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N 김태윤 기자] = 건설기술 발전과 도시 집중화로 건축물의 형상이 복잡ㆍ심층화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지하 대공간의 화재 위험성을 살피고 안전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FPN/소방방재신문과 (주)메쎄이상은 ‘2025 건축소방방재산업전’ 기간에 맞춰 지난 19일 일산 킨텍스 회의실에서 ‘지하 대공간 화재안전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발표자로 나선 산ㆍ학ㆍ관ㆍ언론 등 분야별 화재안전 전문가 8명을 포함해 총 300여 명이 참석했다. 발표자들은 지하 대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화재 위험을 여러 관점으로 분석ㆍ소개하고 대응ㆍ개선 방안 등을 제시했다.
![]() ▲ 2월 19일 일산 킨텍스 회의실에서 <FPN/소방방재신문>과 (주)메쎄이상이 공동 주최한 ‘지하 대공간 화재안전 컨퍼런스’가 열렸다. © 김태윤 기자 |
최영 <FPN/소방방재신문> 대표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며 “지하 대공간에서의 화재 위험성이 고스란히 사회에 노출됐지만 이슈가 전기차 화재로 쏠리면서 대책도 전기차에 국한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컨퍼런스는 지하 대공간 화재 안전성 확보를 위해 어떤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지와 우리의 현실이 어느 수준에 놓여있는지 들여다보기 위해 마련됐다”며 “관련 대책과 안전성을 찾아가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지하 대공간 화재안전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주요 내용을 요약ㆍ정리했다. 컨퍼런스 전체 영상은 공식 유튜브 채널 <FPN TV>에서 볼 수 있다.
“지하공간 구조 특성과 위험성 정확히 알아야”
이영주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 이영주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김태윤 기자 |
지하주차장 등 지하공간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특성상 위험성이 높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단순히 경각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위험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효율적인지, 이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 뭔지 등을 정확히 아는 게 필요하다. 이 자리에선 건축물 지하공간의 구조적 특성과 화재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겠다.
지하공간은 여러 형태가 있다. 일반 건축물을 우선 생각하겠지만 지하철 역사, 지하터널, 공동구 등 기반시설인 경우도 많다. 이 같은 기반시설에도 ‘건축법’ 등이 적용되지만 굉장히 특수한 용도로서 특수한 기준들에 의해 안전 확보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경험하게 되고 얘기하는 지하공간은 쇼핑몰과 공연장 등 특정 용도로 사용하는 거실과 지하주차장 등이다. 전기ㆍ기계실 등 활용도가 낮은 시설도 지하공간에 설치되곤 한다. 최근엔 전기ㆍ기계실도 화재나 침수 등에 대비해 다른 층으로 옮겨 안전을 확보하는 추세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ㆍ용도를 지닌 지하공간의 특성을 동일한 기준으로 볼 수 있느냐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제도나 기술을 적용할 때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공통적 특성으로는 외기에 직접 면하는 개구부 등이 거의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지하공간은 땅속에 있다 보니 채광이나 환기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때문에 조명이 없어지면 상대적으로 인지성이나 방향성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피난 시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 역시 공통적 특성이다. 물론 고층부도 당연히 계단을 이용해 대피해야 하지만 지하층은 연기의 이동 방향과 대피 방향이 같아 연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다.
또 지상부보다 면적이 넓다. 지상부에선 건물 주변 외부 공간을 확보해야 하지만 지하공간은 대지 전체 면적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형 공간 형성이 비교적 용이하다 보니 대형 마트나 주차장 등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화재 위험성 측면에서 살펴보면 외기에 면하지 않아 밀폐성이 높은 만큼 열ㆍ연기 배출이 어렵다. 이로 인해 강한 화세를 형성하게 되고 연소 확대 가능성이 크다. 또 산소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불완전 연소가 발생하게 된다. 불완전 연소는 여러 연소 생성물을 훨씬 더 많이 만들기 때문에 개구부가 있는 곳보다 유독가스 등 위독한 연기를 더 많게 발생시킨다.
농연이 많고 채광이 잘 안 되는 암흑 상태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피난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소방대원의 진압과 수색ㆍ구조에도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계단이 유일한 피난 경로이기에 피난 시 불리하다. 지상부에선 불가피할 경우 외기에 면하는 곳이나 옥상으로 대피하는 등 차선책이 있지만 지하공간에선 대피 경로 확보ㆍ활용이 제한된다. 계단실 방어ㆍ구획과 연기 차단이 중요한 이유다.
