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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경청의 다른 해석
경기 파주소방서 이숙진   |   2024.12.02 [10:30]

‘소통과 경청’

 

누구에게나 많이 익숙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모두가 ‘소통’을 잘하고 싶어 하고 스스로는 ‘경청’을 잘한다고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본인 스스로 소통이 안 된 경험이 있거나 잘하지 못하면 소통이라는 단어에 매우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고민이나 중요한 얘기를 꺼냈을때 동문서답한다거나 본인 말만 하는 관리자가 있다. 이런 관리자는 소통과 경청이 어려운 유형이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당장 골치가 아프다고 생각하거나 그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으면 이런 식으로 대하곤 한다. 혹은 이미 머릿속에 본인 고민과 생각이 가득해 상대방의 이야기를 허투루 듣는 경우일 수도 있다.

 

말만 번지르르하고 언행일치가 안 되는 실무자는 가장 대하기 힘들고 답답하다. 말로는 모든 걸 다 한 것처럼,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는 이해하지 못했거나, 영혼 없이 대답만 하거나, 능력이 없어 할 수 없지만 일단 대답만 해놓고 보는 유형들이 그렇다.

 

일부 관리자는 ‘능력이 안 돼도 의지가 있으니 그러면서 노력하는 게 아니겠냐’고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실질적인 결과물이 없으면 ‘일부러 나를 골탕 먹이려고 하나’라고 오해할 확률이 높다.

 

실무자와 관리자 모두 언행일치가 중요하고 신중한 의사 표현이 신뢰의 바탕이 된다. 본인 생각만 옳다고 강요하면서 고집을 꺾지 않는 관리자를 만나면 괴롭다. 반대로 관리자가 지시하는데도 관리자보다 의견과 생각이 많아 본인 생각만 강하게 어필하는 실무자와도 잘 지내기 어렵다. 

 

실무자를 경험한 후 관리자가 돼 보니 과거 내 관리자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스스로 민망해지는 순간도 있다. 꼭 그 길을 가봐야만 알 수 있나 싶지만 지나온 시간은 지금이니까 알 수 있는 게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과거 내가 만난 동료 내담자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소방 조직과 동떨어지지 않았다. 나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다.

 

앞으로 진행될 회차에서는 직업윤리 부분을 고려하고 내용을 조금 각색ㆍ재구성해 다양한 사례를 공유해보려고 한다.

 

“직원들 사정 봐주고 싫은 소리 안 하면서 윗사람이 지시한 업무도 잘 해내려니 내가 죽게 생겼어요. 나 때는 남 직원이 육아휴직을 한다는 건 찾아볼 수도 없던 시절이었는데 이젠 육아가 모든 일에서 우선순위가 되다 보니 직장에서 육아해야 하는 직원과 함께 근무한다는 게 때론 힘들기도 해요. 물론 저출산 시대고 시절이 변했으니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팀을 꾸려가기 힘든 게 사실이에요”

 

50대 중견 간부가 힐링프로그램 참석차 방문했을 때 털어놓은 고민이다. 나 또한 육아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꼈지만 이미 지난 과거고 지금은 잊은 순간들이다.

 

물론 미취학 아동을 보육하며 직장에 서운하고 속상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 팀장님은 아이가 아파서, 아이 돌볼 사람이 없어서 매번 칼퇴하고 회식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어떠셨을까’.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됐다. 그 시절 내 1순위는 육아였기에 직장도 가정이 행복하기 위한 곳으로 생각했다.

 

게다가 내 사정을 당당하게 어필하고 이해받으려 했었다. 마치 직장이 나를 위해 당연히 배려해 줘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과거나 요즘이나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직원은 아이를 잘 양육하기 위해 직장을 다니고 이미 양육이 끝난 관리자는 직장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데서 어려움이 발생한다.

 

과거 힘들던 시절은 잊히기 마련이고 인간의 속성상 눈앞에 당장 힘든 일만 보이니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며 공존해 나갈 수밖에 없다.

 

“아래 직원에게 정말 잘해주면 안 되는가 봐요. 잘 해주려고 배려하고 보직을 줬는데 막상 문제가 생겼을 때 얘기를 하니 ‘왜 사정을 고려해 주지 않냐, 왜 틀린 걸 지적하냐’며 서운해하기만 하더라고요. 이래서 선배님들이 아래 직원들한테 잘해줘 봐야 소용없다는 말을 했었나 봅니다”

 

사람에게 받는 상처는 다양하다. 내가 마음 준 만큼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서운한 법이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가족보다 더 잘해준 것 같은데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아무리 이치에 맞는 말이라도 윗사람이 지적하면 기분 나쁠 수 있다.

