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구급대원이 한데 모여 현장 응급처치 역량 고도화를 위한 생생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2월 8일 서울소방학교 대강당에서 ‘2023 현장응급처치 세미나’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현장응급처치 세미나는 서울소방학교(학교장 고민자)와 소방교육훈련센터가 주최ㆍ주관하고 현장응급처치연구회가 후원하는 구급 분야 세미나로 2018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2020년부터 4년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다시 오프라인으로 전환됐다.
‘다시 뛰는 심장, 다시 뛰는 현장’이라는 의미를 담아 ‘리부트(Reboot)’라는 주제를 내건 이번 세미나엔 전국 구급대원과 서울소방학교 교육생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주제 발표는 ▲서울재난안전상황실 이주호 소방교(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구급상황관리센터)) ▲강원 양양소방서 안지원 소방장(CPR 피드백 장치의 사용 실태와 개선점) ▲서울 동작소방서 김희태 소방장(지피지기 백전백승(미래를 위한 모두의 오답노트)) ▲경기 일산소방서(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료연구실 파견) 이정혁 소방위(재난 현장에서 중증도 분류 구급대원이 중심에 서다) 등 4명의 구급대원이 진행했다.
김성은 소방교육훈련센터 구급전문의와 오영민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조인수 한일병원장은 주제별 좌장을 맡았다.
이날 고민자 학교장은 “6회 차를 맞은 현장응급처치 세미나가 지속 발전 가능성을 확보한 정기적 구급 세미나로 발전해 감회가 새롭다”며 “이번 세미나가 현장응급처치에 대한 각종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대원들이 다양한 현장을 극복할 수 있는 근거와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는 역량 있는 구급대원에 의한 국내 유일의 현장 중심 구급 분야 세미나이기에 막중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낀다”며 “매 순간 현장에서 최선의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구급대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FPN/119플러스>가 역량 강화와 구급 발전을 향한 열의로 뜨거웠던 세미나 현장을 찾아 대원별 발표의 내용을 정리했다.
이주호 소방교(서울재난안전상황실)
구급상황관리센터, 생각보다 많은 일 하고 있어
2022년 7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1년 정도 근무했지만 근무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기관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응급처치를 안내하고 의료 지도 등이 필요할 때 컨택하는 정도의 역할만 한다고 생각했다.
1년 정도 근무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구급대원께서 민원 전화를 주신다. 대체로 부정적인 피드백이다. 이런 전화가 많다 보니 힘들기도 하고 상처도 많이 받는다. 불만을 갖는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실제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하고 여러 가지 입장을 전달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
발령받고 주변으로부터 구급상황관리센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구급상황관리센터는 의료와 처치 지도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그 이면엔 소위 말하는 ‘꿀 빨러’ 가는 것 아니냐는 의미도 조금 담겨있었던 것 같다. 현장엔 나가지 않고 전화로만 처치를 지도하는 등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구급상황관리센터 임무에 대한 건 ‘119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명시돼 있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면 우선 구급대 출동 중 처치 안내가 있다.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전화로 응급처치 등을 안내하는 일이다.
이송 병원을 선정하기도 한다. 구급대가 현장에서 중증 응급환자를 만났을 때 병원의 수용 능력 등을 확인하며 이송하기 어렵기에 센터에서 확인ㆍ전파해 주는 역할을 한다.
또 의료 지도 시스템을 맡는다. 현장 구급대원들은 중증 환자를 처치할 때 의료 지도 시스템을 많이 이용한다. 요새는 대부분 영상까지 동반해 의료 지도를 받는다.
이렇게 크게 세 가지가 대부분 알고 있는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주요 업무일 거다. 구급대원과 직접 맞닿는 업무이기에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서 이 정도 업무를 생각하실 거다. 당연히 실상은 이보다 더 여러 가지 디테일이 있다.
먼저 구급상황관리센터는 의료 상담과 안내를 담당한다. 구급대 출동 중 처치 안내와의 차이점은 일반 의료 상담까지 한다는 거다. 119 구급이라고 해서 무조건 응급 상황을 생각하시곤 하는데 비응급과 관련해서도 안내와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과거 1339시스템이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와 통합되며 이 시스템이 넘어왔다. 간단한 의료 상담부터 심도 있는 상담까지 다양하게 들어온다.
이 업무가 부담이 큰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구급대 출동 중 처치 안내보다 이쪽 통화량이나 업무 부담이 훨씬 크다. 건수로 생각해도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배 정도 더 많다.
