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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소방에서 내 자리 찾겠다는 결심, 이룬 것 같아요”
[인터뷰]서울소방학교 소방과학센터 진승희 연구원
유은영 기자   |   2018.08.24 [11:23]

▲ 서울소방학교 소방과학센터 진승희 연구원   © 김혜경 기자

 

[FPN 유은영 기자] = 2013년 10월, 남성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화재조사에 도전장을 내민 여성 소방관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울소방학교 소방과학센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진승희 소방장이다.


“화재조사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막연한 호기심이었어요. 좀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남성이 많은 조직 내에서 ‘내 자리’를 찾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2003년 1월 서울소방 공채로 소방에 입문한 진승희 소방장은 일선 서에서 화재 진압과 구급, 홍보계획, 촬영, 위험물 안전계획, 예방계획, 소방특별조사, 안전계획, 시설 지도, 화재 감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온 소방관이다.


“현장 진압대원으로서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한들 신체적인 한계가 있어 동료나 선배분들께 신임받기 어렵더라고요. 혹시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시는 걸 보면서 ‘오히려 내가 짐이 될 수도 있겠다. 빨리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조직에 보탬이 되고 내 위치를 찾자’라는 마음으로 화재조사 교육을 신청하고 자격증 취득 후 현장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당시 여직원이 화재조사 교육을 받는 것 자체가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더구나 검사계획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어 3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교육을 위해 자리를 비운다는 것만으로도 눈총을 받을 수 있었던 상황.


“주변에서 안 좋은 소리도 많이 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때는 뭐가 그리 절박했는지 앞뒤 재지 않고 휴가 중이던 과장님 휴가지까지 쫓아가서 어렵게 허락받아 교육을 하러 갈 수 있었죠”


그녀에게는 ‘서울 여성 최초 화재조사관’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덕분에 진승희 소방장을 롤모델로 삼고 화재조사관을 꿈꾸는 후배 여성 소방관도 많아졌다.


“가끔 여성 후배 소방관들에게 메일이 오곤 해요. 심지어 다른 시ㆍ도 소방관과 소방학과 대학생들에게서도 연락이 왔었죠. 메일의 내용은 거의 어떻게 화재조사관이 됐냐, 힘든 점은 무엇이냐 등 화재조사관에 대한 것들이었죠. 진흙 속에 반짝이는 진주 같은 이들의 얘기를 듣고 있자면 해이해져 있다가도 정신이 번쩍 들곤 합니다”

 

▲ 진승희 소방장이 현미경을 이용해 화재 증거물을 분석하고 있다.

진 소방장이 화재조사 업무를 시작한 2014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6명의 여성 선후배 소방관이 화재조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진 소방장이 화재조사 분야에 첫발을 내딛는 모습에 용기를 내어 화재조사관 자격증을 취득 후 함께 한 여성 소방관들이다. 올 6월에는 이들과 서울시 글로벌 정책연수 선발대회에 선정돼 미국여성소방대원협회를 방문했다.


미국여성소방대원협회는 1982년에 설립돼 비영리단체로 운영되다가 2007년 소방공무원여성위원회와 국제화재관리국 여성위원회의 이사회가 합쳐진 기관으로 소방에 투입되는 여성의 공적인 활약을 위한 교육과 능동적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단체다.


현재 미국은 물론 캐나다와 프랑스, 독일 등 세계 10개국의 여성 소방관들이 서로의 멘토와 멘티가 돼 응원하며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같은 여성 소방대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공감대가 많더라고요.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죠. 이때 그들의 제안으로 미국여성소방대원협회에 가입하게 됐어요. 그동안 아시아에서는 협회를 방문한 적이 없었던 터라 제가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가입한 셈이죠” 


진승희 소방장은 미국여성소방대원협회뿐 아니라 미국화재조사협회(NFPA) 회원이기도 하다. 미국화재폭발조사자격증(CFEI)을 보유한 그녀는 2021년에 NFPA에서 개최하는 컨퍼런스에 참여해 세션 중 일부를 맡아 개인 연구 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렇듯 화재조사 업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진승희 소방장은 현장을 떠났지만 서울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센터에서 화재재현실험 연구를 지속하며 화재조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또 일선 소방서 2차 소방특별조사 감식에도 투입된다. 현장 발굴부터 화재 원인 규명, 화재 원인 FDS(화재 피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가동, 화재 원인 검증 등에 함께 한다.


그뿐만 아니라 소방서와 공동으로 화재재현실험을 진행하며 현장의 화재조사관들과도 계속해서 소통해 나가고 있다.


그녀는 화재조사 업무에 대해 “전기와 화학, 물리, 건축, 역학 등 다방면의 지식 배양은 물론, 지치지 않고 깊게 몰입하는 집중력과 인내력이 가장 기본이 돼야 하는 결코 단순하거나 쉽지 않은 분야”라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화재조사관을 희망하는 후배 소방관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냐는 질문에 “화재조사라는 게 답이 바로 나오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럼 그 현상을 다시 재현하고 실험, 입증해야 하는데 혹자는 미국 드라마 CSI를 떠올리며 멋지다고만 생각하시더라고요.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그런 현실을 미리 각오하고 시작하셨으면 해요”라며 애정 어린 조언을 잊지 않았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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