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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①] 위험천만 분당 BYC 빌딩 화재… 천장 속 숨은 괴물 ‘EPS 단열재’
불길 거세고 연기 건물 집어삼켰지만 중상자 없이 35명 부상
일사불란 신속한 소방 대응과 침착한 시민 대처로 피해 줄여
1층 김밥 가게 주방서 시작된 불, 덕트 타고 삽시간에 번져
동떨어진 필로티 홀라당 태워… 범인은 ‘천장 속 EPS단열재’
최영, 박준호 기자   |   2025.01.09 [14:46]

▲ 지난 3일 오후 4시 37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BYC 빌딩에서 불이 났다.  © 독자 제공


[FPN 최영, 박준호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2025년 새해 벽두. 사무실과 음식점, 수영장 등이 입점한 대형 복합건축물에서 난 큰불로 온 국민이 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뻘건 불길은 1층 필로티 주차장을 가득 메웠고 건물을 집어삼킨 짙은 연기는 4㎞ 떨어진 곳에서도 뚜렷이 보일 정도로 거셌다. 특히 당시 건물 안엔 직장인과 상업시설 이용자, 수영장을 찾은 어린이 등 수백명이 넘는 사람이 있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연기를 흡입한 35명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는 작은 피해만 있었을 뿐 심각한 인명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소방에 따르면 화재 당시 해당 건물에 설치된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하면서 빠른 화재 인지가 가능했다. 굳게 닫힌 방화문은 연기 확산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화재 예방 관리를 잘 했던 게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소방의 섬세하면서도 일사불란한 대응과 재실자들의 차분한 대피는 인명피해를 줄이는 데 큰 몫을 했다.

 

크게 다친 사람이 없는 건 천만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화재 확산 경로와 불길이 커진 데엔 많은 의문이 남는다.

 

1층 음식점(김밥 가게) 주방에서 발생한 화재는 건물을 집어삼킬 듯 엄청난 위세를 보였다. 그런데 <FPN/소방방재신문>의 현장 취재결과 음식점 내부는 언제 불이 났었냐는 듯 너무나 멀쩡했다. 반면 상점 두 개를 지나쳐 코너를 돌아야만 나오는 1층 필로티 주차장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어찌 된 영문일까.

 

<FPN/소방방재신문>이 분당 BYC 빌딩 화재의 숨겨진 문제를 파헤쳤다. 첫 번째로 화재 당시 확산 요인을 취재했다. 다음 호에서는 잇따르는 주방화재의 위험과 대책을 심도있게 다룰 예정이다.

 

화재가 발생한 분당 BYC 빌딩은?

▲ BYC 빌딩은 지하 5층, 지상 8층, 연면적 2만5650㎡ 규모의 복합건축물로 은행과 빵집, 음식점, 병ㆍ의원, 일반 사무실, 수영장, 헬스장 등 각양각색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 FPN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위치한 BYC 빌딩은 지하 5층, 지상 8층, 연면적 2만5650㎡ 규모의 복합건축물이다. 은행과 빵집, 음식점, 병ㆍ의원, 일반 사무실, 수영장, 헬스장 등 각양각색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2002년 5월 8일 건축허가를 받은 뒤 2005년 7월 15일 사용승인이 이뤄졌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주 용도는 근린생활시설과 판매ㆍ영업시설로 분류된다. 지하 5층부터 지하 2층까지는 주차장, 지하 1층은 헬스장과 수영장 등이 입점해 있다. 지하주차장은 총 178대, 1층 필로티 주차장엔 16대의 주차 면이 구축됐다.

 

지상 1층은 음식점과 약국, 2층은 은행 등, 3층은 병ㆍ의원 등을 운영했다. 4층은 학원 등이 있고 5층부턴 다양한 업종의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다. 분당구 최고 번화가인 야탑역 바로 앞에 자리한 이 건물에는 수십 개의 다양한 영업시설이 있어 하루 유동인구만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의 침착한 대응 빛났다… ‘중상자’ 없이 1시간 24분 만에 완진

