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동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장 김가람 |
집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안식처이자 가족과 함께 웃고 쉬는 가장 편안한 공간이다. 우리는 집만큼은 안전하다고 믿으며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러나 이러한 익숙함과 안도감이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소방청 화재연감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2015~2024)간 발생한 화재 중 주거시설(11만133건/27%) 사고가 가장 많았다. 사망자 또한 주거시설(1887명, 60%)에서 높은 비중을 보였다. 우리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고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그곳, 바로 우리 집이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현실이다.
불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연기와 유독가스다. 실제로 사망자의 대부분은 화상보다 연기에 의한 질식사로 변을 당했다.
이에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필수 안전장치인 ‘우리집 대피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가족 모두가 대피경로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 방에서 대피할 수 있는 출입문과 창문, 비상통로를 미리 확인하고 불길이 막혔을 때의 대체 경로도 정해둔다. 아파트의 경우 피난계단 방향을, 단독주택은 가장 가까운 출구와 마당 방향을 중심으로 계획한다. 대피경로는 한 가지가 아닌 최소 두 가지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밤에도 어둠 속에서 찾을 수 있도록 가족과 함께 실제로 걸어보며 익혀두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로는 명확한 역할 분담으로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화재 시 누가 119에 신고할지, 누가 어린이나 노약자를 먼저 대피시킬지를 미리 정해두면 실제 상황에서 신속히 행동할 수 있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역할을 알려주고 비상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반복해서 교육해야 한다. 패닉 상태에서는 평소 연습한 대로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대피 후 가족이 만날 집결 장소를 정해두는 것이다.
건물 밖 가까운 공터나 이웃집 앞처럼 모두가 알고 있는 안전지점을 ‘가족 집결지’로 정해둔다. 대피 후에는 절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귀중품이나 반려동물을 구하려고 되돌아가는 순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가족 집결지에 모여 전원이 안전한지 확인한 후 소방관에게 상황을 알리는 것이 최우선이다.
네 번째로는 비상용품을 눈에 띄는 곳에 비치해 두는 것이다.
손전등, 마스크, 휴대폰 충전기 등 최소한의 물품을 현관 근처나 침실 문가에 비치해 두자. 연기가 많을 땐 낮은 자세로 이동하고 문을 열기 전 손등으로 문손잡이의 열기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문손잡이가 뜨겁다면 그 방향에 불이 있다는 신호이므로 다른 대피로를 찾아야 한다. 젖은 수건이나 옷으로 코와 입을 막고 바닥에 가까이 엎드려 이동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생존 수칙이다.
마지막으로 정기적인 점검과 모의훈련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가족이 함께 한 달에 한 번은 모의 대피훈련을 실시해 실제처럼 행동해 본다.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가 정상 작동하는지도 주기적으로 확인한다. 특히 단독경보형감지기는 화재 초기에 경보음으로 위험을 알려주는 생명 장치다. 배터리 상태를 점검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 버튼을 눌러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준비된 가족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집 대피계획’은 거창한 문서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약속이다. 위기는 평범한 일상에서 갑자기 찾아오지만 평소의 준비가 생사를 가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 하루 가족과 함께 대피경로를 점검하고 위기 속에서도 서로를 지킬 수 있는 안전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그 작은 실천이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남동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장 김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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