방화문 또는 방화셔터 등으로 구획해야 하는 장소다. 하지만 설계 도면과 달리 실제 현장에는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발화지점과 희생자 발견 위치는 이같은 방화구획이 다르게 설정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자료 : 윤건영 의원실, 편집 : FPN |
내부 인테리어 등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방화문이나 방화셔터의 기능 등을 훼손하는 것 역시 명백한 위법사항이다.
박경환 회장은 “화재 시 도면에 설계된 대로 셔터가 내려와 있거나 방화문이 달려 있었다면 사망자가 발생한 곳까지 연기나 화염이 전파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인명 피해의 원인은 뚫려 있던 방화구획으로 연기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촬영 영상과 도면 등을 함께 검토한 이영주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용승인 시 방화구획의 설치 여부는 명확한 조사가 필요해 보이지만 이후 인테리어 공사과정 중 방화구획의 훼손은 그 자체만으로도 법 위반과 안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연기 확산을 막지 못해 사망자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 책임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용승인 이후 이뤄지는 크고 작은 공사과정에서의 방화구획 유지는 화재안전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완성 안 된 소방시설들… 구조적 허점 드러나는 소방감리 제도
![]() ▲ 반얀트리 리조트의 소방시설 대부분은 정상 작동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화재감지기의 몸체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고 스프링클러 헤드에는 마개가 씌워져 있다. 문이 없는 소화전과 화재감지기의 캡이 덮여 있기도 했다. 심지어 천장 공사가 끝나지 않아 덜렁거리며 매달려 있는 스프링클러설비도 있었다. © 최영 기자 |
이미 두 달 전 완공검사를 받은 반얀트리 리조트의 소방시설 역시 화재 당시 정상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관할 소방서는 소방시설 완공검사 승인을 현장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청이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반얀트리 리조트는 건축물 사용승인 3일 전인 12월 16일 소방시설 완공검사를 완료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을 찾아 내부를 확인한 결과 화재 당시 건물 내에는 관계자가 사용해야 하는 옥내소화전이 문도 없이 방치돼 있었고 화재감지기와 스프링클러헤드에는 커버가 씌워 있는 등 정상작동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설치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부 구역 천장에는 화재감지기가 빠져 있거나 소방시설 중 가장 중요한 스프링클러설비는 고정되지도 않은 채 노출돼 있었다. 정상 시공과 감리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는 실태는 곳곳에서 발견됐다. 소방시설 완공과 건축 사용승인까지 받은 건물이 화재 발생 시 즉시 작동해야 할 소방시설조차 비정상 상태로 운영되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윤건영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반얀트리 리조트의 소방시설 완공검사증명서에 따르면 관할 소방서인 기장소방서는 소방공사 감리업자가 제출한 감리결과보고서만 받고 탁상 허가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소방시설공사업법’)에선 소방공사 감리자가 지정된 경우 소방감리 결과보고서로 완공검사를 갈음하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만 현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에 따라 현장 확인을 할 수 있는 대상물은 문화ㆍ집회시설, 종교시설, 판매시설, 노유자시설, 수련시설, 운동시설, 숙박시설, 창고시설, 지하상가, 다중이용업소,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물, 11층 이상 건물 등 비교적 위험성이 높은 곳들이다.
반얀트리 리조트는 연면적 9만㎡가 넘는 대규모 숙박시설이다. 용도로 보면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대상이다. 그러나 관할 소방서는 감리업자가 제출한 감리결과보고서만 보고 소방시설 완공검사를 마쳤다.
이 건물은 대부분의 중요 소방시설이 설치되는 1급 대상물로 분류된다. 소화기구와 옥내ㆍ옥외소화전, 스프링클러설비, 가스계소화설비, 자동화재탐지설비, 비상방송설비, 제연설비, 무선통신보조설비 등 현존하는 거의 모든 소방시설이 설치됐다.
하지만 관할 소방서는 대규모로 지어지는 숙박시설의 소방시설을 현장 확인도 없이 감리업자 제출서류만으로 승인을 내주면서 부실 소방시설을 거르지 못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지난 21일 소방에 따르면 화재 당시에는 그나마 있던 소방시설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은 합동조사 과정에서 스프링클러설비 급수 배관에 설치된 밸브를 잠가놨고 비상방송설비 또한 작동정지 상태로 두면서 정상작동을 하지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
분야 내에선 소방시설공사의 감리업자를 건축주가 선정토록 한 제도에 근원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행법(‘소방시설공사업법’)에선 300세대 이상 주택건설공사의 경우 시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자치구의 구청장 등 허가권자가 감리자를 선정토록 규정하고 있다. 건축물의 화재 안전성을 좌우하는 소방시설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기술력과 경험이 충분한 업체가 감리업무를 수행하도록 해 부실시공으로 인한 화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한 반얀트리 리조트 같은 대부분의 건축물은 규모나 용도와 관계없이 건축주가 감리업자를 선정한다. 공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돼야 할 소방시설공사 감리를 경제성과 공사 기일을 우선시하는 건축주에게 맡기는 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공사 감리업계의 A씨는 “건축물의 소방시설이 완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감리결과보고서의 사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며 “지금의 소방공사 감리자는 아무리 큰 소신이 있더라도 이를 지키기 어려운 구조”라고 귀띔했다.
B 씨는 “돈을 주는 대상이 결국 건축주인데 완공 강요를 요구할 때 버티다간 돈을 받지 못하거나 차후 프로젝트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수용하지 않을 땐 감리자를 변경해버리는 일도 있다”며 “소방시설 감리가 정상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선 중립적 위치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 지적은 국회 차원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소방공무원이 현장을 나가지 않고 행정 서류로만 소방시설의 완공증명서를 내주는 소방공사감리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소방시설이 완벽하게 시공돼 최종 완공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 박준호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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