BYC 빌딩에서 불이 난 건 지난 3일 오후 4시 37분께다. 1층 음식점 주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한 소방은 다수 인명피해를 우려해 오후 4시 41분께 선제적으로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2분 후 현장에 도착한 소방은 동시에 대응단계를 2단계로 상향하고 소방대원 248명을 투입해 화재진압과 구조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시 건물 안엔 300명이 넘게 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소방에 따르면 해당 건물엔 자동화재탐지설비와 스프링클러, 옥내소화전, 비상방송설비, 완강기 등이 구축돼 있었다. 화재 당시 경보설비는 정상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하 수영장에 있던 초등학생 수십 명과 헬스장 이용객들은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119상황실에선 신고자들과 통화하며 무리한 피난보단 지하층으로의 대피를 유도했다. 또 일부 지상층 재실자에겐 옥상 피난을 권했다. 이 건물 옥상이 평소 이용객들의 흡연 구역으로 운영돼 옥상 출입문으로 무리없이 대피할 수 있었다. 미처 사무실을 빠져나오지 못한 시민에겐 창문을 열어 환기하며 구조를 기다리도록 조치했다.

 

▲ 불이 난 BYC 빌딩에 투입되는 소방대원들  ©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소방은 불이 급속도로 번진 1층 필로티 주차장에 집중 방수함과 동시에 건물 내부로 구조대원을 투입해 재실자 전원을 무사히 구조했다. 지하층에서 50명, 지상 5ㆍ6층에서 각각 20명, 옥상으로 대피한 150명 등 총 240명을 구조했다. 70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35명이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의 지체 없는 작전과 시민의 신속한 대처가 더해져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게 소방의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소방은 옥상으로 피난한 구조대상자들의 방한을 위해 성남시청에 모포 지원을 요청하고 인근 버스를 동원해 피난자를 보호하는 등 세심한 구조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불은 화재 발생 1시간 24분 만인 오후 6시 1분께 모두 꺼졌다.

 

1층 음식점 주방서 시작한 불길, 덕트 타고 번져

▲ 최초 발화지로 알려진 김밥 가게 주방. 합동 감식 결과 불은 튀김기에서 솟구친 불씨가 기름때가 낀 배기덕트에 착화해 시작됐다.  © FPN


소방과 경찰 등에 따르면 분당 BYC 빌딩 화재는 1층 음식점 주방에서 시작됐다. 사고 사흘 뒤인 지난 6일 최익수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부장은 “합동 감식 결과 불은 1층 김밥 가게 튀김기에서 시작됐다”며 “튀김기에서 솟구친 불이 기름때가 낀 배기덕트를 타고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조리 시 발생한 연기와 열기를 빼내는 덕트가 불길을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 셈이다.

 

▲ 김밥 가게 조리대 직상부 후드 속 배기덕트  © FPN

 

최 수사부장은 또 “이 덕트는 건물 공동 환기구에 연결된 게 아니라 외부 주차장으로 연기가 빠져나가도록 설치돼 있어 화염이 다른 층으로 번지지 않았다”면서 “만약 공용 환기구로 불길이 번졌다면 피해는 더 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길이 건물 내부가 아닌 실외로 향한 덕에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순식간에 수십m까지 번지는 위험천만 덕트 화재

음식점 주방 덕트로 불씨가 이동해 대형화재로 번진 사고는 이번 만이 아니다. 2018년 2월 3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 3층 푸드코트 내 한 피자집에서 불이 났다. 화재는 직원이 화덕에 불을 붙이다 그 불씨가 덕트 내 기름 찌꺼기에 붙으면서 시작됐다. 불은 덕트를 타고 약 60m 떨어진 복도 통로 천장 배기덕트와 공조덕트로 순식간에 번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환자와 보호자 등 3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큰 소동을 빚었다.(관련기사: [최영 기자의 '火談'] 신촌 세브란스병원 푸드코트 화재)

 

남양주 부영애시앙 주상복합 화재는 덕트가 불길의 경로가 돼 번진 대표적인 사례다. 2021년 4월 10일 발생한 이 화재는 1층의 한 중국음식점 조리대에서 처음 시작돼 상부 환기구를 타고 천장 속 덕트로 옮아붙으며 급속히 확대됐다.(관련기사: [집중취재] 남양주 부영애시앙 화재, 피해 컸던 이유는?)

 

이 불로 건물 내 60개 점포가 소실됐고 직선거리로 약 32m 떨어진 필로티 형태의 1층 주차장으로까지 옮겨가 차량 40대를 태웠다. 이 불로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소방서 추산 94억원의 재산피해액이 발생했고 1천여 명 이상이 이재민이 됐다.