지상부보다 넓은 면적 구성으로 인해 계단까지의 이동 경로가 길어지는 경향도 보인다. 지하주차장의 경우 거실 용도로 분류되지 않기에 보행거리 50m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도 위법이 아니다. 계단까지 걸리는 시간이 많다는 건 곧 연기와 화염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뜻이다.
“소방청, 전기차 화재로부터 국민 안전 지키기 위해 제도 개선 추진”
정홍영 소방청 화재예방국 분석제도과 제도계장
![]() ▲ 정홍영 소방청 화재예방국 분석제도과 제도계장 © 김태윤 기자 |
소방청은 ‘국민 안전과 전기차 산업의 상생 도모’를 비전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하주차장 안전기준 강화로 화재 예방을 철저히 하고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기본 방향이다. 어떤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지 소개해 보겠다.
화재 예방 분야에선 먼저 모든 주차장에 스프링클러설비를 설치토록 한다. 다만 소규모 주차장의 경우 규모 대비 설치 비용이 과도하고 공간 확보와 유지ㆍ관리가 어려운 만큼 연결살수설비를 설치토록 한다.
두 번째로 습식 스프링클러설비 설치를 의무화한다. 단 동파 방지가 어려운 대상물은 개선된 준비작동식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 개선된 준비작동식은 두 가지로 논인터락과 부압식이다.
세 번째는 전기차 충전구역 소방시설 설치기준 강화다. 먼저 신속한 화재 감지와 비화재보 방지를 위해 아날로그 연기감지기를 설치토록 한다. 또 신속한 개방과 충분한 방수량 확보를 위해 조기반응형 헤드를 수평 거리 2.1m로 1개 주차면당 2개 이상 설치하게끔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네 번째로 지하주차장이 설치되는 모든 소규모 대상물에 비상경보설비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토록 한다. 또 일정 깊이나 면적 이상인 천장 포켓마다 감지기를 1개 이상 설치하게 한다.
다섯 번째로 송수구 연결배관 2차측 연결을 의무화한다. 다만 습식과 개선된 준비작동식의 경우 밸브가 당연히 어떻게든 열리기 때문에 1차측 연결을 허용토록 할 방침이다.
여섯 번째는 기존 건축물 지하주차장 화재안전 관리 강화다. 기존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될 수 있도록 화재안전조사 대상을 5%에서 10%로 확대하고 연동정지 등 중점사항에 대한 불시점검을 강화한다. 자체점검 표본조사 대상도 3%에서 5%로 확대한다.
또 화재 조기 감지와 신속한 소화가 가능하도록 소방시설 성능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현장점검과 화재안전컨설팅을 통해 관계인을 설득하는 방식이다. 습식 전환이나 조기반응형 헤드 교체, 감지기 교체 등 소방시설 개선 공사가 장기수선계획이나 자체 계획 추진 시 반영되도록 적극 안내할 예정이다.
일곱 번째로 신속한 소방시설 수리를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한다. 공동주택의 경우 소방시설 공사 시 입찰을 띄우는 등 여러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 이로 인해 최소 3주에서 한 달 이상 공사가 지연된다. 현재는 유권해석과 국토교통부 협조를 통해 소방시설 공사는 수의계약이 가능토록 관계기관에 공문을 시달한 상태다.
건축구조 등 분야에선 먼저 지하주차장에 설치되는 소화배관의 보온재를 난연재료 이상으로 사용하거나 난연재료 이상의 마감재로 마감토록 화재안전기준을 개정한다. 그 외 배관의 보온재는 R&D를 통해 화재 확산 방지 구조를 적용하게 할 방침이다. 단열재 역시 난연재료 이상을 사용토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 주차면 직상부 배관 설치도 제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LH와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 대규모 지하주차장 면적별 방화구획을 의무화한다.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관련 R&D를 추진 중이다.
세 번째는 전기차 충전구역 설치 위치 기준 정립이다. 지하주차장 내부 소화 활동 용이성 확보와 화재 확산 방지 최소화를 위해 관계부처 합동 연구용역으로 세대 출입구로부터의 이격거리 등 충전구역 위치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네 번째로 지하주차장 연기 배출 성능을 개선한다. 방화구획, 층고, 송풍기 용량 등을 고려해 배출구(환기구)를 설치하는 건 물론 환기설비 기준을 강화하고 제ㆍ배연설비를 설치하는 등 개선 방안을 국토교통부, LH 등과 협업해 장기적으로 도출할 예정이다.