특히 주말이나 야간, 연휴 기간엔 여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10배 가까이 차이가 날 때도 있다. 건수가 많고 더 디테일한 정보를 요구하다 보니 통화가 길어지게 되고 민원의 소지가 많다.
의료자원정보 관리ㆍ제공 업무도 한다. MIBS와 E-Gen 시스템을 통해 의료자원 정보를 관리ㆍ제공하는 업무다. MIBS와 E-Gen 시스템은 1339에서 의료 상담과 일반 병원을 안내할 때 사용하던 시스템인데 이 역시 소방에 넘어왔다.
시스템에 등록된 내용을 보고 안내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시스템에 등록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선 직접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현재 서울엔 2만1천여 곳이 넘는 병원이 있다. 한 번 확인하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계속 변동이 있기 때문이다. 말이 쉬워 2만1천곳이지 2만1천건의 전화를 한다고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이를 위한 시간도 따로 주어지지 않아 휴식시간마저 짜내 일하는 실정이다.
또 최근 가장 부각되는 업무는 재난 시 구급 상황에 관한 관리다. 구급상황관리센터는 다수사상자 관리 시스템(MCMS)과 재해의료지원팀(DMAT) 등 2개의 시스템을 활용해 재난 시 구급 상황 관리에 관여하고 있다.
구급상황관리센터는 이렇듯 구급대와 호흡을 맞추는 부분 이외에 추가로 넓은 영역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하는 일이 약간 꿀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내용을 되짚어 주시기 바란다.
업무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출동 빈도가 높은 센터에 비할 바는 아니다. 감히 비교할 순 없지만 업무 영역 자체가 전혀 다른 만큼 부담이 다른 방향으로 과할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주셨으면 한다.
안지원 소방장(강원 양양소방서)
CPR 피드백 장치 사용 활성화 필요해
CPR 피드백 장치는 실시간으로 가슴 압박 속도와 깊이 등 지표를 감시하고 심폐소생술의 질을 평가하는 장비다. 규칙적으로 소리나 빛을 내는 간단한 메트로놈 방식부터 제세동기 연동형과 손목 밴드형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이 자리에서 다룰 장비는 제세동기와 연동해 사용하는 제품들이다.
구급대원 120명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지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고품질의 가슴 압박’이 62.3%로 가장 많이 꼽혔다. 가슴 압박의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 가슴 압박의 중요성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 치료 지침’ 심폐소생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보면 2015년도 가이드라인엔 심폐소생술 피드백 장치가 도움이 될 수 있으니 권장한다는 뉘앙스의 언급이 있다. 하지만 2020년도엔 소생률을 향상시킨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드백 장치를 굳이 권고하진 않는다고 돼 있다.
대한심폐소생술협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논문과 관련한 다른 논문들을 검토해봐도 심폐소생술 품질을 향상시키는 건 맞지만 품질 향상이 심정지 생존율로 그다지 연결되진 않는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생존율에 의미가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생각했다. 좋을 것 같은데 왜 안 좋다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아 관련 연구를 찾아봤는데 국내 연구는 없었다. 병원 전에 관한 연구는 있었지만 그다지 높은 수준의 근거는 아니었다. 그래서 직접 연구를 시작했다.
우선 실태 파악을 위해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 등에 소속된 구급대원 1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대원들의 니즈를 반영한 장비 개발을 위해 지난 7월엔 춘천의 한 의료기 업체와 미팅을 갖기도 했다.
설문 결과 ‘피드백 장치가 심정지 환자 생존율 향상에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질문엔 긍정 대답이 절반 정도 나왔다. 보통이라는 대답이 20, 부정적이라는 대답이 30%가량 나왔다.
또 ‘동료에게 피드백 장치를 추천하겠는가’에 대한 질문엔 긍정과 보통, 부정 대답이 비슷한 비율로 나왔다. 이 밖에도 다양한 대상을 정해 설문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연구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을 정리하자면 구급대원들은 가슴 압박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피드백 장치의 효과도 서울 외의 지역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제품 측면에선 졸 사 피드백 장치의 선호도가 높은데 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피드백 장치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결국 많은 직원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득하고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교육이 중요하다. 결국 피드백 장치는 팀 리더가 아니라 (응급구조사) 2급 대원이나 펌뷸런스 대원들이 주로 쓴다.
리더가 눈으로 보면서 교정해주면 좋겠지만 리더는 바쁘다. 2급 대원이나 펌뷸런스 대원이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사실 교육이 얼마나 잘 됐는지 모르겠다.