 

건물 내 덕트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인체 혈관처럼 천장 곳곳에 연결돼 있다. 세브란스 병원과 부영애시앙의 경우 발화지 덕트가 건물 내부 공조시설과 이어져 수십m 거리까지 불이 급속도로 번져 피해를 키웠다.

 

그러나 BYC 빌딩은 달랐다. 발화지 음식점과 연결된 덕트는 지상 필로티 주차장 벽면과 맞닿아 있었다. 김밥 가게 주방 후드에서 필로티까지 연결된 덕트 길이는 1m도 채 안 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만약 덕트가 건물 내부 천장을 타고 다른 상업 시설이나 복도 또는 상부층 옥상으로 연결되는 등 길게 뻗어있었다면 더 큰 화재로 이어졌을 공산이 크다.

 

▲ 김밥 가게 덕트. 이 덕트는 1층 필로티 주차장 천장과 반자 사이에 설치돼 있었다. 다행히 외부로 빠져나가도록 설계돼 큰 화를 면했다. 만약 공용 환기구에 연결됐다면 피해는 훨씬 컸을거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 FPN

 

<FPN/소방방재신문>이 사고 후 직접 현장을 확인한 결과 건물 내부는 생각보다 깨끗했다. 이는 덕트를 타고 번진 불길이 다른 구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1층 대부분의 공간에서 메케한 냄새가 났지만 그을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불 키운 괴물은 주차장 천장에 가득했던 ‘EPS 단열재’

▲ 1층 김밥 가게에서 시작된 불로 소실된 1층 필로티 주차장. 천장에 덕지덕지 붙은 EPS 단열재로 덩치를 키우면서 DMC 반자마감재까지 모두 태웠다.  © FPN


이번 화재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1층 필로티 주차장이다. 이곳은 불이 시작된 음식점과 방향 자체가 아예 다르다. 거리도 약 20m(도보 기준)나 떨어져 있다. 왜 이곳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걸까.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이번 화재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한 범인은 바로 EPS(Expanded Poly-Styrene) 단열재인 것으로 확인됐다.

 

화마가 휩쓸고 간 천장 면에는 타고 남은 EPS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10㎝ 정도 두께의 EPS는 필로티 주차장 천장 면을 가득 메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BYC 빌딩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한 층 바닥면적은 1915㎡ 정도다. 이 중 1층의 실내 공간면적은 1215㎡다. 이를 제외하면 필로티 주차장 구역의 바닥면적은 700㎡가량으로 계산된다. EPS 또한 바닥면적과 동일하게 천장을 에워싸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분당 BYC 빌딩 필로티 천장에 설치된 EPS 단열재는 10㎝ 두께로 시공된 것으로 파악된다. 주차장의 바닥면적이 약 700㎡인 걸 고려하면 엄청난 양의 먹잇감이 천장을 에워싸고 있던 셈이다.  © FPN

 

흔히 스티로폼으로 불리는 EPS는 값이 싸고 열 차단율이 높아 건축 현장에서 단열재로 많이 쓰인다. 그러나 불에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다. 인화성이 높고 연소 시 다량의 유독가스를 내뿜기 때문이다.

 

2015년 의정부 대봉그린 아파트(5명 사망, 125명 부상),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29명 사망, 40명 부상), 2018년 밀양 세종병원(47명 사망, 112명 부상) 화재 때에도 EPS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피해를 키웠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발화지인 음식점 덕트는 1층 필로티 주차장 천장과 반자 사이에 설치됐다. 이 덕트는 다시 플라스틱 재질의 주름 덕트로 연결돼 있었다. 음식점 덕트를 타고 확산한 불길은 얇은 소재의 주름 배관을 태우고 천장에 덕지덕지 붙은 EPS를 만나 삽시간에 덩치를 키웠다. 화재 당시 엄청난 화염과 유독가스를 뿜어낸 이유로 꼽힌다.

 

그나마 필로티 반자를 플라스틱 소재가 아닌 불에 강한 금속재로 마감하고 건물 외벽은 드라이비트나 복합패널 등이 아닌 석재 구조로 건축돼 있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최영, 박준호 기자 fpn0@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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