화재 대응 분야에선 전기차 화재 특성과 지하주차장의 환경적 특성 등을 고려한 ‘지하주차장 화재 대응 표준작전절차(SOP)’를 제정한다. 또 차종별 배터리팩 정보와 전기차 화재사례, 화재진압 신기술 실증실험 결과 등의 내용을 반영해 ‘전기자동차 화재 대응 가이드’를 보완한다.
이 밖에도 정부ㆍ지자체 등이 전기차 화재에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위기관리매뉴얼’ 제ㆍ개정 시 전기차 화재 대응 요령을 추가한다. 더불어 소방학교 화재조사관 전문교육과정에 전기차 분야를 보강하고 전문성 유지를 위한 특별교육도 정례화한다.
소방장비 분야에선 기존 질식소화덮개의 보유기준을 소방서별 1개에서 119안전센터별 1개로 상향하고 이동식 수조(소방서별 1개)와 방사기기(119안전센터별 1개)에 대한 보유기준을 신설한다. 그리고 전기차 화재진압용 무인 소방차량을 개발한다. 현대자동차와의 협업으로 시제품을 완성했고 현재 테스트 중이다.
전기차 화재 대응 첨단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현재 총 6개의 전기차 화재 대응기술 R&D를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는 248억원이다. 이외에도 총사업비 313억원을 들여 화재 현장 활동 지원 로봇ㆍ센서 개발 다부처 R&D를 진행 중이다.
“지하공간 피난ㆍ방화시설, 설계 단계에서부터 검토해야”
윤해권 한국안전인증원 이사장(소방기술사)
![]() ▲ 윤해권 한국안전인증원 이사장(소방기술사) © 김태윤 기자 |
도심 건축물 환경이 바뀌고 있다. 과거엔 지하 2~3층 정도였다면 현재는 지하 10층까지도 내려간다. 지하공간 면적이 수만㎡에 이르는 건물도 굉장히 많이 생기고 있다. 화재로부터 안전한 지하공간을 위해 건축물의 피난ㆍ방화시설을 어떻게 설계ㆍ관리해야 할지 살펴봤다.
지하공간은 불확실성이 제일 문제다. 화재가 어떻게 전파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피난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검토해야 한다. 건축물이 완성된 후엔 현실적으로 개선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하공간의 화재안전 개선을 위해 제일 중요한 건 소방대 출동이다. 만약 지하 7, 8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대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결과적으로 소방대가 들어가기 위해선 SOP 개선이 필요하다. 건축물 환경이 바뀐 만큼 소방대 진화 활동 등도 바뀌어야 한다.
청라 아파트 화재 당시에도 소방대가 지하로 진입하는 데 3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냥 다 태웠다는 얘기다. 소방대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다. 그만큼 가연물 등이 많이 쌓이고 제거되지 않으면 화재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피난ㆍ방화 전문가가 참여한 건축물 설계도 필요하다. 건축 설계를 하는 사람은 어찌 됐든 면적을 잘 뽑아서 비싸게 팔면 된다. 즉 활용성이 높으면 된다. 안전을 하는 사람과 건축을 하는 사람이 정반대 역할을 하는 거다. 실제 소방 전문가들이 참여해 설계ㆍ기획 단계에서부터 준공 단계까지 피난ㆍ방화를 관리해야 한다.
또 유지ㆍ관리를 고려한 피난ㆍ방화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무조건 설치하는 데 목적을 둘 게 아니라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관리인력 교육 방법도 실무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론 교육은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필요한 교육은 실무다. 현장에서 보고 만지며 스스로 수리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결과적으로 건축물이 안전해질 수 있다. 소방시설을 설치해 놓고 점검자가 점검하는 것 외에 모든 기능이 다 멈춰버려선 안 된다.
