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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새롭게 개발되는 소방장비 기본규격 “가닥 잡혔다”
8월 8~9일 2차 공청회 열고 현장 대원ㆍ제조사 간 의견 세부 논의
전기차 화재 대응 위한 방사장치ㆍ질식소화덮개 성능 기준 신설
소방호스 성능 기준 강화 논의, 공기호흡기 용기밸브 충전구 표준화
방화헬멧ㆍ방화신발 기준 적정성 검토, 소방차량 도장ㆍ표지 재분류
신희섭 기자   |   2024.08.26 [13:57]

▲ 지난 8일부터 이틀간 경기 화성시 소재 동탄 라마다호텔에서 2024년 소방장비 기본규격 개발 사업 제2차 통합 공청회가 열렸다.  © FPN


[FPN 신희섭 기자] = 화재 등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 용기밸브 충전구의 표준화가 추진된다. 또 가죽제 방화신발의 기준이 새롭게 도입되고 전기차 화재 대응 시 보조장치로 활용할 수 있는 방사장치와 질식소화덮개의 성능 기준이 마련되는 등 12종 소방장비의 기본규격이 올해 제ㆍ개정된다.

 

기본규격은 현장 대원의 안전 확보와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특수한 성능이 요구되는 소방장비의 표준 기술기준이다. ▲기본규격안 작성 ▲의견수렴 ▲기술심의위원회 심의ㆍ의결 ▲관보 고시 ▲관리대장 등록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안이 마련된다. 

 

2017년부터 시작된 기본규격 개발사업은 올해로 8년 차를 맞는다. 소방청은 지난해까지 이 사업을 통해 70여 종에 달하는 소방장비의 기본규격을 개발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기본규격 개발사업은 그동안 장비의 성능과 안전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턴 고도화로 방향을 틀었다. 특수ㆍ신종 재난이 증가하면서 소방장비의 성능 개선과 신기술 개발에 따른 고도화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개발사업은 올해도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KFI)이 대행을 맡아 소방청 관리ㆍ감독하에 진행한다. 제ㆍ개정이 이뤄지는 장비는 ▲방사장치 ▲질식소화덮개 ▲소방호스 ▲방화헬멧 ▲소방용 공기호흡기 ▲방화신발 ▲소방차 도장 및 표지 ▲영문화 4종(특수방화복, 소방용 공기호흡기, 방화헬멧, 방화신발) 등 총 12개 품목이다.

 

소방청과 KFI는 지난 8, 9일 양일간 경기도 화성시 소재 동탄 라마다호텔에서 ‘2024 소방장비 기본규격 개발사업’ 제2차 통합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KFI는 1차 공청회를 거쳐 수정된 12종 소방장비 기본규격안을 현장자문단과 제조사 측에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공청회에는 소방청 장비총괄과를 비롯해 KFI, 국립소방연구원, 시도 소방본부 소속 현장 대원, 제조사 등이 참석했다.

 

정경인 소방청 장비총괄과 규격인증계장은 “기본규격 개발사업은 소방청과 연구기관, 현장 대원, 제조사 등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업 사업”이라며 “소방장비의 품질과 안전성 향상을 위해 국내외 기준을 비교 검토하고 실증시험 등을 거쳐 최적의 기술기준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현장 대원과 제조사 측의 의견이 상충하는 품목이 많은 것 같다”며 “소방청은 현장 대원과 제조사 측 의견이 기본규격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번 공청회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개진돼 좋은 기준을 만들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1차 공청회 당시 현장 대원과 제조사 측에서 제시한 의견이 기본규격에 반영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가닥 잡힌 12종 소방장비 기본규격, 개발 방향은?

  © FPN

 

▲방사장치

방사장치는 올해 처음 기본규격이 개발되는 품목이다. 전기차 등의 화재 현장에서 차량 하부에 소화 용수를 공급해 화재 확산을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하는 보조장치다.

 

KFI에 따르면 기본규격에는 일반사항 3(접합부 규격, 재료, 일반구조), 성능 기준 8(중량, 내식, 내압, 내구성, 방사량, 방사각도, 방사밀도, 노즐 충격시험), 표시사항 1개 등 총 12개의 시험 항목이 담길 예정이다.

