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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학교와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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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이형은
기사입력 2021-07-20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본 글은 어느 특정 단체나 기관과는 일절 관계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견임을 분명히 하고 싶다.

 

<119플러스>뿐 아니라 특정 매체에 기고하면 통상적으로 해당 저자의 소속과 이름이 표기되기 마련이다.

 

때론 여러 가지 시선과 이유로 기고 자체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개인의 의견이 담긴 글을 단체의 의견으로 간주하거나 오해하는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곤 한다.

 

센세이셔널했던 2019년 실화재 훈련 세미나

지금으로부터 2년 전 한 지방학교에서 실화재 훈련과 관련된 세미나를 개최했다. 해당 세미나에선 국제적으로 이름 있는 강사뿐 아니라 국내 실화재와 관련된 교관들, 유명 인사들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중 한 교관 출신 발표자는 본인의 다년간 실화재 훈련장 운영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청중과 공유했고 이 발표는 굉장히 센세이셔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교관으로선 발표 내용 대부분이 개선의견이었겠지만 기관으로선 불편한 현실이었을 테니 더더욱 그러했을 거다. 우스갯소리로 발표 이후 소송 얘기까지 오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당시 그 교관의 발표를 듣고 마치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당시 교관님의 자신감 넘치는 발표기법도 그러했지만 변화를 요구하는 지적사항 하나하나가 정말 학교의 현실과 결부됐기 때문이다.

 

경험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소방학교 교육 분야의 변화에 대한 요구와 지적이었다(참고기사: “교관 부족에 장비도 부족”… 갈 길 먼 소방 실화재 훈련”/소방방재신문 - www.fpn119.co.kr/125121).

 

소방의 시대와 시대를 연결하는 가교… 소방학교 교관

그 후로 어느새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스스로, 그리고 우리 전국 지방소방학교들의 상황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자문해본다. 교관은 직원들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뿐 아니라 일반인에서 소방관으로 바뀌는 첫걸음을 함께하는 뜻깊은 동행자로서 모든 소방관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규임용자 교육훈련을 시작하면 야외교육과 함께 실질적인 소방관의 각종 재난 현장 활동에 대한 첫 단추를 함께 끼우는 사람들이 바로 이 현장 교관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현장 교관 한명 한명의 실질적인 개별 지식과 경험은 종종 신규소방관의 훈련과 전문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래의 수업 커리큘럼에 대한 관점과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다.

 

 

현장 교관들의 이력과 현장 활동 등 다양한 경력을 바탕으로 한 교육훈련에 참여한 재직 소방관들이나 이제 갓 소방관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소방관들에게 질문한다면 본인에게 큰 영향을 준 교수 또는 교관을 정확히 한 명씩은 얘기할 거다.

 

“소방관이 된 후 영향을 받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교관인가요?”, “그렇다면 그 교관들의 특징은 뭡니까?”, 그리고 “그들의 어떤 점이 그렇게 큰 영향을 줬을까요?” 

 

교관들 역시 교관이 되기 이전에 그들을 가르친 사람들뿐 아니라 그들이 가르치는 교육생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 현대 소방의 배움은 단방향이 아닌 상호 간 소통을 통해 더 배우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서로 경험한 현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관의 역할은 단순히 한 과정의 수업을 가르치는 교육자의 입장뿐 아니라 소방의 한 시대와 시대를, 그리고 대원과 대원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어찌 보면 소방이라는 한 집단의 지적ㆍ경험적ㆍ인성적 매개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좋은 교관의 자질을 이해하는 건 때로 현장 교관 스스로 교수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차후 교관을 꿈꾸는 직원이나 훗날 교육생이 될지 모르는 미래 소방관 세대에도 분명히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 

 

 

교관의 하루

하지만 그 현실은 어떤가. 교관은 훌륭한 자질과 경험 그리고 기술로 무장된 채 교육훈련의 큰 뜻을 품고 학교라는 교육기관의 일원이 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일반 교육업무를 수행하는 한 담당자로서 현장 교관들은 복무상 내근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복무상 제약으로 인해 현장 활동 대원과는 동떨어진 근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현장 대원들에게 현장 활동을 위한 개인보호장비 등 각종 장비가 지급된다면 소방학교의 현장 교관들은 별도 예산을 편성해 보호 장비를 구매하지 않는 한 현장 활동 장비 지급에서 제외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응단계 발령 등 현장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재난이 발생하면 인접서 혹은 해당서 직원들은 SNS 등을 통해 연락받지만 교관들은 스스로 특정 규모 이상의 재난에 신경 쓰거나 지인으로부터 해당 사건에 대해 연락받지 못하면 해당 관련 재난정보를 취득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교관은 특정 재난사고 발생 시 교육훈련과 연관되는 혹은 도움 될 만한 자료가 있다면 주변 지인 소방관들로부터 정보나 자료를 취득하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교육훈련 내용을 업데이트하는 상황이다. 

