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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31명 사상’ 화성 아리셀 화재… 인명피해 키운 원인은?(종합)
리튬 일차전지서 연쇄 폭발, 단 42초 만에 작업장 내부 유독가스로 덮여
출입구 주변서 시작된 불로 가로막힌 피난로, 계단 두 개였지만 ‘무용지물’
리튬 원재료나 완성 배터리, 둘 다 위험성 크지만 소방 등 법망에선 벗어나
전문가들 “건축법 뜯어고치고 배터리 특수가연물 또는 위험물 지정 고려해야”
최영, 최누리 기자   |   2024.07.10 [14:15]

▲ 화성시에 소재한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FPN

 

[FPN 최영, 최누리 기자] = 지난달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이날 불은 오전 10시 31분께 11개 건물이 들어선 아리셀 공장부지 내 3동 2층에 적재돼 있던 리튬 배터리에서 시작됐다. 불은 내부에 있던 다량의 배터리로 폭발하며 빠르게 옮아 붙었다.

 

화재 직후 공장 직원들은 소화기를 이용해 초기 진압에 나섰지만 불을 끄는 데는 실패했다. 이내 연속적인 폭발과 함께 작업장 내부 전체로 번진 불길은 많은 양의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인명피해를 일으켰다.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은 어떤 곳?

▲ 대형 화재ㆍ폭발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     ©FPN

 

아리셀은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코넥의 자회사로 2020년 5월 설립됐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월 26일 건축 허가 이후 2018년 4월 13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공장 부지에는 지상 2층 높이의 총 11개의 건물이 들어섰다. 이 중 2, 4, 5, 6, 7동 건물은 2017년 10월 건축됐고 1, 3, 8, 9, 10동은 2018년 4월 지어졌다. 11동 일부(기계실)는 2020년 7월 증축됐다. 

 

소방에 따르면 아리셀 전체 부지 중 5동에는 지정수량 10.5배의 제4류 위험물인 에탄올류가 4218ℓ, 6ㆍ8동에는 제3류 위험물로 분류되는 리튬이 지정수량 39.9배에 달하는 1990㎏이 보관됐다.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 3동은 연면적 2362.98㎡(1층 1204.29, 2층 1158.69) 규모다. 1층은 리튬이 투입되는 전지 제조실, 발화 지점인 2층의 경우 리튬 배터리 검수와 포장 작업이 이뤄지는 곳이었다. 화재 당시 이곳에는 3만5천여 개에 달하는 원통형 리튬 배터리 등이 있었다.

 

긴박했던 화재 현장… 22시간여 만에 ‘완진’

▲ 소방관들이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FPN

 

소방은 화재 당일 오전 10시 31분께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오전 10시 40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신고 접수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선착대는 화재진압에 나섰다. 그러나 공장 3동 2층에 저장 중인 리튬 배터리가 연속적으로 폭발하면서 유독가스와 함께 삽시간에 불길이 주변으로 번졌다. 김진영 화성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당시 언론 브리핑에서 “도착 당시 내부에 있던 배터리가 연속적으로 폭발하면서 화재로 이어졌고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은 오전 10시 54분께 대응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하고 인력 325명과 장비 121대를 현장에 투입하는 등 화재 확산 방지와 인명구조를 중심으로 대응활동에 나섰다.

 

이날 오후 3시 30분이 돼서야 초진을 선언한 소방은 오후 9시 41분께 대응 단계를 1단계로 하향했다. 다음 날 오전 0시 42분께 대응 단계를 해제하고 화재 발생 22시간여 만인 오전 8시 48분께 완전히 불을 끌 수 있었다.

 

23명이 목숨 앗아간 아리셀 화재… 피해 커진 이유는?

두 개였던 계단 ‘무용지물’… “기형적 구조가 피해 키워”

 

이번 화재에서 대형 인명피해를 낳은 가장 큰 원인으로는 피난로의 부재 문제가 지목된다. 피난 안전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내부 구조로 인해 화재 당시 사망자들이 한곳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소방에 따르면 23명에 달하는 사망자 모두 공장 2층 내 한쪽 구석에 있는 작업장과 사무실 공간 등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화재 직후 이 작업장과 사무실이 있는 공간에 완전히 갇혀 계단 쪽으로 피난조차 시도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가 처음 시작된 장소를 반드시 지나가야만 계단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입수한 건축허가 당시 아리셀 공장 3동의 2층 도면을 보면 12시 방향 벽면에는 화장실과 회의실, 사무실 두 곳이 들어서 있다. 이 아래로는 하나의 긴 복도가 가로지르고 복도 왼쪽 끝에는 지상과 연결되는 직통계단이 있다.

