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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호 특집] FPN, 지난 5년간의 기록 그리고 발자취

40여 년 만에 소방청 개청과 국가직화 실현
도입에서 폐기까지… ‘소방장비관리법’ 본격 시행
‘화재조사법’ 국회 본회의 통과… “11년 숙원 풀었다”
3대 소방공무원 노조 공식 출범… 노동권 확보 투쟁 선언
잇따른 대형화재, 허술한 법ㆍ제도의 민낯 드러나
온 세상 뒤집은 코로나19, 분주하고 긴박했던 ‘119’
여기저기서 ‘펑펑’… 폭발하는 주방 자동소화장치
소방청, ‘소방시설 내진설계 기준’ 전면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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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박준호 기자
기사입력 2021-07-26

[FPN 신희섭, 박준호 기자] = 2017년 7월 26일 탄핵정국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안전처를 해체하고 순수 소방공무원으로 구성된 소방청을 탄생시켰다. 또 2019년 11월에는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된 소방공무원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하는 법률 제ㆍ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2020년 9월 10일부턴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가 본격 시행됐다. 20년이라는 긴 세월 줄곧 건설업계 힘에 밀려 이루지 못했던 소방산업계의 숙원이 실현된 거다.

 

현장 요구 사항과 미흡한 부분을 대폭 개선한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기준’은 2021년 2월 19일 전면 개정됐고 소방의 화재조사 체계를 정립하기 위한 법률 제정안은 11년 만인 2021년 5월 21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안타까운 일들도 이어졌다. 제천과 밀양, 종로 고시원, 이천 물류창고 화재 등 다수의 인명피해를 동반한 대형화재가 발생하면서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는 법ㆍ제도의 민낯이 드러났다. 불량 소방용품이 대량으로 유통된 사실이 확인된 이후엔 검ㆍ인증품에 대한 신뢰성 문제도 제기됐다.

 

<FPN/소방방재신문>은 800호 발간을 기념해 최근 5년간 소방분야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를 정리해 봤다.

 

<정책ㆍ제도>

▲ 정부 수립 후 최초 독립 소방청 개청

▲ 2017년 7월 26일 탄핵정국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안전처를 해체하고 순수 소방공무원으로 구성된 소방청을 탄생시켰다.     ©소방방재신문

 

2021년 7월 26일 소방청은 개청 4주년을 맞는다.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발족했던 국민안전처를 해체하고 소방공무원을 주축으로 한 독립 소방청을 출범시켰다. 소방조직의 오랜 염원이 이뤄진 셈이다.

 

2017년 9월 27일 119비전 선포식을 개최한 소방청은 대외적으로 공식 업무의 시작을 알리면서 ‘10년 내 안심국가 실현’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당시 ‘초일류 안전강국, 최고 수준의 소방서비스 구현’이라는 목표를 세웠던 소방청은 소방의 미래상에 대한 정책 목표와 계획이 담긴 청사진도 공개했다. 이 전략에는 ▲현장 중심의 총력대응체계 구축 ▲국민이 참여하고 함께 만드는 안전사회 ▲과학적 기반의 소방역량 강화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119 서비스 확대 등이 담겨 있다.

 

▲ 전국 5만2천여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소방공무원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하기 위한 7개 법률이 2019년 11월 19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관련 법률과 하위법령 개정 작업을 거친 뒤 2020년 4월 1일 지방직 소방공무원 모두가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1973년 2월 8일 ‘지방소방공무원법’이 제정돼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된 지 47년, 2011년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골자로 한 법안이 처음 발의된 후 8년여 만이다.

 

국가직화는 시ㆍ도 재정 여건에 따라 발생하는 인력과 시설, 장비 등 지역별 소방의 격차를 방지하고 균등한 소방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을 위해 추진됐다.

 

▲ 구매부터 불용까지… ‘소방장비관리법’ 제정

‘소방장비관리법’ 시행 이전에는 소방기관에서 구매할 장비의 규격서를 직접 작성하고 검사와 검수 업무까지 도맡아 처리했다. 이렇다 보니 규격이 지자체별로 다르게 운영됐고 성능과 품질에 대한 전문적인 검증에 한계가 나타났다.

