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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한민국 화재ㆍ안전 전문가 다 모였다”… ‘국가화재평가원’

소방청 인가 사단법인 출범 2년 만에 굵직한 위험평가 수행
화재ㆍ안전 학계, 엔지니어 등 소속 전문위원 60여 명 참여
특허받은 전문 평가기법으로 차별화된 화재위험성평가 진행
근로자부터 전문 담당자까지… 맞춤형 교육과 컨설팅 제공
산업 현장 위험 발굴ㆍ대책 제시로 사업주 인식 전환 이끈다
“국내 화재ㆍ안전분야 선진화를 이끄는 기관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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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기사입력 2021-05-11

▲ 국가화재평가원에서 위험평가를 위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 국가화재평가원 제공


[FPN 박준호 기자] = ‘소방법’과 ‘건축법’ 등 법규 중심의 체계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화재 안전 기술은 화재위험으로부터 실질적인 안전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건축물의 대형화와 밀집화, 경제ㆍ산업의 급속한 발전은 화재위험성을 더욱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화재위험성을 정밀히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건 대형 피해를 예방하는 최선의 대책이 될 수 있다.

 

소방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민간 차원의 화재안전성 확보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지난 2019년 12월 31일 소방청으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국가화재평가원(이하 평가원)’이 바로 그 주인공.

 

평가원은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소방ㆍ안전 관련 법령 외 사각지대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한 순수 민간 전문기관이다. 화재위험을 진단ㆍ평가하고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평가원에는 공학ㆍ기술적 엔지니어링 경험과 지식을 보유한 60여 명의 교수와 기술사 등이 활동하고 있다. 

 

평가원은 화재위험 분야의 축적된 기술을 가진 한국화재연구소와 기술적 협력으로 선진화된 화재위험진단ㆍ평가 기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기술을 개량하고 발전시키는 등 화재ㆍ안전 분야의 선진화된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들은 화재안전등급 지정제(Fire Safety Grade)라는 전문 화재위험성 평가부터 중대산업재해 위험진단, 교육사업 등을 수행한다. 설립 2년 만에 굵직한 대규모 산업 현장과 건축물 등에 대한 화재위험 진단ㆍ평가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어느덧 민간 전문기관의 위상을 다졌다.

 

‘등급 지정제’로 지키는 화재안전

평가원의 주된 업무는 화재안전등급 지정제다. 화재안전등급 지정제는 공장이나 건물 등에 대한 화재위험을 진단ㆍ평가해 위험도를 산정하고 위험요소를 도출해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자체 인증제도다. 사업장의 안전을 위한 관련 기술과 지식을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평가원 소속 전문위원이 참여해 이뤄지는 심사는 ▲화재위험평가(F-SM, Fire-Safety Management) ▲화재대응전략(F-SP, Fire-Safety Plan) ▲화재안전종합평가(F-SA, Fire-Safety Assessment) ▲분진화재폭발위험평가(F-DHA, Fire-Dust Hazard Analysis) 등 네 분야로 구성된다.

 

‘화재위험평가’는 공장과 건물 등 공간별로 진단과 평가가 이뤄진다. 화재 예방과 감지, 경보, 초동대응, 소화설비, 공공소방대, 건축방재 등 6단계의 평가항목을 100점 만점으로 산정한다. 또 발생빈도지수와 피해심도지수를 곱한 공간안전지수를 산출해 N(Normal), E(Excellent), T(TOP) 등 세 등급으로 나눠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 화재위험평가(F-SM, Fire-Safety Management) 예시  © 국가화재평가원 제공

 

‘화재대응전략’에선 화재위험평가에서 도출된 예상 화재 크기, 화재감지기 작동시간, 자동소화설비 작동시간, 초동대응 성공 가능성 등을 토대로 화재위험관리와 실질적인 화재대응전략을 제공한다. 이로써 사업장은 화재대응전략과 위험관리전략, 소화설비 운용전략 등을 수립할 수 있다.