우리 대원들은 강제로 시킨다고 해서 하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기계식 압박 장치만 봐도 누가 강제로 이 장비를 쓰라고 해서 사용하는 게 아니다. 대원들이 써 보고 좋으니까, 필요하니까 쓴다. 이렇듯 기능적인 측면에서 퍼져나가야지 위에서 강압적으로 쓰게 하는 방식은 좋지 않다.
앞으로는 구급대원들의 니즈가 응급의료 장비 개발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추후 데이터 사용에 대한 직원 보호가 따라가 줘야 서로 가감 없이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될 거로 본다.
피드백 장비가 생존율을 향상시킨다는 근거는 아직 없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충분하다. 가슴 압박 품질 측정과 디브리핑까지 할 수 있는 좋은 장비다.
김희태 소방장(서울 동작소방서)
디브리핑과 지도 의사 피드백이 구급대원을 발전시킨다
가만히 있으면 발전하지 못한다. 그래서 현장응급처치 연구회 동아리 밴드에선 많은 고민을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현 시스템에서 가능한 걸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그 발전 방향 중 하나가 바로 디브리핑과 피드백이라고 할 수 있다. 디브리핑은 현장 활동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는 거다. 피드백은 CPR 피드백 장치처럼 기계적 수치를 활용한 방식이 있고 지도 의사 의견을 통한 피드백 방식이 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방식은 지도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피드백이다.
당장 디브리핑을 하자고 하면 거부감이 들 거다. 하는 방법이 생소하거나 잘 알지 못하고 귀찮은 점이 많다. 구급대원들이 현장에서 힘든 구급 활동을 하면서 우리와 환자를 파악하고자 노력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2020년도 기준 전국엔 1558대의 구급차와 1만2732명의 구급대원이 있다. 그중 10명에게 처음 구급대원이 되고자 했을 때의 마음가짐을 물었다. 모두가 처음엔 사명감을 갖고 전문가가 되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질문하니 대체로 근무하며 더 구체적인 목표를 갖게 됐다고 했지만 낙담하거나 의지가 꺾였다고 답하신 분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환자를 위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설문을 진행하며 구급대원으로서 처음과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으나 환자에 대한 마음은 변치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처음과 같은 마음가짐까진 아니더라도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똑같은 상황에서 또 지게 된다. 노력한다고 누가 잘 알아주진 않는다. 하지만 기억하자. 자기 자신은 알아준다.
더 발전된 구급대원이 되기 위한 방법은 많다. 학회나 심포지엄, 세미나 등에 참석해도 되고 개인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하시는 분도 계신다. 다 교육을 받는 거다. 다른 방식도 있다. 디브리핑과 피드백이다.
디브리핑의 사전적 의미는 ‘임무 수행 보고’다. 보고하라고 하니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쉽게 생각하면 우리가 수행한 현장 활동에 대해 생각하고 얘기하자는 뜻이다.
2020년 한국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엔 ‘디브리핑은 개인과 팀의 수행 능력 향상 효과가 크므로 적극 권장한다’고 돼 있다. 그래서 한번 해보자는 거다.
디브리핑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중 ‘핫(hot) 디브리핑’과 ‘콜드(cold) 디브리핑’을 소개하겠다. 핫 디브리핑은 말 그대로 우리가 현장 처치를 끝낸 후 그 감정이 살아있을 때 바로 활동에 대해 잘된 점과 아쉬운 점을 간단하게 10분 이내로 짧게 토론하는 방식이다.
콜드 디브리핑은 핫 디브리핑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자료를 작성하면서 조용한 환경에서 10분 내외로 더 깊게 얘기해 보는 방식이다.
심폐소생술 상황을 예로 들면 핫 디브리핑은 병원에 도착해 환자를 의료진에게 인계한 후 구급차를 정리하는 시점에 하면 좋다. 선착대와 후착대가 가장 많이 모여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심뇌혈관 질환 상황이라면 귀소 중일 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콜드 브리핑은 모든 활동이 끝나고 정리가 됐을 때 하면 좋다.
당일에 둘 다 하면 좋겠지만 여건상 힘든 부분이 있는 만큼 이 중 하나라도 한다면 분명한 발전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
피드백은 사전적 의미로 ‘행동과 반응의 결과를 알려주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했던 처치나 생각했던 것에 대한 피드백이 거의 없었던 게 현실이다. 물론 ‘구급활동표준지침’에 하는 방법이 나와 있지만 행동과 결과에 대한 언급은 없다. 구급 지도 의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우린 열심히 심폐소생술한 후 잘했는지, 못했는지, 그 환자가 어땠는지 등을 알고 싶어도 알 길이 거의 없다. 각 소방서 밴드나 카톡 등을 활용해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지만 공식적인 피드백은 구급활동정보시스템을 통한 지도 의사 의견밖에 없는 것 같다.
