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한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 부회장

부속실 제연설비는 1973년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노대 또는 외기로 개방되는 창이 없는 부속실이나 승강장에 배연설비란 명칭으로 설치되기 시작했다. 1995년에는 ‘특수장소에 부설된 특별피난계단 및 비상용 승강기의 승강장 제연설비 설치에 관한 기술 기준’ 제정에 따라 제연설비로 불리게 됐다.

이후 많은 논란과 숙의 과정을 거처 관련 화재안전기준은 9회에 걸쳐 개정이 이뤄졌고 2022년 12월 화재안전성능기준(NFPC)과 화재안전기술기준(NFTC)으로 분리됐다. 이후에도 두 차례 개정이 진행됐다. 

이런 과정에서 제연설비가 소화활동설비로 분류됐음에도 “피난에 유효한 설비로 사용할 수 있느냐?”를 비롯해 “완공단계에서 실시한 T.A.B 결과만으로 제연설비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 등 수많은 문제가 제기됐던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는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완공 단계 뿐만 아니라 유지관리 단계에서도 제연설비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연설비 T.A.B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소방청에선 유지관리 단계에서 제연설비 성능확보를 위한 대책으로 해당 내용이 포함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이하 관리협회)에서도 유지관리 단계에서 제연설비의 성능확보를 위한 전문적인 점검의 필요성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소방시설 정상 작동과 기능 적정 여부를 확인하는 현행 자체점검 체계에선 제연설비의 성능 유지를 위한 실질적인 점검이 쉽지 않다는 점도 현실적 문제로 인식돼 왔다.

이에 관리협회에선 지난 6월부터 해당 사항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전문위원 6인으로 구성된 제도정책위원회를 개최하고 관련 사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제연설비의 실질적인 성능 확보를 위해 관련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제연설비의 성능확인을 위한 차압과 개방력, 방연풍속 등의 점검은 재실자의 출입이 빈번한 상황에서 이뤄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수계 소방시설의 펌프 성능시험과 같이 매번 자체점검 시점에 진행될 수 없는 특성을 고려해 기존 소방시설 자체점검과 별도로 분리하고 제연설비의 성능점검을 3년마다 1회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제연설비가 눈에 보이지 않는 압축성유체, 즉 공기를 제어해 성능을 구현해야 하는 어려운 분야인 만큼 전문성이 확보된 인력에 의해 점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협회 주관 전문교육과 인증제도를 도입해 점검 품질확보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소방시설관리업에 선임된 주인력(소방시설관리사)은 1600명을 넘어섰고 관리업에 등록된 기술인력은 9천명에 육박하고 있다. 소방시설관리사를 포함해 5인 이상의 기술 인력이 제연설비 점검 현장에 배치될 경우 효율적인 현장 운영과 점검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방시설관리업은 이미 충분한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전문교육 등의 역량강화 과정을 통해 제연설비에 대한 성능점검 수행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소중한 생명 보호라는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건 물론 제연설비 성능점검 제도를 도입하고 안전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관리협회의 책임이 막중하다 할 것이다.

김성한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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