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락흔 오류 관련 논쟁
1. 오류 1: 단락흔이 발견된 곳이 최초 출화지점이라는 단정
[그림 1]은 소파 옆 쓰레기통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천장 등기구의 유일한 단락흔과 좌측 소파 패턴 등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단락흔이 발생한 화재실험 사례다.
이 사례는 연소확대 과정 중 출화지점에서 떨어진 등기구와 천장 반자 위 옥내배선에서 단락흔이 발견됐기 때문에 출화지점 추정 시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다.
[그림 1]의 (A)는 현장 사진으로 화재조사관 설문조사 시 대부분 소훼가 심한 소파 좌측 모서리 또는 단락흔이 발견된 형광등을 최초 출화지점으로 추정했다.
[그림 2]의 (B)를 보면 15m 길이의 컨테이너 좌측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환기 지배 조건과 천장류(Ceiling Jet)에 의해 우측이 화재로 인한 소훼가 심하고 단락흔이 발생된 사례다. 출화지점과 단락흔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 [그림 2]와 같이 화재 현장에서 단락흔이나 화재패턴만으로 최초 출화지점을 단정해 추정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연소확대 경로 해석이 없는 단락흔을 근거로 한 최초 출화지점 추정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2. 오류 2: 열용흔이 발견된 곳은 최초 출화지점이 아니라는 단정
[그림 3]의 (B)는 최초 출화된 선풍기 상부의 등기구 연결 전선에서 단락흔이 있는 전선을 수거해 조직 분석 시 수지상 조직과 용흔부, 전선부의 경계면이 나타나지 않는 등 전선조직형태로는 열용흔 특성이 있어 열용흔으로 판정할 수 있는 오류가 생길 수 있다.
특히 화재실험 중 이 단락에 의해 배선용 차단기가 트립된 걸 확인했으나 조직은 열용흔으로 판정됐다. 이는 뭘 의미할까? 전선조직 에칭기법에는 신뢰성이 없다는 걸까?
[그림 3]의 (C)는 최초 출화된 선풍기 전원 스위치 부분의 내부 전선 용흔이 단락흔으로 분석됐다. 즉 해당 용흔의 모양과 조직, 분석기법 등이 중요한게 아니라 열용흔이 환경에 노출됐는지가 먼저 분석돼야 하지 않을까.
즉 플래시오버(Flashover) 전후의 현장에서 수거한 열용흔인지, 화재 화중이 높은 건물이었는지, 수거된 전선이 화재실 Hot zone 또는 Cold zone에 있었는지 등 노출된 환경조건을 먼저 판단해야 한다.
지난 호 [표 1]에서 단락흔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방식을 언급했다. 응용단계로서 실험실 환경에서 인위적으로 단락을 발생시키고 설정한 고온 환경에 전선을 노출시킨 후 전선의 용흔 조직ㆍ특성을 분석한 기법이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로 단락흔 여부를 명확하게 판정하는 절대적인 분석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림 4]는 컨테이너 실화재 시험 전 인위적으로 단선과 연선 타입의 전선 단락흔을 만들어 컨테이너 내부 실내 온도를 측정하는 열전대(Thermocouple) 포인트 부분에 같이 부착한 뒤 실화재(플래시오버 이후) 이후 단락흔 시료를 회수해 모양ㆍ단락흔 조직의 열변형을 분석한 사례다.
최근 3년간 컨테이너 화재실험 시 이 같은 조건으로 수행했다. 플래시오버 상황에서는 컨테이너에 설치된 단락흔 시료가 상부일수록, 연선 타입일수록 단락흔이지만 수열을 받아 열용흔의 변형된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참고로 화재 현장에서 수거한 단락흔 대부분은 실험실과 달리 여러 탄화물로 오염된 상태다. 이는 많은 의미를 지닌다. 열용흔으로 변형된 단락흔이 단순하게 1천℃ 이상에 노출되는 시간만이 변형을 일으키는 주요 인자가 아니다.