양질의 피드백이 없다면 현장 활동에서 무의식적으로 무능해질 수밖에 없다. 우린 우리가 모르는 걸 모른다고 볼 수 있다. 디브리핑을 통해 우리를 알고, 피드백을 통해 환자를 알아야 한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 수 있는 사람이 죽는 걸 막는 구급대원이 됐으면 한다.
이정혁 소방위(경기 일산소방서,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료연구실 파견)
재난 현장 중증도 분류, 그 중심엔 구급대원이 있다
재난으로 분류되는 다수사상자 발생 사고가 현재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8년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선 47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쳤다. 또 2022년 이태원 압사 사고는 159명의 사망자와 196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이처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다수사상자 현장에서 환자 중증도 분류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거다.
다수사상자 재난 현장에서 환자 중증도를 분류하기 전 단계엔 초기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재난 발생 장소와 사고 유형, 위험 요소, 대략적인 환자의 수, 필요한 지원 유형 등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담아 명확하게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선착대는 가능한 한 빨리 각 환자에게 접근해 신속하게 평가하고 치료해야 한다. 초기 평가 시엔 침착함을 유지하고 현장을 둘러보며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중증도 분류는 필요에 따라 수행하면 된다.
2022년 1월 소방청은 다수사상자 발생 재난에 대비한 119 대응 표준매뉴얼을 처음 만들었다. 매뉴얼에선 두 가지 중증도 분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바로 Modified M.A.S.S(Move Assess Sort Send)와 S.T.A.R.T(Simple Triage And Rapid Treatment)다.
Modified M.A.S.S는 환자의 거동(Move)과 반응(Assess), 호흡(Sort)을 ‘예(Yes)’나 ‘아니오(No)’로 빠르게 평가하고 긴급과 응급, 비응급, 지연으로 분류해 순서대로 환자를 이송(Send)하는 분류 도구인 M.A.S.S에 ‘기도 개방’을 추가한 개념이다.
Modified M.A.S.S에선 호흡 유무 확인 시 호흡이 없는 환자를 바로 지연으로 분류하지 않고 기도를 개방하게 된다.
다수사상자가 주로 발생하는 화재나 폭발, 건물 붕괴 등의 현장엔 외상성 환자가 많고 출혈이나 부종 등으로 기도 폐쇄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환자는 빠른 기도 개방만으로도 살 수 있다.
S.T.A.R.T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 주로 사용 중인 환자 중증도 분류법이다. 보행 능력과 호흡 유무, 호흡수 등을 기준으로 환자를 평가한다.
문제는 호흡 평가 부분에서 발생한다. 호흡 유무만 평가하는 것에 비해 호흡 횟수를 세야 하기에 시간이 지연되고 주변에 심한 소음이 있거나 기상 환경 등이 좋지 않으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또 호흡 속도는 유동적인 만큼 실제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나타내지 않을 수 있다.
이 같은 알고리즘 형태의 중증도 분류 체계는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다수를 위한 최대 이익을 목표로 하는데 목표에 대한 측정 기준이나 근거가 부족해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긴급 환자를 우선 처치ㆍ이송하는 게 과연 자원 활용 측면에서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남을 수 있다.
또 자원의 가용성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환자가 20명인 상황을 가정했을 때 S.T.A.R.T의 경우 구급차가 2대든, 10대든 분류 전략이 동일하다.
이외에도 카테고리 내 환자의 심각성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점과 다양한 외상 유형에 대한 고려나 차별이 없다는 점, 모든 사상자가 단일 시점에 존재하는 공통 장면이 있는 경우에만 작동한다는 점, 당장의 상태를 평가하는 게 생존 가능성을 예측하는 건 아니라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 같은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에선 다양한 분류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둔상과 관통상 환자에게 적합한 STM(Sacco Triage Method)이나 ATLS(전문외상응급처치술) 수준의 응급처치를 제공하는 SPATM(Spanish Prehospital Advanced Triage Method: META), 화상 환자 분류를 위한 FTB(Fast Triage in Burns) 등이 대표적이다.
모든 환경을 전부 통제할 수 있는 분류 도구는 없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두 가지 분류 도구를 명확히 이해하고 각각의 장ㆍ단점을 파악하는 등 문제의식을 느껴야 하는 이유다. 향후 극복 방안으로는 구글 글래스 등 현장 상황 송출 장비를 통해 지도 의사와 실시간 의료 지도를 수행하는 방안을 꼽을 수 있다.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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