 

현행 복무상 내근직을 수행하는 소방관이기에 교관의 행정업무는 모든 교육훈련이 끝나는 야간에 보통 시작된다.

 

주간에 땡볕에서 신규임용자나 직원 대상 전문교육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훈련에 필요한 장비 구매와 내년도 신규 사업을 위한 예산편성, 사무실의 각종 제반 취합 업무, 훈련 장비 정비ㆍ수리를 위한 서류작업을 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무거운 눈꺼풀이 조금씩 감기기 시작한다.

 

현장 교관으로서 외부에 보이는 모습이 분명히 있기에 체력단련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소방관에게 체력은 생명이고 교관에게 체력은 기본 바탕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업무를 하다 보면 정작 교육훈련을 위한 교재와 교안 준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렇다 보니 정작 교육훈련 커리큘럼을 위한 발전은 교관 간 회의 혹은 타 시ㆍ도, 더 멀리는 외국 사례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좋은 커리큘럼과 교육훈련 프로그램일지라도 해당 지역과 그곳에서 근무하는 소방관들의 환경에 맞는 교육훈련이 아니라면 적용성이 떨어진다는 걸 현장 교관 모두는 알고 있다. 하지만 특성화된 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현실은 위와 같이 소원하기만 하다. 

 

 

외국 교관은 어떨까?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미국 등 외국의 경우 현장 교관, 즉 인스트럭터는 대우부터가 다르다. 교육을 진행하는 주동자의 입장으로 교육 운영을 위한 장비와 인력 등 모든 제반 사항을 요청하기만 하면 해당 학교에서 이를 반영해 가능한 모든 걸 준비해준다. 말 그대로 ‘교관 혹은 교수를 교육의 장에 모시는 셈’이다.

 

따라서 교육 인력은 교육에만 전념하면서 교육훈련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교관 혹은 교수 본인의 자부심이기 때문에 오직 교육훈련에만 집중하고 해당 자료를 준비하며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다듬어 간다. 그리고 그렇게 한 분야를 대표하는 교육훈련의 마스터피스(master piece, ‘명작 혹은 걸작’)가 완성된다. 

 

홍콩 소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관은 교육환경이 준비되면 교육만 운영하고 교육 전ㆍ후에 필요한 제반 업무와 준비사항은 지원인력이 대신한다.이런 이유로 교관은 지원인력에 선망의 대상이자 늘 희망하며 꿈꾸는 자리다.

 

홍콩 교관들은 현장의 감(sense)을 유지하기 위해 교대 조로 교육훈련을 운영한다. 특정 단계 이상의 출동이 발생하면 실제 소방학교의 장비와 차량을 사용해 재난 현장으로 투입된다. 그로 인해 교육훈련→현장→피드백→행정→교육훈련으로 반복되는 선순환의 흐름이 완성되는 것이다. 

 

 

교관들의 근무환경 변할 수 있을까?

교육훈련은 한 집단의 미래에 대한 방향이다. 교육훈련이 없다면 그 집단의 미래 또한 불투명할 게 자명하다. 교육기관인 소방학교에서 마치 공장에서 제품 만들 듯 찍어내기만 하는 유자격자 소방관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면 누가 현장 교관으로 와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렇게 교육훈련 받은 소방관들이 특수상황이나 예상치 못한 여러 재난 현장 상황에서 창의성과 임기응변을 발휘하며 대응할 수 있을까? 

 

현재 소방청을 중심으로 전국의 많은 인재가 모인 ‘교육훈련추진단’이 구성됐다. 이들은 신규임용자뿐 아니라 각 지방학교의 교육훈련을 좀 더 효율적이고 발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여러 토의와 다양한 인재의 땀과 시간, 그리고 노력을 통해 좋은 프로그램이 개발ㆍ추진되리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모든 땅에서 좋은 열매가 맺히기 위해선 양질의 토양, 즉 환경이 수반돼야 한다. 현재 소방학교의 소방경 이상 교수들과 소방위 이하 교관들의 행정업무량이 비교ㆍ검토되고 소방위 이하 교관들의 행정업무가 제고돼 현장 교관들이 교육훈련 발전에만 전념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만들어진다면 소방청에서 추진하는 모든 교육훈련이 그 이상의 값진 열매를 맺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현장 교관들에게 조직 내 소방경급 대우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그런 대우는 원치도 않는다. 다만 적어도 소방관의 훈련을 진행하는 ‘현장’ 교관으로서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발전과 운영에만 몰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업무적 배경과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거시적 관점의 교육정책에 앞서 반드시 선행돼야 할 기본적 시스템이자 소방기관이 해줘야 할 역할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 한 현장 교관도 현장 교수로 상향해 소방위 이상을 채용하는 게 계급조직문화에서 가장 쉬운 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자조 섞인 생각으로 글을 마친다.

 

 

소방관_ 이형은 : parkercorea@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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