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중부소방서 현장대응단 2팀 구조대장 소방장 김강민 |
따뜻한 햇살과 함께 봄이 찾아오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야외로 향한다. 등산을 즐기고, 들판을 찾고, 겨우내 미뤄두었던 농사일을 시작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소방관들에게 봄은 결코 마음 놓을 수 없는 시기다. 건조한 공기와 강한 바람이 이어지는 이 계절은 1년 중 화재 위험이 가장 높은 때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봄철 화재의 특징은 분명하다. ‘순식간에 번진다’는 것이다. 작은 불씨 하나가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수십, 수백m를 이동하며 새로운 불길을 만들어낸다. 불길은 우리가 예상하는 속도를 훨씬 뛰어넘어 확산되고 초기 진압이 늦어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대형 화재로 이어진다. 특히 산림 인접 지역에서는 단 몇 분의 차이가 피해 규모를 결정짓기도 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화재의 대부분이 예방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출동 현장을 돌아보면 거창한 원인보다 사소한 부주의에서 시작된 경우가 훨씬 많다. 논ㆍ밭두렁 소각, 쓰레기 소각,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야외 활동 중 남겨진 불씨.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건조한 날씨와 만나면 ‘재난’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꼭 강조드리고 싶은 것은 ‘예방’이다. 화재는 진압보다 예방이 훨씬 중요하고 또 훨씬 효과적이다.
먼저 소각 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관행처럼 논두렁이나 밭을 태우는 경우가 있는데 봄철에는 절대 삼가야 할 행동이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불씨는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주변 산림이나 주택으로 번질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소각 행위는 매년 반복적으로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되고 있다.
둘째, 야외 활동 시 불씨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등산, 캠핑 중 사용하는 버너나 모닥불은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서만 사용해야 하며, 사용 후에는 물을 충분히 뿌려 완전히 꺼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현장에서는 꺼졌다고 생각했던 불씨가 다시 살아나 큰 화재로 이어지는 사례를 수없이 경험한다.
셋째, 담배꽁초 투기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건조한 낙엽이나 풀 위에 떨어진 작은 불씨 하나는 순식간에 주변을 태우며 번져나간다. 특히 차량 이동 중 창밖으로 던진 담배꽁초는 도로변 화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처럼 사소한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넷째, 가정과 생활 공간에서도 화재 예방은 계속돼야 한다. 봄철에는 난방 사용이 줄어들지만 그만큼 전기 사용이 늘어나거나 방심하기 쉬워진다. 오래된 전선,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관리되지 않은 가스기기는 언제든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일수록 한 번 더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 전체의 관심과 참여도 중요하다. 주변에서 소각 행위를 발견했을 때는 이를 제지하거나 신고하는 용기가 필요하며, 산림 인접 지역 주민들은 더욱 높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화재는 한 사람의 실수로 시작되지만 그 피해는 공동체 전체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소방관들은 언제나 가장 위험한 순간에 현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출동 횟수가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그만큼 예방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화재는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아니라 ‘막을 수 있는 재난’이다. 지금 이 순간의 작은 실천 하나가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따뜻한 봄날이 누군가에게는 아픔으로 남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주시길 부탁드린다.
사이렌 소리가 울리지 않는 봄, 그것이 소방관들이 가장 바라는 계절의 모습이다.
서울중부소방서 현장대응단 2팀 구조대장 소방장 김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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