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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칼럼] 오도 가도 못하는 구급대원들에게 희망까지 뺏을 작정인가
119플러스   |   2024.10.02 [10:00]

‘응급실 뺑뺑이’를 두고 보이는 소방청의 모습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연일 언론에서 응급실 뺑뺑이 관련 기사를 보도하자 소방청은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해명을 내놓기 바쁜 요즘이다.

 

9월 12일 소방청은 ‘구급현장 활동 관련 언론대응 유의사항 알림’이라는 내부공지를 전달했다. 이 공지에는 “언론대응과 관련하여 부적절한 사례가 발생한 경우에는 경위 및 내용 등 사실관계를 조사하여 관련 절차에 따라 적의조치할 예정”이라는 경고성 글귀도 포함됐다. 함부로 언론과 접촉하면 징계까지 불사하겠단 의미로 해석되면서 조직 내부에선 원성이 이어졌다.

 

같은 날 소방청은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119구급대 재이송 46% 증가’라는 제목의 한 언론 뉴스와 관련해 설명자료를 냈다. 여기엔 구급 환자 재이송은 병원의 환자 거부와는 다른 개념으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병원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현장 구급대원들은 서운함과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일선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환자를 치료해줄 병원을 찾고 있는데 결국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병원을 찾지 못해서 재이송을 해왔단 거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지친 구급대원의 편이 돼주지 못할망정 정권의 눈치만 보고 있는 모양새가 아니겠냐”는 쓴소리도 나왔다.

 

추석 명절을 앞두곤 소방청장이 직접 나섰다. 9월 13일 개최된 ‘전국 지휘관 회의’에서 그는 일선 구급대원들에게 언론과의 접촉을 지양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사람의 의견이 전체 의견으로 비칠 공산이 크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는 곧 도화선이 됐다. 급기야 소방노조까지 문제 삼으며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소방관 입틀막이 비상응급 대책인가!’라는 성명서를 낸 노조는 “소방청이 군사정권도 아닌 현재 연일 통제를 넘어선 탄압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119대원들은 힘겨운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고 곪을 대로 곪아 터진 것이 지금의 실상”이라며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힘들고 지친 구급대원들을 힘으로 통제하고 탄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어루만져주는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선 대원들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를 일으킨 꼴이 됐다.

 

일각에선 “소방청이 왜 이렇게까지 해명에만 급급한 걸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이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이 유독 이 사안에 대해서만 해명에 목매는 소방청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응급실 뺑뺑이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 가짜 뉴스”라고 단언하며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성을 강하게 부정했다. 이런 가운데 최일선에서 병원 전 환자 이송과 처치를 담당하는 119구급대원들의 실상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결국 정부 기조와 현실의 엇박자가 그대로 국민에게 노출됐다. 소방청이 이렇게까지 나서 조직 단도리에 나선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최일선에서 환자를 마주하는 현장 구급대원들에 따르면 4년 전 ‘코로나19’ 발생을 기점으로 병원의 수용거부는 현저히 늘었다. 엔데믹 이후 소폭 감소했지만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으로 인한 ‘전공의 사직 사태’가 발생하면서 또다시 응급의료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소방청이 119구급대원은 물론 6만7천여 명 소방공무원의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그들의 입을 틀어막을 게 아니다. 그들의 힘듦에 대한 공감이 먼저다. 그리고 재난 총괄 기관으로서 지금 해야 하는 건 눈치 게임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더 잘 지켜낼 방법과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다.

 

얼마나 더 많은 국민이 구급차 안에서 전전긍긍하며 병원의 수용만을 기다려야 하는가. 언젠가 국민이 구급차를 부르는 것조차 걱정하는 날이 오진 않을까 우려되는 건 기우일까. 구급대원들 스스로가 희망을 놓지 않게 하려면 그들의 손을 잡는 게 우선이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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