 

이날 공청회에선 방사장치의 구조와 중량, 절연성능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현장 대원들은 장비 적재에 대한 애로를 호소하며 방사장치의 구조와 중량에 관한 규정을 요구했지만 KFI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장비의 연구개발이 아직 진행단계라 구체적인 수치를 기본규격에 담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절연성능에 대한 문제는 현장 대원들의 의견을 수용해 확대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1차 공청회 당시 제조사들이 제시했던 고정장치는 도입이 결정됐다. 방사압으로 인해 방사장치가 전복되거나 이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실증시험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제조사들과 현장 대원들은 이날 관통형 방사장치에 대한 필요성을 추가로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KFI는 “처음 개발되는 기본규격에 모든 상황을 검토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일축했다.

 

▲질식소화덮개

질식소화덮개는 전기차 화재 대응 시 사고 차량을 덮어 주변으로 불이 확산하는 걸 저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포 형태의 장비다. 방사장치와 함께 올해 처음 기본규격이 개발된다.

 

전기차에 불이 날 경우 최고 발열률(pHRR)과 총 발열량(THR)은 일반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화재 성장 속도가 빠르고 분출화염과 폭연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KFI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 질식소화덮개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열저항성 시험과 산소 투과도, 마찰대전성, 인열강도, 복합강도 등 세부 기준과 시험방법 등을 기본규격에 담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1차 공청회 때 쟁점이 된 원단과 봉합 부위에 대한 열저항성 시험은 제조사들의 의견에 따라 원단에 대한 기준만 기본규격에 담기로 했다. 다만 원단 봉합에 사용되는 봉합사의 경우 열에 의한 손상 우려로 인열강도 시험 항목 도입을 검토해보기로 했다.

 

사용횟수에 대한 성능 기준 부재 문제와 내부 주수를 위한 부속 장치는 현행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KFI는 “현장에서 사용횟수가 얼마나 될지 모르고 여러 번에 걸쳐 재사용하는 걸 현장 대원들이 원하는지도 의문”이라며 “올해 개발사업은 질식소화덮개의 기본 틀을 잡는 게 최종 목표다. 사용횟수 제한이나 부속 장치는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소방호스 

소방호스는 재난 현장에서 소방차량의 방수구 등에 연결해 소화용수를 방수하기 위한 도관이다. 호스와 연결금속구가 기본 구성품이다. 

 

KFI에 따르면 1차 공청회 당시 스토즈커플링과 같은 원터치 방식의 연결금속구를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일선 대원들의 요구가 있었다. 

 

이에 따라 나사식과 차압식으로만 규정된 현행 연결금속구에 스토즈커플링을 새롭게 추가하기로 했다. 다만 스토즈커플링의 경우 이미 기본규격이 개발돼 있어 이에 적합한 제품을 소방호스에 연결할 수 있도록 별도의 규정을 둘 예정이다.

 

소방호스의 성능 기준 강화를 위한 시험 항목 개정도 추진한다. KFI는 이날 “소방호스의 중량 기준을 낮춰 현장 대원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내압시험과 내마모성 시험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화헬멧 

방화헬멧은 화재 현장에서 물체 등에 부딪히거나 추락 시 충격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소방관이 착용하는 보호구다. 

 

지난 공청회에 이어 이번에도 방화헬멧의 크기와 무게가 쟁점이 됐다. 특히 현장 대원들은 무게 문제를 좀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크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현장 대원들은 “방화헬멧의 경우 단일 사이즈로 공급되는데 실제 현장에서 머리가 큰 대원들은 헬멧을 착용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무게 규정이 방화헬멧의 성능 개선까지 막는다고 꼬집는 현장 대원도 있었다. 그는 “방화헬멧의 성능을 높이려면 외국처럼 품질 좋은 복합 소재를 사용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무게 규정 때문에 소재 적용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결국 크기 문제도 무게 규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국산 방화헬멧을 써봤는데 무게는 무거워도 착용감이 오히려 좋았다”며 “방화헬멧의 성능을 높이려면 무게 규정부터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사들 역시 어려움을 호소했다. 외국 헬멧과 같이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고 싶어도 결국 무게 규정 때문에 막혀버리고 만다는 주장이다.     

 

이에 KFI는 “무게 규정에 대한 불만이 많지만 현장 대원들 사이에선 경량화에 대한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며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 만큼 무게 규정은 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방화헬멧은 성능과 구조에 따라 타입 A, B형으로 나뉜다. 이날 공청회에선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타입을 삭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소방용 공기호흡기 

공기호흡기는 유해가스로 가득 찬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숨쉬며 활동할 수 있도록 공기를 공급해주는 개인보호장비(PPE)다. 면체와 등지게, 용기 등이 한 세트로 구성된다.

 

현장에 공급되는 공기호흡기 용기는 하나당 평균 호흡 시간이 45분이다. 장시간 대응이 필요한 현장에선 예비용기를 추가로 구비해 교체하며 사용한다. 현장 대원의 생명과 직결된 장비다 보니 그동안 동일 제조사 제품의 구성품만 호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해왔다.