 

평범한 사람은 다신 그런 지적을 받지 않도록 조심하고 노력할 거다. 하지만 일부는 관리자의 지적이 자존심 상하고 ‘잘하고 있는데 왜 이리 날 못살게 구나’라며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건 실무자의 개인 역량이기 때문에 고칠 수 있거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런 성향인 줄 알면 그에 맞도록 처신하는 게 문제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

 

“우리 센터직원은 말만 엄청 번지르르해요. 일도 꽤 잘하고 처신을 잘하는 것처럼요. 남들이 볼 땐 시원시원하게 대답하고 예의도 엄청 바른 줄 알아요. 그런데 딱 그게 다예요. 정작 말처럼 본인 행동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남들에게 보이는 것만 신경 써요. 어떤 날은 그 직원이 나를 엿 먹이는 건가 싶기도 해요”

 

말과 행동이 일치하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언행일치가 쉬운 일은 아니다. 계획하고 생각한 대로 움직이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여러 변수가 있다 보니 정작 잘 안 될 수 있다. 내가 못하는 일도 다수 있다.

 

사실 개인의 의도나 동기가 가장 중요한데 그 잘 보이지 않는 동기는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보니 상대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보고 주관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막상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왔더라도 설명하면 되는데 설명도 없고 심지어 잘못을 인지조차 못 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관리자로서는 ‘실무자가 일부러 날 골탕 먹이려고 하나’라며 오해할 수 있다. 서로 이 부분에 대해 오해의 골이 깊어지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수도 있다.

 

“사실 소방서에서 업무 평가의 최고는 심사승진인데 단순하고 쉬운 일이 아니에요. 관리자가 챙겨줄 수 있는 거라곤 성과급이나 포상인데 성과급은 이제 막 승진했다고 안 주고 좋은 포상은 기회조차 오지 않아요. 처신을 잘못하고 있어서인지, 일부러 부려 먹다가 버릴 사람으로 분류된 건지… 서에서 가장 힘든 일을 하며 고생하는 것 같은데 아무 소용 없더라고요. 그냥 ‘출근하다 사고가 나서 한 달만 병가를 내고 안 나갈까?’ 이런저런 고민이 되고 내근에서 하루하루 버티려니 죽을 맛입니다”

 

과거 내근은 일부 선택받은 직원만 할 수 있는 업무였다. 외근보다 승진도 월등히 빨랐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부터 근속연수가 단축되고 시험승진 비율이 높아지면서 더는 심사승진이 내근의 장점이 아닌 게 돼 버렸다.

 

물론 본부와 일선 서를 비교하면 아직 본부가 1~2년 빠르긴 하지만 서 내근업무 담당자가 현장 직원보다 심사승진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막 승진한 직원에게 내근업무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는데 상대적으로 적은 수당과 긴 근무시간, 갑자기 처리해야 할 행정업무, 그 외 눈치껏 움직여야 하는 것들이 그들을 지치게 한다. 고생한 만큼 승진이라는 기쁨이 따라오면 좋겠지만 심사승진이란 게 관운도 있어야 하고 노력에 비례하는 게 아니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평가라는 부분도 있다 보니 본인 딴엔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고 느껴도 사실상 평균 수준이었을 수 있다. 안타깝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조직의 생리다.

 

“요즘 같은 시대에 결재문서를 프린트로 뽑아 수기결재를 받고 온나라시스템으로 상신하는데 기본 다섯 번이고 열 번까지 수정해도 결국 첫 번째 작성한 문서로 결정이 돼요. 진짜 수정이 필요했던 건지, 괴롭히려고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

 

어떤 의미가 내포돼 있는지 사실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추정컨대 제대로 업무를 가르쳐 주고 싶었거나, 정말 문서 내용 또는 틀에 문제가 있었거나, 관리자의 취향이 확고한데 그걸 맞추지 못했거나, 서로 간 생각하는 방향이 너무 달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거나, 그냥 그게 원래 일하는 방법이라는 신념이 있거나, 직원을 훈련시키려는 방법이었을 수 있다. 물론 그때그때 기분이나 생각에 따르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일관성이 있으면 예측이 될 텐데 일관성마저 없는 관리자에게 결재를 받는다는 건 난도가 있는 일이다. 종이와 불필요한 일 줄이기를 놓고 보면 맞지 않는 행정이기도 하다. 전자기기를 사용해 결재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수기결재 후에 온나라 상신이라는 게 이해되지 않기도 한다.

 

결재문서는 상신하기 전에 의도나 취지를 한 장으로 요약해 구두 보고하는 건 관리자에게 사전 검토를 받는 과정이라 이해가 된다. 하지만 여전히 불필요한 행정이 남아 있는 건 사실이지 싶다.

 

관리자와 실무자 입장에는 당연히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서로 처한 상황과 기본 성향이 다르기에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실질적인 소통과 열린 귀로 경청하지 않으면 삐걱대는 순간이 온다. 

 

결국 세대 간, 계급 간 소통과 경청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꼭 필요한 건 서로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준비와 노력이다.

 

경기 파주소방서_ 이숙진 : emtpara@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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