 

처벌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비도덕 한 업체들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도 컸다. 미인증 장비 납품과 같은 부정한 짓을 저지르고도 업체들은 조달에 따른 부정당 제재만 받았고 제재가 풀리면 또다시 장비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소방장비관리법’은 이 같은 소방장비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 속에 탄생했다. 소방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고 나아가 국민안전에 기여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이 법률은 효율적인 소방업무 수행을 위해 구매부터 불용까지 소방장비의 전 과정에 대한 기본 사항을 정하고 있다.

 

2017년 12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법률은 2017년 12월 26일 공포됐다. 이후 1년여 유예기간을 거치면서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마련됐다. 

 

▲ 11년 만에 국회 문턱 넘은 ‘화재조사법’

 

‘소방의 화재조사에 관한 법률(이하 화재조사법)’이 2021년 5월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6월 8일 공포된 이 법률은 1년간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22년 6월 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화재조사법’은 18대 국회에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이 ‘화재조사에 관한 법률안’으로 처음 발의했다. 이후 19, 20대에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끝내 국회 문턱은 넘지 못했다.

 

현재 ‘소방기본법’에는 화재조사에 관한 내용이 규정돼 있지만 화재조사의 주체와 범위, 화재 현장 보존 조치 권한 등 조사에 관한 필요 사항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전문적인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화재조사법’에는 소방의 화재조사 체계 정립을 위한 법적 근거가 담겼는데 소방청장과 소방본부장 또는 소방서장이 화재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조사하되 수사 기관의 범죄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는 단서 조항이 포함됐다.

 

또 화재조사는 화재조사관이 수행토록 하고 소방청장이 시행하는 화재조사 관련 시험 합격자 등 전문 자격을 갖춘 소방공무원이 맡도록 했다. 사상자가 많거나 사회적 이목을 끄는 대형화재의 경우 관계기관과 전문가가 포함된 화재 합동조사단을 구성ㆍ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화재 현장 보존을 위한 법적 근거도 담겨 있다. 화재조사를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화재 현장을 보존 조치하거나 화재 현장과 그 인근 지역을 통제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국민이 유사 화재로부터 피해를 보지 않도록 화재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있는 근거와 화재정보의 종합적인 수집ㆍ관리ㆍ활용을 위해 국가화재정보센터를 구축ㆍ운영할 수 있는 근거도 명시했다.

 

▲ 소방공무원 노조 가입 허용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공

 

2021년 7월 6일부터 소방공무원의 노조 가입이 정식으로 허용됐다. 지금까지 소방공무원은 ‘공무원노조법’ 탓에 노조 가입이 엄격히 제한돼 왔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협약 중 하나인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소방공무원과 퇴직 공무원도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도록 ‘공무원노조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소방공무원은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직업이기 때문에 노조 활동을 하더라도 쟁의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공무원노조법’상 파업은 할 수 없다. 노동3권(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 중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갖게 된다.

 

<기술ㆍ산업>

▲ 갑자기 ‘펑’… 주방 자동소화장치 폭발 논란

 

2019년엔 아파트 세대 내 주방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주방 자동소화장치의 폭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바탕 논란이 벌어졌다. 

 

해당 제품을 만든 업체는 제품이 오래되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불량 제품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런 입장과 달리 뒤에서는 제품 구조를 몰래 보강하고 소비자들에겐 수리 명목으로 비용을 청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젠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 여부를 확인한 소방청은 제조사 측에 1차와 2차에 걸쳐 총 34만2106개의 제품에 대해 강제 리콜 명령을 내렸다.

 

리콜 명령을 거부했던 제조사 측은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2021년 6월 10일 소비자들에게 물품을 교환해주거나 환급해야 한다는 행정명령을 결정했다. 

 

▲ 소방시설공사 하도급 시대 막내려… 분리발주 시행

소방시설공사를 다른 업종의 공사와 분리 발주토록 하는 법률이 2020년 9월 10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법률 시행 전 소방시설공사는 건설공사에 묶여 발주되면서 소방 면허를 갖춘 건설업체 등이 일괄로 공사를 수주받은 후 일부 금액을 떼어낸 뒤에야 전문 소방시설공사업체에 하도급이 이뤄졌다. 

 

이 때문에 전문소방시설공사업체는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 채 저가로 하도급을 받아 업을 유지했다. 