 

▲ 실제 평가를 받은 대상물의 화재대응전략(F-SP) 보고서 내용

 

‘화재안전종합평가’에선 정량적 위험성 평가인 ETA(Event Tree Analysis)를 기반으로 사업장의 전체적인 화재위험수준을 평가하고 화재로 인한 연간예상위험비용을 도출한다. 비용편익분석기법을 통해 투자 효용성이 높은 항목을 제시한다.

 

▲ 화재안전종합평가 (F-SA, Fire Safety Assessment)결과물

 

‘분진화재폭발위험평가’는 분진폭발의 위험이 내재된 산업 현장 속에서 DHA(Dust Hazard Analysis)를 수행해 위험 분석을 통해 체계적인 위험관리기법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 분진화재폭발위험평가(F-DHA, Fire-Dust Hazard Analysis) 보고서 내용

 

특허기술로 이뤄진 평가원의 위험진단ㆍ평가기법은 국가화재평가원 홈페이지(www.nfai.or.kr) 또는 화재위험평가시스템 홈페이지(211.43.210.14/login)에서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 국가화재평가원에서는 화재위험평가 시스템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평가기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화재 넘어 중대산업재해 진단도 제공

평가원의 업무는 화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평가원은 오랜 기간 발전소와 화학공장, 전기ㆍ전자공장 등 사업장 위험진단ㆍ평가를 수행해온 소속 전문가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대산업재해 위험평가’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중대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관리체계와 재해요소 등의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초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 같은 관련 법령 강화로 산업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적인 위험평가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중대산업재해 평가’는 화재전문가뿐 아니라 평가원에서 활동하는 산업ㆍ보건안전 전문가가 투입돼 정밀한 리스크 관리를 제공한다.

 

맞춤형 교육으로 안전성 향상 도모 

▲ 국가화재평가원 소속 전문위원이 삼성그룹의 소방ㆍ방재 담당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국가화재평가원 제공

 

평가원은 사업주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전문가가 함께 제공하는 이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맞춤형 교육’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해 각 위험요소에 맞춰진 특별한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있다. 

 

일반형 맞춤교육, 참여식 맞춤교육, 과정개발형 맞춤교육 등으로 구분되는 교육프로그램은 기업의 비전과 니즈에 맞춰 설정된다. 또 전문가, 일반 고용자 등 교육생 눈높이에 따라  안전에 대한 가치를 심어주고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등 교육의 질을 높여 제공한다.

 

지난해 11월 평가원은 삼성그룹 소방ㆍ방재 담당자 40여 명을 대상으로 방재기술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기업의 화재ㆍ안전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전문 기술교육과 세미나 등을 개최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발전본부 등 주요시설 7곳 화재안전등급 지정

▲ 지난 4월 8일 여용주 원장과 화재안전등급 지정을 받은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화재평가원 제공


평가원은 지난해 12월 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를 국내 1호 화재안전등급으로 지정했다. 이후 국내 최초로 한국남동발전 5개 발전소 전 사업장의 등급을 지정했고 SK텔레콤 본사 등 7곳에 이르는 시설에 화재안전등급을 지정했다. 현재도 국내 대기업 등 여러 사업장에 분진화재폭발위험평가를 포함한 화재안전등급 지정을 진행 중이다.

 

설립 1년 만에 우리나라 대형 발전시설과 대기업 등으로부터 전문성을 인정받아 위험진단ㆍ평가를 완료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주는 현재 사업장의 안전상태가 어떤지, 화재위험을 실질적으로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자문받았다. 평가를 통해 도출된 위험요소는 더 안전한 사업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안전시설 투자를 이끌어내고 사업주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평가원의 화재안전등급제 사업에 관한 업무는 소방청으로부터 허가받았다. 결과적으로 화재안전등급이 지정되는 건 소방청의 정식 인가 기관으로부터 화재안전에 노력하는 사업장과 건물이라는 걸 인정받는 것과 같다.