이 밖에 전문 관리인력 배치와 연기 배출 기준 마련, 방화문ㆍ방화셔터 내구연한 마련 등이 필요하다. 피난ㆍ방화 관리기준 강화와 보온ㆍ단열재 불연화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제연설비 구축ㆍ안정화로 최소한 소방관 진입 여건 만들어 줘야”
김성한 (주)더세이프 대표(소방기술사)
![]() ▲ 김성한 (주)더세이프 대표(소방기술사) © 김태윤 기자 |
최근 지하 10층에 주차장이 설치되는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다. 그런 장소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과연 소방관들에게 “들어가서 화재를 진압해 주세요”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연설비의 화재안전성능기준(NFPC 501)’ 제12조(설치제외)에는 특정소방대상물 내에 제연설비를 제외할 수 있는 조항이 담겨있다. 화장실과 목욕실, 주차장, 기계실, 전기실 등이 그 대상이다. 그래서 주차장은 전체 용도가 제연설비 설치 대상이더라도 제외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하 건축물설비기준규칙)’에선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바닥 면적 1㎡당 한 시간에 27㎥의 공기를 빼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이조차 하지 않는다. ‘건축물설비기준규칙’에서 정하는 수준의 약 30~6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실내공기질 관리법’에서의 환기량을 따르기 때문이다. 주차장 내 일산화탄소 등 나쁜 공기가 체류하지 않도록 하는 정도의 설비만 설치하는 셈이다. ‘실내공기질 관리법’은 안 지키면 큰일 나지만 ‘건축물설비기준규칙’은 법적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게 현실이다.
지하주차장 제연설비 법제화와 안전성 확보를 위해 고려할 사항에 대해 설명해 보겠다. 먼저 제연설비 적용 대상 면적은 ‘건축물설비기준규칙’에 근거해 2천㎡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 환기설비는 해외 기준을 준용할 때 10회전 이상이면 적당할 거로 보인다. 다만 이에 대한 심층적 검토가 필요하다.
또 환기시스템의 내열성, 송풍기 풍량 성능, 비상전원 등이 확보돼야 한다. 기류유인 팬은 천장부 연기를 하부로 확산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화재 초기엔 급ㆍ배기 팬만 가동해야 한다. 기류유인 팬은 소방대 도착 후 수동 작동해 연기를 적절히 배출시켜야 한다.
팬룸 간 이격거리 기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주차장 구조가 복잡해 직선 이격거리 산정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고 해외 기준 등을 참조해 제한사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성능은 CFD를 통해 확인하고 최종 준공 단계에선 핫 스모크 테스트(Hot Smoke Test)로 실제 연기를 발생시키고 이 연기가 설비 작동으로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지하주차장에 배연 또는 제연설비가 설치된다고 해서 화재 시 완벽하게 깔끔한 상태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한정 투자는 과도하다고 여길 수 있기에 최소한 소방관들이 진입해서 화재진압 여부를 판단하고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기차 화재 대응 시스템 성능 검인증 체계 등 정립 필요”
최누리 <FPN/소방방재신문> 기자
![]() ▲ 최누리 <FPN/소방방재신문> 기자 © 김태윤 기자 |
지하공간 전기차 화재 대응 시스템 등에 대한 표준화된 인증 체계는 현재로선 없는 실정이다. 많은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기술을 검증하고 있는데 소비자 입장에선 표준화된 기준이 없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시스템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해 섣불리 설치하기도 어렵다.
업체 입장에선 성능에 대한 검증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공식화된 성능 유효성을 인증받기 어렵다. 여러 연구기관 등에서 성능 등을 검증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마련한 인증 체계가 없다 보니 소비자를 만나 제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곤 한다. 결국 소비자는 실증을 진행하는 등 직접 결과를 확인한 후에야 시스템 도입 여부를 고민하게 된다.
국민 입장에선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실제 화재 시 어떻게 대피ㆍ대응해야 할지 막막한 실정이다. 물론 정부는 전기차 화재 시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건물 관계인 등은 초기에 대응하지 않을 시 법적 피해가 생길까 걱정이 앞선다. “정부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빨리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런 혼란은 기술 발전에 따른 과도기가 찾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기술 분야 관계자들이 지금처럼 연구ㆍ개발에 힘쓴다면 더 나은 미래가 다가올 수 있을 거로 기대한다.
“지하주차장 차량 화재, 효율적 대책은 스프링클러 신뢰성 확보”
고병용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방사업팀 팀장
![]() ▲ 고병용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방사업팀 팀장 © 김태윤 기자 |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3면 방화구획 설치 등의 요구가 늘었다. 기술ㆍ경제적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가이드라인으로 준수가 강요되자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입주자 부담이 증가하는 등 문제가 나타났다. 실효성이 있다면 당연히 설치하겠지만 LH는 3면 방화구획보다 스프링클러 작동 신뢰성을 높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하주차장 화재는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에 따라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인천 청라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대전 현대아울렛 지하주차장, 천안 불당동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아 피해가 매우 컸다. 반면 청주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군산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작동돼 피해가 최소화됐다.