 

특히 하도급 문제는 소방시설공사의 품질 문제로 이어졌다. 저가 공사를 수주하다 보니 품질 높은 공사를 기대하기 어려웠고 이로 인해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 내진설계 기준, 시행 5년 만에 전면 개정

소방청은 2021년 2월 19일 ‘소방시설 내진설계 기준’ 개정안을 고시했다. 2016년 1월 최초 시행된 지 5년, 관련 기준의 전면 수정 방향을 행정 예고한 지는 7개월 만이다.  

 

개정안에는 소방시설의 내진설계 기준 시행 후 혼란을 준 관련 용어부터 성능 논란이 제기돼 온 수조의 내진 성능, 흔들림 방지 버팀대 설치기준, 앵커볼트 설계 방법, 지진분리장치 등 그간 현장에서 나타났던 문제 개선을 위한 방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사건ㆍ사고>

▲ ‘비상구 폐쇄’로 인명피해 키운 제천스포츠센터 

▲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 최영 기자

 

화재는 2017년 12월 21일 오후 3시 53분께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주차장 천장 배관 열선 설치작업 중 튄 불꽃이 스티로폼에 착화했고 주차된 차량으로 옮겨붙으며 확산했다.

 

불은 건물 옥탑 층까지 단시간에 번졌는데 그 이유로는 ▲건물 외벽 드라이비트 시공 ▲주차장 스프링클러 부재 ▲방화문 미설치 등 깨진 방화구획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 불로 2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다쳤다. 특히 목욕탕이 있던 2층에서만 20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비상구가 목욕용품 등의 창고로 쓰이면서 제구실을 못 했기 때문인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밝혀졌다.

 

또 제천스포츠센터는 화재 직전 작동기능점검 과정에서 67건에 이르는 소방시설 불량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보고서 제출 기한이 남아 있어 소방서에 제출되지 않았다. 불량 소방시설 방치가 인명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되자 소방청은 ‘소방시설법’을 개정해 소방시설 자체점검 결과보고서 제출 기한을 기존 30일에서 7일로 단축했다.

 

▲ ‘47명 사망ㆍ112명 부상’… 밀양세종병원 

▲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47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쳤다.   © 최영 기자

2018년 1월 26일 오전 7시 32분께 1층 응급실 내부 탕비실 천장에서 전기합선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의사와 간호사, 환자 등 47명이 목숨을 잃었고 112명이 다쳤다.

 

밀양세종병원 역시 제천스포츠센터처럼 깨져버린 방화구획이 인명피해를 키웠다. 1층 중앙계단 출입구엔 방화문 자체가 없었고 2층엔 방화문이 있었지만 열려 있어 연기 유입을 막지 못했다. 

 

스프링클러와 옥내소화전 등 소화설비가 부재했던 점도 화재 확산을 막지 못한 원인 중 하나였다. 스프링클러 등의 소방시설은 관련 법상 건축물의 바닥면적에 따라 설치 유무가 결정되는데 밀양세종병원의 경우 이 기준에 미달해 제외 대상이었다.

 

이 사건 이후 소방청은 전국의 모든 병원급 시설에 스프링클러를, 바닥면적 600㎡ 미만인 병원과 입원실이 있는 의원급 기관에는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토록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또 다중이용시설 등 55만4천개 동을 대상으로 ‘화재안전 특별조사’도 시행했다. 소방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 조사반이 소방과 건축, 전기, 가스 등 건물의 화재 위험요인을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 소방의 날에 발생한 참사 ‘종로 고시원’ 

▲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고시원의 내부 복도가 새까맣게 탔다.  © 종로소방서 제공

 

서울 종로에 있는 국일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한 건 소방의 날인 2018년 11월 9일 오전 5시께. 301호에 있던 전기난로에서 불이 시작됐는데 비좁은 고시원 복도로 연기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피해를 키웠다. 이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불이 난 시각이 새벽인 데다 자동화재탐지설비 수신기에서 경보음이 울리지 않도록 조작된 점, 화재가 발생한 301호가 출입구에 위치해 피난로가 막혀 거주자들이 대피하지 못한 점 등이 인명피해를 키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더욱이 국일 고시원은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도 아니었다. 정부가 2009년부터 새롭게 허가받는 모든 고시원에 간이스프링클러설비를 갖추도록 의무화했지만 국일 고시원은 그 이전인 2007년에 허가를 받았다.

