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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RY] 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
좀 더 나은 구급대원이 되기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해준 책
충북 충주소방서 김선원   |   2024.07.01 [09:00]

논어에 나오는 일이관지(一以貫之)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의 이치로서 모든 것을 깨달았다는 뜻입니다. 한 직업에서 오래 일하며 그 직업에서 배운 지혜를 바탕으로 세상을 설명하는 책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서 서재에는 항상 장인들의 책으로 가득합니다.

 

최근 캐나다에서 응급구조사로 일하는 분께서 쓰신 책이 있어 읽어보게 됐습니다. 이 책에는 응급구조사로 일하면서 깨달은 삶의 철학과 지혜가 가득했습니다. 읽는 내내 나를 돌아보게 됐고 앞으로 어떤 것들을 더 해나가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구절은 자해로 신고하는 환자와 관련된 일화였습니다. 처음엔 저자도 환자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빈정대는 말투에 화가 났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그 환자를 살리기로 마음을 먹고 이런 말을 합니다. 

 

“네가 외롭다고 한 말, 나 솔직히 백 퍼센트 이해한다고 말 못 해. 하지만 네가 느끼는 그 감정, 내가 살면서 가장 외로웠던 때를 떠올리면서 그게 어떤 느낌인지 함께 느끼려 하고 나도 지금 노력하고 있어. 그게 내가 지금 너한테 해줄 수 있는 최선이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너 좋아해. 네가 죽지 않고 살아줬잖아.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이지 너를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히 많이 있어. 그러니까 너도 살아”

 

이 구절을 읽으며 저는 두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첫째, ‘육체’처럼 ‘마음’ 역시 응급구조가 필요하며 적절한 마음의 응급구조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의 10배가 넘는 지금 한국 상황에서 어쩌면 마음의 응급처치는 어떤 의미에선 심폐소생술이나 중증외상 처치보다 더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고란 놈은 언제나 옆에 있을 것 같던 가족의 존재를 한순간에 지워버리는 일을 아주 손쉽게 해치워 버리는데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가해지는 잔인함이다. 사고는 내 부모 형제가 혹은 내 아내가, 심지어 내 아이들이 우리 삶에서 지워지는 그 참혹한 순간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할 만큼 무자비하고 그 기억을 남은 평생동안 지니고 살게 할 만큼 모질다”

 

“신고자가 전하는 말을 그대로 듣고 있을 수밖에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을 드러낼 수 없으며 먼저 전화를 끊을 수도 없는 911 신고접수자에게 그것은 단순한 감정노동의 수준을 넘어서는 가학적인 폭력이며 미처 피할 틈이 없이 자신의 심장에 날카로운 칼이 푸욱 꽂혀 순식간에 수백 수천 번 토막 나는 난도질 같은 것이었다”

 

이 두 글이 보여주듯이 마음의 응급구조가 필요한 사람은 환자 본인뿐 아니라 사고를 목격한 대상자와 그 사고 현장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내 동료까지 포함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두 번째로 환자를 처치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사실 응급구조 또는 응급의학의 영역은 매우 넓습니다. 그 수많은 의학 이론과 환자처치 기술을 모두 완벽하게 습득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구급대원은 항상 내가 모르는 영역의 환자를 만나거나 서툰 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오기 마련입니다. 

 

사실 아주 오랫동안 그런 내 능력 밖의 상황이 벌어질까 두려워하며 업무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자해환자를 대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정성’과 ‘진심’이 가장 필요한 의학지식이자 응급처치 기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정성과 진심이 있다면 부족한 기술이나 의료장비를 충분히 메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그 밖에도 많은 걸 느끼고 배웠습니다. 이 책에는 구급대원으로서 어떻게 활동해야 환자에게 도움이 될지와 어떻게 활동하면 나를 좀 더 지키며 이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소중한 조언이 담겨 있습니다. 구급대원으로서 업무에 대한 고민이 많은 분이라면 도움이 될 책이라고 확신합니다. 

 

추신: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 우연히 저자와 SNS로 연락하게 됐습니다. 저자분께 한국의 구급대원에게 인사말을 부탁드리자 이렇게 답변이 왔습니다.

 

“저는 캐나다에 이민 오고 나서 이 직업을 갖게 됐기 때문에 한국에 계신 구급대원 선생님들이나 응급구조사 선생님들이 어떻게 일하고 계시는지 잘 아는 편은 못됩니다. 다만 나라가 다르고 문화나 제도가 달라도 이 일을 직업으로 갖고 계신 분이라면 현장에서 환자들을 대하며 느끼는 감정들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일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부디 몸과 마음 모두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충북 충주소방서_ 김선원 : jamejam@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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