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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19] 소방공무원과 함께 ‘101층 마천루’ 정상에 오르다
2024년 제3회 전국소방공무원 해운대 엘시티 계단 오르기 대회
방화복 입고, 공기호흡기 메고, 방화헬멧 쓰고 30분 20초 만에 완주
박준호 기자   |   2024.12.02 [10:30]

‘101’, ‘411’, ‘2372’.

 

얼핏 보면 전화번호 같기도, 누군가의 비밀번호 같기도 한 이 숫자들. 전혀 조합되지 않을 것 같은 수의 나열이 궁금하지 않나. 

 

 

2024년 10월 30일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윤슬이 일렁이는 해운대. 그곳에서 ‘제3회 전국소방공무원 해운대 엘시티 계단 오르기 대회’가 열렸다. 우리나라에서 제2롯데타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해운대 엘시티. 층수는 101층, 높이는 411m, 계단은 자그마치 2372개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전국 소방공무원의 체력 증진과 화합을 위해 2022년부터 엘시티 계단 오르기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계단 오르기 대회가 일회성 이벤트라고 여기는 분도 많을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에선 수직 마라톤(달리기)으로 불리며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

 

역사 또한 오래됐다. 수직 마라톤 대회는 1978년 뉴욕 마천루의 상징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두바이와 홍콩, 중국, 대만 등 전 세계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에서 수직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63빌딩에서 열린 게 시초다. 최근엔 제2롯데월드, 송도 포스코타워 등에서도 진행 중이다.

 

 

올해 해운대 엘시티 계단 오르기 대회 지원자는 1200명이 넘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부산소방은 안전 문제로 952명의 참가자만 수용하기로 했다. 이들은 한두 달 전부터 계단 오르기 연습을 하는 등 대회에 임하는 자세가 사뭇 진지했다.

 

사실 첫 대회 이후 FPN은 이 행사에 참여할 명분(?)이 없었다. 제1회 대회 때 최누리 기자가 특별참가 부문(기자) 1등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방화복을 입은 채 약 1m 20㎝에 달하는 엄청나게 긴 다리(본인은 부인하지만 키가 190㎝;;)로 성큼성큼 올라간 그는 30분 30초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으로 FPN의 명예를 드높였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제2회 계단 오르기 대회에서 한 통신사 기자분이 방화복에 공기호흡기까지 메고 24분 30초 만에 완주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실화인가…?).

 

그러자 부산소방 홍보팀 관계자분께서

 

“박 기자님, FPN에서 1위를 탈환해야지예~ 

기록 깨야지 않.켔.습.니.까?”

 

대답한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렇게 얼떨결에 나의 도전이 시작됐다. 최근 러닝을 꾸준히 해왔던 터라 체력이나 지구력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달리기와 계단 오르기는 완전히 다른 종목이라고 하니 걱정이 앞섰다. 

 

게다가 대회 앞뒤로 있는 마라톤(춘천ㆍJTBC, 물론 10㎞ ^^;)을 준비하다 무릎에 염증이 생겨 버렸다. 

 

‘1위 탈환은 고사하고 완주나 가능하려나…’

 

그래도 이왕 하는 거 소방공무원분들처럼 방화복을 입고, 공기호흡기를 메고, 방화헬멧을 쓰고(구조화 제외) 도전해보기로 했다(그래야 혹시 완주를 못 하더라도 대표님, 부장님께 변명은 할 수 있으니까…).

 

 

소방기자 경력 5년 만에 처음으로 방화복을 입어봤다. 내피를 제거했는데도 굉장히 뻣뻣하고 무거웠다. 500℃에 달하는 열기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특수피복이라 불편할 거라곤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공기호흡기보다도 방화헬멧이 유난히 무거웠다. 그간 소방공무원분들은 이런 상태로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재난 활동을 하셨다니…. 경외심마저 들었다.

 

 

야무지게 챙긴 에너지 젤을 먹고 출발대 앞에 섰다. 출전한 13명의 기자 중 4번째다. 경쟁자들을 곁눈질로 살폈다. 유난히 몸이 좋으신 분이 있어 저분이 지난 대회 우승자이신가 했다.

 

그런데 김만수 부산소방 홍보팀장으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었다.

 

“지난 대회 24분으로 완주하신 기자님이 

오늘 안 오셨습니다. 모두 파이팅하십쇼!” 

 

빈집털이범(?)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출발을 해서 한 층을 올랐는데도 여전히 1층이었다. 계단참 두 개를 지나야 다음 층으로 도착하는 구조다.

 

‘허허…. 그럼 202층이나 다름없네?’

 

망연자실했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었다. 

 

“빠르진 않지만 결코 떨어지지 않는 

꾸준한 페이스로 오르자!”

 

전략을 세운 후 10층까지 올랐다. 그런데 11층부터 갑자기 종아리가 땅기기 시작했다. 산을 제외하곤 이렇게 많은 계단을 오른 적이 언제였나 기억조차 나지 않으니 그럴만했다.

 

 

20층에 오르니 급수대가 있었다. 50층까진 가야 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마실 수 있음에 안도감이 들었다. 종이컵에 따라 벌컥 마신 물은 그 어떤 이온 음료보다 맛있었다.

 

25, 30, 35, 40, 45, 48….

 

초고층 건축물은 입주민이 유사시 피난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중간층을 피난안전구역으로 조성한다. 당연히 그곳에 물이 있을 거로 생각해 그리 힘들지 않았다. 예측할 수 있으면, 희망이 보이면 그리 힘들지 않은 법이다.

 

문제는 50층부터였다. 계단실이 외기와 닿지 않아 숨이 더 차올랐다. 그리고 같은 풍경(사실 풍경이 아니고 그냥 콘크리트), 같은 방향으로 계속 돌면서 오르니 지루함도 밀려왔다.

 

“괜찮아. 할 수 있어! 힘들지 않아. 금방 끝나”

 

 

출발부터 숱하게 자기암시를 걸었지만 지상과 멀어질수록 나사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래. 피니시 라인이 101층이니 한 층을 1%로 계산하자. 60%, 70%, 80%, 90%….”

 

 

고지가 보여서였을까. 외려 90층 이후부턴 그리 힘들지 않았다. 마침내 101층에 올랐고 결승점을 통과했다. 기록은 ‘30분 20초’.

 

 

소방공무원분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데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범벅일 정도로 녹초가 됐다. 그러나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랐다는 사실에 마음은 성취감, 뿌듯함으로 100% 차올랐다.

 

‘소방공무원분들은 이렇게 힘든 걸 매번 어떻게 하는 걸까?

지금껏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국민을 지켜주셨던 거구나’

 

 

영상과 사진, 인터뷰를 통해 늘 고생하는 걸 알곤 있었지만 이렇게 체험을 해보니 더 크게 와닿았다.

부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KTX에서 아주 오랜만에 SNS에 게시물을 올렸다.

 

“전국 모든 소방관분들, 늘 감사드립니다!

 항상 안전에 유의하며 소방활동 하시길!”

 

 

‘FPN TV’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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