 

▲ 사상 초유 통신 두절 사태 불러온 KT 지하구 

▲ 서대문구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

 

2018년 11월 24일 오전 11시 12분께 서울 서대문구 KT아현지사 통신구에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서대문구와 마포구, 용산구, 중구, 은평구 등 서울 일부 지역에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비좁은 지하 공간이 열기와 연기로 가득 차 진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은 소방은 화재 발생 10시간 14분 만에 불을 완전히 진압했다.

 

KT 지하구엔 가스계소화설비나 소공간 자동소화장치,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안전시설이 전무했다.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소방대상물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사고를 계기로 소방청은 ‘지하구의 화재안전기준’ 제정안을 고시했다. 제정안에 따르면 지하구 내 발전실, 변전실, 송전실, 변압기실, 배전반실, 통신기기실, 전산기기실 등 유사 시설 중 300㎡ 미만인 곳엔 유효설치 방호체적 이내에 가스ㆍ분말ㆍ고체에어로졸ㆍ캐비닛형 자동소화장치를 설치해야 하고 케이블접속부는 가스ㆍ분말ㆍ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나 중앙소방기술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소방청장이 인정하는 자동소화장치를 갖추도록 했다. 

 

또 접속부에는 소화 성능이 확보될 수 있도록 방호공간을 구획하도록 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 ‘20명 사상’ 충남 천안 라마다앙코르 호텔 

▲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1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 최영 기자

 

2019년 1월 14일 오후 4시 56분께 충남 천안에 위치한 지하 5층, 지상 21층짜리 라마다앙코르 호텔에서 불이 났다. 지하 1층 린넨실(침구류 보관실)에서 최초 발생한 화재는 급격하게 번지며 상층부로 확대됐다.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초기 진화에 실패했고 불은 천장에 시공된 분홍색 스티로폼인 아이소핑크와 차량 등을 태우며 확산했다.

 

제천스포츠센터와 밀양세종병원에서 드러난 건축물 내장재 문제가 또 반복된 셈이다. 이 불로 직원 1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을 당했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이 건물은 종합정밀점검에서 스프링클러설비, 비상방송설비 등 총 51건의 불량사항이 적발됐다. 특히 불량사항 내역이 준공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 소방시설 준공 자체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 인명피해 키운 ‘우레탄 폼’…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 48명의 사상자를 낸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건물 화재 현장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는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2020년 4월 29일 오후 1시 32분께 공사 관계자가 지하 2층 천장에서 냉동ㆍ냉장 설비의 일종인 유니트쿨러(실내기) 배관에 대한 산소용접을 하던 중 불티가 천장 벽면 속에 도포된 우레탄 폼에 튀면서 불이 났다.

 

당시 공사 현장엔 78명의 근로자가 있었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38명이 목숨을 잃었고 10명이 다쳤다.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엔 ‘우레탄 폼’이 주범으로 꼽혔다.

 

단열재로 사용되는 우레탄 폼은 가연성 제품이라 불이 붙으면 급속히 확산한다. 또 연소 시 염화수소와 황화수소,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시안화수소 등의 유독가스를 분출하는데 흡입 시 인체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이 사고는 다량의 유독가스로 인해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정부는 이천 화재의 재발 방지 내용이 담긴 ‘건설 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엔 모든 공장과 창고까지 난연성능 마감재 적용을 확대하고 공공ㆍ민간공사 적정 공기 산정 의무화, 화재안전관리자 선임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경기 의정부갑)이 발의한 ‘건축법’ 개정안이 2021년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건축물의 내ㆍ외부 마감 재료와 단열재, 복합자재는 내부 심재도 화재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 “불이 건물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울산 삼환아르누보 

▲ 울산 남구 달동 주상복합 ‘삼환아르누보’에서 화재가 발생해 15시간 36분 만에 꺼졌다.     ©독자 제공

 