 

평가원은 사업장의 위험에 대한 다양한 컨설팅을 진행한다. 현대자동차를 대상으로 ‘유해화학물질 저장ㆍ사용시설 안전진단’을 수행했으며 한국남동발전 전 사업장에 대해선 소방시설 위험요소 발굴 등을 시행했다.

 

연구개발 활동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주관하는 ‘화력발전소 종합 화재방호시스템 개발’ 연구에 참여하며 발전소의 화재 유형과 사례, 패턴을 분석하고 최적화된 위험평가를 설계ㆍ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외에도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을 활용한 소방안전관리자 교육시스템 개발 연구에 참여하고 정부의 안전 정책 개발 지원을 위한 준비도 꾀하고 있다.

 

“화재ㆍ안전분야 선진화를 이끄는 기관이 되겠습니다”

인터뷰 - 여용주 원장

 

“우리나라 소방업무의 대부분은 설계와 시공, 감리, 점검으로 업역이 제한적입니다. 산업안전 분야는 위험성평가기법을 활용한 진단과 컨설팅이 상당히 활성화돼 있지만 소방 분야는 상대적으로 인식과 수준이 미흡한 실정이죠. 이러한 현실에서 소방 분야의 위험진단과 위험평가 등 컨설팅기법을 확대하고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원대한 목표로 평가원을 설립했습니다”

 

▲ 여용주 국가화재평가원장  © 최영 기자

 

건물의 화재위험성을 평가해 안전 사각지대를 발굴하자는 목표로 설립된 국가화재안전평가원(National Fire Assessment Institute). 평가원은 지난 1999년 여용주 원장이 만든 소방인 최초의 커뮤니티 ‘여용주 소방기술연구소’가 그 근간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 여 원장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여용주 소방기술연구소’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단순히 소방 지식에 대한 갈증으로 출발했다.

 

한 명, 한 명이 모여 소방과 관련된 자료를 올리고 서로 질문과 답변을 나누며 소방 지식을 공유했다. 오늘날 인터넷 카페처럼 당시 소방인들은 이 사이트를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했다.

 

“마침 그 당시 소방에 감리제도가 도입되면서 많은 사람이 소방에 유입됐습니다. 저처럼 소방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면서 사이트가 굉장히 활성화됐죠. 2002년 소방기술사를 취득하면서 이름을 한국화재연구소로 변경했고 그 공간이 평가원의 뿌리가 됐습니다. 그래서 평가원이 주는 의미는 특별합니다”

 

학계와 엔지니어 등 전문가 그룹이 모여 만든 평가원. 설립한 지 1년 반이 채 안 됐지만 화재안전등급제 지정과 교육, 컨설팅 등 활발한 활동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평가원의 올해 목표는 다양한 기업과 공장, 건물의 화재위험진단ㆍ평가를 통해 화재안전등급을 지정하고 컨설팅을 진행하는 등 국가적 화재위험을 낮추는 데 이바지하는 거다.

 

“해마다 공장이나 사업장 등에서 화재, 폭발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들이 사망하거나 다치고 있습니다. 저희가 제공하는 화재위험진단과 평가기법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해 많은 곳이 더 안전해지면 좋겠습니다”

 

평가원은 앞으로 소방과 안전 관련 법규 등의 사각지대에 대한 위험과 ESS(에너지저장시스템), 풍력발전기, 신소재 산업, 2차전지 등 신성장 산업의 화재위험을 낮출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연구하고 소방 분야의 자재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소방포털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선진화된 화재안전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정착 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다.

 

또 기업의 화재ㆍ안전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전문 기술교육과 세미나 등을 열어 선진기술을 전파하고 공유하는 장을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국내 기업들의 안전수준을 높이고 화재 예방 기술의 발전도 이뤄내겠다는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

 

“화재안전등급 지정제 활성화로 화재ㆍ소방산업 분야 시장을 확대하고 기술교류와 교육, 안전대책에 대한 공학적, 기술적 접근으로 실효적 대책을 제시하는 등 화재ㆍ안전분야의 선진화를 이끄는 기관이 되겠습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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