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화재 현장에서 돌아오면 우린 각자의 자리를 안다. 누군가는 장비를 닦고 누군가는 젖은 방화복을 세탁기에 넣는다. 땀에 절은 몸을 샤워로 씻어내는 이도,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켜 내뱉는 이도 있다.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데 또다시 울릴 출동벨을 위해 억지로 대기실 침상에 몸을 눕히는 동료도 있다. 피로를 풀어야 마땅한 시간인데 정작 누구도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다.
그곳에서 동료들의 그림자가 보였다. 말없이 헬멧을 벗어놓는 손끝, 젖은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 눈을 감고도 깊이 잠들지 못하는 얼굴. 겉으로는 태연한 듯 움직이지만 속으로는 누구나 흔들리고 있었다. 무너짐은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어느 날, 동료 하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요즘, 잠을 잘 못 자”
그 말은 금세 사라졌지만 그곳에 있던 우리는 다 들었다. 순간 모두가 흠칫 놀랐다. 사실 우리 역시 그러했으니까. 큰 용기를 내 던진 그 한마디 앞에서 누구는 묵묵히 귀 기울였고 누구는 “나도 그렇다”는 말로 조심스럽게 응답했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마음속에 공감대가 번져갔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늘 말한다.
“현장에서 겪은 일로 마음이 무겁다면, 그저 말로 꺼내 봐.
그 한마디로도 숨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어.
듣는 사람은 조언할 필요 없어. 그냥 들어주면 돼. 그게 다야”
무너졌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건 우리가 같은 불길 속에 서 있었다는 증거다. 누군가는 화재 현장의 절망을 오래 품고 누군가는 구조 실패의 기억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 고통을 꺼내어 말하는 순간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된다. 함께 무너졌기에 우린 서로를 이해하고 버틸 수 있다.
어떤 날은 그 이야기가 짧은 한숨으로 흘러나오기도, 어떤 날은 불쑥 던진 농담 속에 섞여 나오기도 한다. 그곳의 침묵조차 때로는 말보다 더 많은 걸 전한다. 그럴 때 동료들의 눈빛을 바라본다. 굳이 위로하지 않아도 ‘알아’라는 마음이 오간다.
오늘도 우린 출동복을 입는다. 무너짐을 안고 흔들림을 감춘 채. 다시 불빛 속으로 달려간다. 그렇지만 이제는 안다. 내 곁에는 같은 무게를 짊어진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각자 무너졌지만 결국 함께 다시 일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인천 계양소방서_ 김동석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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