울산의 주상복합 아파트인 삼환아르누보에서 화재가 발생한 건 2020년 10월 8일 오후 11시 14분께다. 3층 야외 테라스에서 시작된 불은 건물 꼭대기인 33층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이 불로 주민 92명과 소방대원 3명 등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127가구 중 16가구 전소, 8가구가 반소했다. 건물 전체를 뒤덮은 대형 화재였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화재 확산의 주범으론 알루미늄 복합 패널과 15층의 화재 피난층이 꼽힌다. 비교적 불에 강한 알루미늄 패널이 사용됐지만 내부엔 화재에 취약한 폴리에틸렌이 쓰였다. 또 콘크리트 철근 구조물과 알루미늄 복합 패널 사이의 틈이 화염을 확산시키는 수직관통부 역할을 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하 2층, 지상 33층인 이 건물 15층과 28층엔 화재 시 피난을 위한 전용층이 있었다. 그러나 이 공간 내 천장 마감재는 화재에 취약한 플라스틱(SMC)으로 시공됐다.

 

뻥 뚫린 건물의 피난층은 가연성 천장 마감재를 쓴 필로티 건물처럼 불의 확산을 도왔고 천장을 타 건너편 벽면의 외장재까지 이동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피난층’에 화재에 취약한 건축자재를 써 오히려 반대편 외벽까지 불길을 옮긴 ‘독’이 된 것이다.

 

▲ ‘소방두뇌 먹통’ 남양주 부영애시앙 

▲ 경기 남양주 다산동 부영애시앙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검은 연기기 피어오르고 있다.     ©독자 제공

 

2021년 4월 10일 오후 4시 30분께 경기 남양주의 주상복합건물 부영애시앙에서 불이 났다. 1층 상가 중식당 주방에서 시작된 불이 덕트를 타고 1층 출입구와 주차장 쪽으로 번지며 화재는 급속히 확산했다. 

 

이 불로 부영애시앙 1, 2층 상가 185개 중 35개가 전소됐으며 25개는 반소됐다. 또 주민 39명이 다쳤다.

 

불길이 번진 이유로는 ▲주차장 천장 반자 속의 가연성 유기단열재 ▲엉터리 방화구획 ▲스프링클러 미작동 ▲2분 19초 만에 먹통 된 화재 수신기 ▲관리자의 부실한 화재 대응 등이 꼽힌다. 

 

소방청은 이 화재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놨다. 소방청이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상복합건축물에 입점한 판매시설 중 튀김류 등 식용유를 많이 사용하는 주방에 ‘상업용 주방 자동소화장치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화재 수신기의 전원차단 등에 따른 ‘블랙아웃’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소방펌프와 비상발전기 등의 동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 130여 시간 만에 진화… ‘쿠팡 화재’ 

▲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최누리 기자

 

경기도 이천에 있는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불이 난 건 2021년 6월 17일 오전 5시에서 5시 30분 사이. 이 불로 쿠팡 직원 248명은 대피했지만 구조 작업에 나섰던 소방관 한 명이 순직했다.

 

쿠팡 물류센터는 1600만개에 달하는 엄청난 적재 물품과 뻥 뚫린 방화구획, 또 지형적 특성 때문에 화재 진화에만 엿새가 소요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조사 결과 건물 관리자는 화재 당시 여섯 차례나 화재경보기가 울렸음에도 화재복구 키를 눌러 인위적으로 경보기의 작동을 정지시켰다. 이로 인해 스프링클러 가동이 10여 분 지연됐고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불은 건물 전체로 번졌다.

 

또 쿠팡 물류센터는 올해 종합정밀점검에서 소화설비, 경보설비, 피난설비 등 총 277건의 지적사항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코로나19로 구급차 동원령… 분주한 대한민국 소방 

 

코로나19 델타 변이로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가운데 우리나라 소방은 초창기부터 바이러스 종식에 힘써 왔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연달아 발생하자 소방청은 2020년 1월 ‘감염병 위기 대응 지원본부’를 구성해 구급센터를 중심으로 24시간 대응에 돌입했다.

 

2020년 2월 대구ㆍ경북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소방청은 각 시ㆍ도 본부와 협의해 구급차 동원령 1호를 내렸다. 감염병으로 소방 동원령을 내린 건 사상 처음이었다.

 

소방청은 앞으로도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의심ㆍ확신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는 등 국민 안전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신희섭, 박준호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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