 

 

복도 아래로는 양옆으로 구획된 두 곳의 작업장이 크게 위치한다. 오른쪽 작업장을 지나면 튜빙실을 거쳐 또 다른 계단으로 연결된다. 사망자가 발견된 좌측 작업장에서 이 계단을 이용하려면 사무실과 작업장 등 두 개의 문을 열고 나가 복도를 지난 뒤 다시 두 개의 문을 지나쳐야만 갈 수 있다.

 

피난 안전성의 가장 기본인 양방향 피난이 가능하도록 두 개의 계단이 존재하긴 했지만 2층 내부 구획실에서 이 두 계단을 유사시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구조다.

 

직통계단이란 건축물의 모든 층에서 피난층이나 지상으로 직접 연결되는 계단을 말한다. 불이 난 건물과 같이 공장의 경우 ‘건축법’에 따라 3층 이상이면서 거실 바닥면적 합계가 400㎡가 넘으면 두 개의 직통계단을 설치해야 한다.

 

법만 따져보면 불이 난 아리셀 공장 3동은 하나의 직통계단만 설치해도 되는 곳이다. 그런데도 두 개의 계단이 설치된 배경은 ‘건축법’에서 규정한 계단과 거실 간 보행거리 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거실 각 부분으로부터 계단에 이르는 보행거리 기준(일반 30m 이하, 주요구조부가 내화구조 또는 불연재료일 경우 50m)을 충족하도록 한 법규를 준수하려면 하나의 직통계단만으로는 이를 충족하지 못 했을 수 있다. 

 

문제는 두 개의 직통계단이 여러 개의 거실을 지나가야만 서로 닿을 수 있는 구조였다는 점이다. 법규상 각 직통계단은 각각의 거실과 연결된 복도 등 통로를 반드시 갖춰야만 한다.

 

쉽게 말해 계단과 계단 사이는 복도와 같은 통로를 통해 이동할 수 있는 구조여야만 직통계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건축법’에서 직통계단을 이같이 구성하도록 한 이유는 피난 안전성 때문이다. 누구나 평상시 계단 위치를 인지할 수 있고 한쪽 피난로가 막히더라도 다른 쪽으로 막힘없이 피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아리셀 공장 3동의 경우 하나의 직통계단만 복도에 맞닿아 있고 다른 직통계단으로 가기 위해선 복도를 지나 구획된 작업장, 또 그 내부 구획된 튜빙실을 지나가야만 한다. ‘건축법’상 불법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관건은 실제 아리셀 공장 3동이 두 개의 직통계단으로 건축허가를 받았느냐다. 만약 하나의 계단이 직통계단으로 허가받지 않은 거라면 법규상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화성시청의 건축담당자는 “해당 건물은 하나의 직통계단만 설치해도 되는 건물이지만 두 개의 직통계단을 갖춘 것”이라고 말했다. 직통계단이 두 개라면 복도로 각 계단을 연결해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법적으로는 하나만 설치해도 되는 건물이라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 FPN

 

전문가들은 이같이 피난에 취약한 위험 건축물을 태생시키는 ‘건축법’을 이번 기회에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직통계단이 설치된 거라면 당연히 복도로 연결돼야만 그 의미가 있다”며 “법적 사항이 아닐지라도 두 개의 계단을 설치하면서도 복도로 연결해 놓지 않았다는 건 피난 안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급속한 연소 확대가 우려되고 고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장소 등에는 직통계단 개수와 보행거리 기준을 강화하는 등 피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개의 거실을 경유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건축물 내부 구조에 대해서도 제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한 소방기술사는 “연속되는 거실구조를 갖춘 곳의 출입구 쪽에서 불이 나면 당연히 피난이 불가능해 이런 형태는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내부 구조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건축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각지대 놓인 완성품 리튬전지… “현실적 관리대책 마련돼야”

▲ 소방관들이 아리셀 공장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이번 화재로 아리셀 공장처럼 완성품 배터리를 취급하거나 보관하는 곳들이 화재안전 시각지대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의 배터리에서 시작된 불이 무려 3만5천개에 달하는 배터리로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아리셀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는 리튬 일차전지로 분류된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전기차 등에서 사용하는 이차전지와 달리 한번 사용하면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또 저장 수명이 5~10년으로 긴 데다가 다른 소재 일차전지보다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어 스마트그리드 계량기나 군수용 통신장비, 석유 시추 등에 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리튬메탈을 음극재로 사용하는 리튬 일차전지에서 불이 나면 화재 성상이 커 이차전지보다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지 하나에 불이 나면 주변 전지로 열을 전달하는 열전이 현상으로 인해 연쇄 폭발하기 쉽다. 물로 리튬 배터리 화재를 진압하면 리튬메탈과 수분이 만나 수소가스가 발생하고 고열에 따른 전해질 반응으로 유독 가스도 배출된다.