냉각된 환경, 특히 화염과의 접촉 또는 고온층에서의 노출, 용융점인 낮은 금속과의 혼합, 온도 상승 속도(충격) 등도 금속조직과 관련된 요인들이다.
이는 화재 현장에서 플래시오버 전ㆍ후 여부를 기준으로 단락흔이 발견된 장소가 화재의 어느 단계에서 수거한 전선인지, 진압과정 중 어떤 상태였는지 등 화재 발생에서부터 진압, 화재감식을 통한 발굴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환경적 변수가 고려된다.
다른 실험과 병행해 최근 3년간 컨테이너 실화재 실험 시 이러한 변수조건을 찾기 위해 동일한 지점에 실시간 온도변화를 측정하는 열전대 온도 포인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림 4]의 (A)와 같이 컨테이너 내부 3포인트를 천정부, 중간 높이, 바닥부로 한 후 생성한 단락흔을 부착해 온도변화를 측정했다.
에피소드지만 초기에는 플래시오버된 현장에서 열전대에 부착한 단락흔의 수거율이 낮았다. 단지 온도 변화뿐 아니라 방수압력에 의한 소실, 하락 후 용융된 물질 속에서 응고, 철판과의 용융ㆍ부착 등 많은 경우의 수가 있었다.
그만큼 현장에서 발견된 전선의 용흔들이 많은 환경 변수에 노출됨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단락흔 판정을 통한 출화지점 추정
최근 화재감식기사 등을 통해 화재조사업무 경험이 많지 않을뿐더러 처음 수행하는 조사관이 많아지고 있다. 현장 화재조사관들과 화재조사업무 관련 통화 시 단락흔인지 아닌지만 알려달라고 하거나 감정물 의뢰 시 단락흔만 보내는 경우가 많다.
통화가 길어지면 결국 단락흔 유무 판정을 통해 최초 출화지점을 판단한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여기에 딥러닝을 통한 관련 단락흔 판정 애플리케이션에서도 현장에서 발견된 용흔이 단락흔이라고 언급한다며 출화지점 판정은 객관적인 팩트라고 한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이는 각각 개별적인 사항이다.
화재로 소실된 화재 현장에서 최초 출화지점을 추정하고 원인을 도출하는 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왜 생각들이 많아질까요?”
화재 현장은 단락흔 여부만 판정하는 게 아니라 관계인 증언과 단락흔, CCTV 영상, 화재패턴, 최초 선착대 도착 시 화재 상황, 해당 건물의 전력공급 데이터, 스프링클러 등의 소방설비 작동 시점, 화재진압 시 창문 개구부 열림 또는 주수에 의한 건물 내부에서의 열 흐름 변화, 단락 형성이 전원 라인 또는 누전라인을 통한 건지, 배선용 차단기의 정격차단용량 등 고려사항이 참 많기 때문이다. 아마 미래에는 현장에 있는 사물인터넷 등으로 인해 고민해야 할 로우 데이터가 더 많아질 거다.
단락흔 형성과정과 생성된 전ㆍ후 환경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으면 여러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화재 화중이 높고 수열이 매우 강한 공장화재 등에서 생성된 용흔의 조직을 단락흔인지, 열용흔인지 꼭 확인해봐야 하는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대부분 열용흔이다. 단락흔이 열용흔으로 변한 경우가 많아서다.
변수가 너무 많은 화재 현장에서 단락흔이라는 하나의 변수에 집착해 다른 변수들을 도외시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빠질 때도 많다. 열용흔이라고 출화지점에서 단정해 배제할 수 없다는 걸 꼭 말하고 싶다. 결국 이 글을 읽은 화재조사관에게 고민을 추가하는 얘기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NFPA 921(Guide for Fire and Explosion Investigations) 9.1.1과 9.11.10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The presence of electrical wiring or equipment at or near the origin of a fire does not necessarily mean that the fire was caused by electrical energy’ [9.1.1]
‘A bead on the end of a conductor in and of itself does not indicate the cause of the fire’ [9.11.10]
국립소방연구원_ 김수영 : sykim00@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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