 

공기호흡기 용기밸브 충전구 표준 설정에 있어 가장 큰 쟁점은 제조사별로 용기 기밀 방식이 상이해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공청회 땐 이 문제로 제조사 간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KFI는 “공기호흡기 용기밸브의 경우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검인증 절차를 선행한 뒤 소방장비인증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면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기에 다수 제조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표준화 절차를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용기밸브 표준이 설정되면 제조사들은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검인증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해 검인증과 제품생산 등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고려한 후 시행시기를 반영토록 하겠다”고 덧붙엿다.

 

한편 소방청은 “용기밸브 충전구의 표준이 개발돼도 당장 용기 호환이 허용되는 건 아니다”면서 “호환을 전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건 맞지만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는다면 호환은 지금처럼 제한될 것”이라며 용기 호환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 방화신발 

방화신발은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발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착용하는 보호구다. 소재에 따라 가죽제나 고무제로 구분된다. 

 

KFI에 따르면 1차 공청회 당시 현장 대원들은 미끄럼 저항성과 내관통성의 시험기준 강화를 요구했다. 먼저 내관통성을 시험하는 기준은 현장 대원들의 요구에 따라 현행 1100N에서 1500N으로 상향할 계획이다. 하지만 미끄럼 저항성 시험은 현행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성능 기준을 높이더라도 다양한 지면 조건에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날 KFI는 가죽제 방화신발의 시험 항목 중 투습도를 삭제하고 전기저항 시험방법 문구를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이 같은 방침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A 제조업체는 “고무제와 가죽제 방화신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착용성”이라며 “소재 특성상 고무제 방화신발은 투습도 시험이 무의미하지만 가죽제의 경우는 다르다. 착용성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성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 제조업체는 “선진 외국에서 사용 중인 가죽제 방화신발에도 모두 투습 기능이 갖춰져 있다”며 “방화복과 방화장갑에도 투습성 시험이 포함돼 있을 정도로 착용성을 높이는 데 투습은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왜 빼려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 물었다.

 

C 제조업체는 전기저항 시험방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변경된 전기저항 시험방법을 살펴보면 ‘완성품을 질량 1%의 염화나트륨 수용액에 5분간 침지한 후 꺼내 갑피를 아래쪽으로 해 단단한 물체에 3회 세게 친 후 시험을 진행한다’고 돼 있다”면서 “단단한 물체는 무엇이며 세게 친다는 건 누가 어느 정도의 강도로 친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KFI는 “투습도 확인이 착용성을 높이는 데 있어 상징적인 시험방법이라고 알려졌지만 투습 소재를 사용했다고 해서 땀 배출이 가능한지는 짚어봐야 할 문제”라며 “투습성 시험에 대한 필요성은 좀 더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소방차 도장 및 표지 

소방청은 올해 기본규격 개발사업을 통해 ‘소방차 도장 및 표지’를 재정비할 방침이다. 차량별 통일성 확보를 위해 차량 유형과 색상을 재분류하고 색상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차종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행 규격에선 소방차량을 ▲재난 현장에 우선 출동해 소방활동을 수행하는 차종(타입 1) ▲화학사고 등의 소방활동을 수행하는 차종(타입 2) ▲소방안전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차종(타입 3) 등 세 가지로 구분한다.

 

소방차량은 타입에 따라 각기 다른 색상의 도장이 입혀지는데 타입 1은 소방주황, 타입 2는 소방연두, 타입 3은 소방관서의 운영상황 등을 고려해 소방백색이나 검정색 중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FI는 먼저 소방차량의 유형을 ▲재난 현장 우선 출동 ▲화학사고 대응 ▲소방안전지원 등 세 가지로 재분류할 계획이다. 특히 현장지원 차량의 경우 현장 대원들의 의견에 따라 재난 현장 우선 출동 차량과 근접배치된다는 점을 고려해 재난 현장 우선 출동 차량과 동일색인 소방주황을 도장색으로 규정할 예정이다.

 

▲영문화 4종(특수방화복, 소방용 공기호흡기, 방화헬멧, 방화신발)

소방청은 지난해부터 내수 중심의 소방장비 제조업 발전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방장비 기본규격의 영문판 기술서 발간을 진행 중이다.

 

올해는 기본규격 개발사업을 통해 소방용 특수방화복과 소방용 공기호흡기, 방화헬멧, 방화신발 등 4개 품목의 소방장비 영문기술서 발간을 계획하고 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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