 

이 같은 리튬 배터리 화재는 진압 방법이 마땅치 않다. 겉으로는 불이 꺼진 것처럼 보여도 내부에서 1천℃ 이상 열이 발생해 다시 불꽃이 발생하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으로 구성되는 배터리에 열적, 전기적, 물리적 등의 충격이 가해져 온도가 상승하면 분리막이 분해되면서 내부 단락(합선)이 발생한다. 이후 양극재와 음극재가 만나면서 과도한 전류가 흐르고 열폭주를 일으키며 화재나 폭발로 이어진다.

 

아리셀은 일차전지 중 양극재는 카본, 음극재는 리튬메탈, 전해질은 염화티오닐(SOCI₂)을 사용한 일차전지를 생산해온 것으로 확인된다. 이 전해질이 물과 반응하면 염화수소, 이산화황과 같은 독성물질을 내뿜는다. 화재 당시에는 리튬 배터리 1개에 붙은 불이 연쇄 폭발하면서 급격히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호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은 당시 언론 브리핑에서 “급격한 발화로 작업실 전체를 덮는 데 수십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대피를 위해 출입문을 나와 비상구로 내려가든 다른 곳으로 나와야 하는데 작업자들이 안쪽으로 들어가 유독성 연기를 흡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CCTV에 담긴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상황.     ©용혜인 의원실 자료 제공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용혜인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화재 대응 보고 자료에 따르면 실제 화재 당일 오전 10시 30분 3초께 배터리의 1차 폭발이 발생한 뒤 3차 폭발까지는 불과 28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후 작업자가 분말소화기를 사용해 초기 소화를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14초 후 검은 연기는 작업장 전체를 뒤덮었다. 1차 폭발 후 작업장 내 연기가 가득 차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2초 남짓이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일차전지는 대중화된 이차전지보다 화재 위험성이 더욱 크다고 경고한다. 강경석 구리소방서 화재조사관(재난과학박사, 리튬이온 배터리 열폭주 세부전공)은 “리튬이온 배터리는 산화물계 전이금속에 리튬을 합성한 양극재를 사용하지만 리튬 일차전지의 경우 음극재는 리튬메탈, 전해질은 염화티오닐을 사용해 위험성이 크고 대응도 어렵다”며 “패키징된 배터리에 소화약제가 제대로 침투되지 않아 초기 화재 시 소화기를 통한 대응은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 화마가 휩쓸고 간 아리셀 공장 2층 내부     ©용혜인 의원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리튬을 사용하는 완제품 배터리의 안전 대책으로 위험물 또는 특수가연물로 포함시켜 규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제조시설 내 리튬 배터리를 일정 수량 이상 보관할 경우 별도 공간에 저장하거나 유사시 피난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현행 ‘위험물안전관리법(이하 위험물관리법)’상 리튬은 제3류 위험물로 분류된다. 지정 수량을 넘기면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위험물 옥내저장소로 허가를 받은 아리셀 공장의 경우 정해진 장소에서만 리튬 원재료를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리튬 원재료를 사용해 만들어진 완제품 배터리는 ‘위험물관리법’상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다.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위험성이 상당하지만 가공 전과 후의 규제가 달라지는 셈이다.

 

김동현 전주대학교 소방안전공학과 교수는 “원재료인 리튬은 관련법상 규제를 받지만 완제품인 배터리로 만들어지면 규제 대상이 아니다”며 “리튬이 배터리에 적용된 이후에도 위험물로서 지속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터리 화재 시 질식소화덮개로 덮어 불길이 퍼지지 않도록 하는 한편 재실자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배터리의 용량별 배치 기준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 주변에서 대기 중인 소방차량들  © FPN

 

리튬 배터리를 특수가연물에 지정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현행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선 화재 시 불길이 빠르게 번지는 고무류나 플라스틱류, 석탄ㆍ목탄 등을 특수가연물로 지정하고 있다. 이 특수가연물을 실내에 저장할 땐 주요구조부는 내화구조, 불연재료여야 하고 다른 특수가연물과 같은 공간에 보관하지 못 한다.

 

특히 적재 특수가연물 간 간격을 1.2m 또는 적재 높이의 2분의 1 중 큰 값 이상으로 간격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최대 저장 수량 등 내용이 포함된 표지를 반드시 부착해야 한다.

 

이영주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 원재료일 땐 가공 공장이나 저장소를 중심으로 관리하면 되지만 리튬 배터리인 완제품일 경우 보관 공간마다 규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그런데도 제품화된 리튬 배터리에 대한 관리 규제가 필요하다면 현행법상 특수가연물로 지정해 보관ㆍ적치 방법 등을 규정하는 등 화재 시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튬 배터리와 같은 위험물을 특수가연물로 지정하는 걸 전제한다면 취급 저장장소에 대한 적극적인 점검과 모니터링 등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배터리 제조시설에 적합한 화재 예방시설 등의 기술적 검토가 선행된 뒤 관련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영, 최누리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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