재작년과 지난해엔 전기차 4대로 실증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실험 결과 상부 스프링클러만으로 인접 차량으로의 화재 전파를 차단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이 같은 결과에 소방청은 가이드라인 개정 전까지 3면 방화구획 등 검증되지 않은 소방시설 설치를 유예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해 10월 보내왔다.
스프링클러와 관련해선 준비작동식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다. 주수 지연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판단은 조금 다르다. 실증 실험을 통해 습식과 준비작동식에 대한 주수 지연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기후 환경으로 인해 동파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지하주차장은 준비작동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습식 시스템에 열선을 설치해도 동파가 나곤 한다. 열선 설치비와 전기 사용료 등 비용적 측면에서도 비교가 안 된다.
LH는 스프링클러 신뢰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개선 방안을 연구 중이다. 논인터락 시스템과 부압 건식 시스템 성능시험, 2차측 스프링클러 배관 부식억제제 시험시공 등을 진행했다. 전기차 화재 추가 실증을 추진하고 지하주차장 제연(배연)설비 설치 등도 검토할 방침이다.
“해답은 공기흡입형 감지기… 알람 레벨 제대로 세팅해야”
이영만 올라이트라이프(주) 부사장
![]() ▲ 이영만 올라이트라이프(주) 부사장 © 김태윤 기자 |
지하주차장 화재 위험성 부각으로 화재 조기 감지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며 공기흡입형 감지기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엔 지하주차장에 공기흡입형 감지기를 적용하라는 권장 사항을 내린 지자체도 있다.
공기흡입형 감지기를 설치하면 화재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건 물론 비화재보를 줄일 수 있다. 아날로그 감지기에 비해 시공비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
공기흡입형 감지기의 설치ㆍ유지는 화재안전기준, 제조는 ‘감지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을 따르게 돼 있다. 문제는 화재안전기준엔 공기흡입형 감지기 세팅 등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또 ‘감지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엔 공기흡입형 감지기 시험방법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다. 다만 가장 먼 곳에 뚫려 있는 홀에서 연기를 흡입했을 때 120초 이내에 감지돼야 한다는 기준은 있다. 이 시험만 만족하면 형식승인을 받을 수 있다. 다른 부분은 일반 아날로그 감지기와 같은 조건으로 시험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시공자의 지식 부족과 제조사의 계산 프로그램 미제공으로 공기흡입형 감지기의 알람 레벨을 일반 아날로그 감지기의 공칭작동농도인 5~10%로 설정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파이프 홀의 개수나 크기, 간격, 거리 등 설계 조건에 따라 연기 농도를 낮게 인식하는 걸 고려하지 못한 거다. 홀이 10개 정도 뚫려 있다고 가정하면 한 구역에서 실제로 연기가 많이 발생해도 화재를 인지하지 못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알람 레벨 세팅은 모든 현장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제조사는 설계ㆍ계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시공자는 이를 통해 알람 레벨을 설정해야 한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CFD를 기반으로 개발되며 국산 제품도 출시된 상태다. 외국 제품과 비교 시험한 결과 국산 제품도 우수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위험천만 주방ㆍ덕트 화재… 상업용 주방자동소화장치 설치 필요”
정명화 (주)포트텍 이사
![]() ▲ 정명화 (주)포트텍 이사 © 김태윤 기자 |
대규모 쇼핑몰이 점점 늘고 있다. 대형 쇼핑몰 지하엔 대부분 푸드코트 등 음식점이 입점한다. 이런 곳에서 초기 화재진압에 실패하면 덕트를 통해 다른 구역까지 확대돼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음식점 화재 시 초기 진압에 효과적인 상업용 주방자동소화장치를 소개하겠다.
식용유 화재는 K급 소화약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계속 재발화된다. 일반적인 소화약제는 가열된 식용유와 접촉했을 때 고열에 의해 거품이 파괴되면서 온도를 낮춰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K급 소화약제는 가열된 식용유와 접촉해도 거품이 파괴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단단해진다. 식용유는 일반적으로 350℃ 정도가 되면 자연발화한다. 하지만 K급 소화약제가 분사되면 약 1분 이내에 300℃ 아래로 온도가 떨어지게 된다.
상업용 주방자동소화장치엔 이 같은 K급 소화약제가 대부분 1ㆍ2보틀(Bottle) 형태로 들어간다. 후드와 덕트를 포함해 조리기구별로 노즐이 배치되며 조리기구 중 어느 하나에서라도 화재가 발생하면 연결된 모든 배관에서 약제가 분사되는 시스템이다.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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