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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한국재난정보학회 이래철 회장

“효율적 재난관리 복잡한 서류에서 만들어지는 것 아냐”
“재난대응 정부만의 노력으론 불가능… 모두 함께 해야”
“선진국과 공동 노력으로 재난 없는 국가 실현 힘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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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원 기자
기사입력 2018-06-25

▲ 지난 20일 사단법인 한국재난정보학회 이래철 회장이 우리나라 재난대응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배석원 기자


[FPN 배석원 기자] = 지난 18일 일본 오사카에서 진도 5.9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5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의 부상자를 냈다. 전문가들은 큰 지진이 더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 일본 국민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포항 지진을 계기로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증명됐다. 또 제천, 밀양, 군산 화재 등 사회적 재난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재난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어느 때보다 높다.

 

▲ 사단법인 한국재난정보학회 로고 (The Korea Society of Disaster Information)

지난 1997년 3월 태동한 재난정보학회는 이 같은 재난 현상을 연구ㆍ분석해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구현을 위해 힘쓰고 있는 재난관련 전문 학술단체다. 재난정보학회 7대 회장을 맡고 있는 이래철 공학박사는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토목공학 학사를 마친 뒤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토목공학 석사와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토목구조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해비타트, 국토부, 대한기술사회, 한국구조물진단유지관리공학회, NGO 등 각종 단체에서 안전과 관련된 공학도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 20일 이래철 한국재난정보학회 회장을 만나 한국재난정보학회 활동상과 우리나라 재난 대응의 문제점, 그리고 향후 발전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우리 삶의 모든 건 안전과 직결된다”며 “특히 재난은 예방과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래철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사)한국재난정보학회는 어떤 곳인가.
사단법인 한국재난정보학회는 지난 2005년 행정안전부의 정식 인가를 받은 재난ㆍ안전 관련 전문 학술단체다. 현재 14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 학회는 국제세미나와 정기학술대회 개최ㆍ참가는 물론 논문지 발간, 전문가 양성, 현장조사 등 재난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연구재단의 등재 후보지로 등록돼 있지만 앞으로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정식등재지가 되도록 추진 중이다.

 

▲활발한 해외 학술교류도 추진 중이라고 들었다.
지난해 ‘MAIREINFRA 2017’(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intenance and Rehabilitation of Constructed Infrastructure Facilities) 세계 학술대회를 한국도로학회(회장 윤경구)와 공동으로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개최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이 세미나는 전 세계 SOC 시설물 유지ㆍ보수 분야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표적인 국제학술 대회다.

 

이 자리에서 SOC 시설물의 지속 가능성과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새로운 첨단 유지보수 공법에 대한 높은 수준의 논문이 발표되는 등 안전 분야의 최신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올해도 중국 북경과학기술대학의 재난전문 교수들을 초청해 한ㆍ중 재해저감 기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앞으로도 재난관련 선진 연구 동향과 함께 기술공유 등 다양한 학술 교류를 계획하고 있다.

 

▲학술 활동 외에도 재난피해 원인 분석 활동도 한다고 들었다.
재난현장에 전문가들을 파견해 재난 원인분석, 피해 조사와 재난ㆍ재해 피해 저감을 위한 자문 활동 등을 수행하고 있다. 포항 지진 당시 액상화 현상 조사와 드론 등 항측 장비를 활용한 3차원 지반분석, 교량, 항만시설 등 공공 시설물에 대해 변위ㆍ손상ㆍ지반침하 등의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보수ㆍ보강 방안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재난안전과 관련된 문제들을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있는 재난기술연구소와 관련 조직을 만들어 국가 또는 민간 연구를 맡아 진행하기도 한다.


▲선진 해외 등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해외 연구자들과 교류해오면서 느낀 것은 효율적인 재난관리는 복잡한 서류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재난관리에는 예방ㆍ대비ㆍ대응ㆍ복구 4단계가 있다. 여기서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꾸준한 교육과 반복적인 훈련으로 재난을 대비하고 재난 발생 시 훈련 받은 대로 행동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재난대응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복 교육을 통해 재난에 대한 안전의식이 몸에 베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평소 재난대응 교육과 훈련을 귀찮게 여기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 국민 스스로가 안전에 대한 체질화가 부족하다. 정부, 학계, 학교, 관련단체, 언론 등 종합적으로 협력해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만의 노력으로 재난을 완전히 대비할 수 없다. 모두가 함께 동참해야 한다.


▲외국 재난 관리 체계에서 본받을 만한 점이 있다면.
최근에 가장 인상적인 연구는 일본 동일본대지진(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46분, 리히터 규모 9.0) 이후 활발하게 이뤄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스템을 활용한 재난대응이다. 물론 SNS를 통해 직접 재난대응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재난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정보다. 정보를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공유할 수 있는 수단으로 SNS 체계가 주목받고 있다.

 

▲ 지난 20일 한국재난정보학회 이래철 회장이 <소방방재신문>기자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한국재난정보학회 제공


▲우리나라 재난관리체계 수준은 어느 정도로 보나
그동안 각종 재난사고를 겪으면서 과거에 비해 재난대응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공공소방이 존재하기 때문에 재난현장에서 초기 대응체계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중앙의 공무원이 재난현장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가 재난 발생 시 상위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로 돼 있다 보니 발생되는 문제가 있다. 지금은 보완이 이뤄져 재난관리체계가 현장 중심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정부가 재난관리 조직 형상을 자주 바꾸고 있다. 최근에 바뀐 이 체제를 어떻게 보나.
국민안전처 해체 이후 안전 업무는 행정안전부로, 소방관련 업무는 소방청으로 나눈 것에 대해 바람직하다고 본다. 과도기를 거쳐 이제 재난 상황 발생 시 초동대처를 신속하게 할 수 있는 현장 중심과 현장 지휘권을 강화하는 체제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착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재난대응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나라의 재난관리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정의하고 평가내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볼 때 그동안 지나치게 정부 중심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문제는 재난관리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 메르스,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 각종 재난 발생 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상황관리와 수습지원 기능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질책을 받지 않았나. 성공적인 재난관리체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재난대응 업무 수행을 위한 실질적인 권한 위임과 더불어 그 체계에 대한 신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민ㆍ관 협력체계가 갖춰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 등 초대형 재난을 경험한 국가는 국가와 민간이 협력해 재난에 대응해 나가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체계구축이 필요하다. 또 재난은 원인도 다양하지만 동일한 재난이라 하더라도 지역적 특성이나 다양한 요인에 의해 그 피해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재난대응 업무를 표준화된 형태로 만들어 일반적인 업무처럼 다루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표준화를 통해 어느 정도 효율성을 얻을 수는 있다. 그러나 재난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구조와 요인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체계적인 연구와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4차 산업혁명과 재난대응시스템과의 연계성도 커 보인다.
4차 산업혁명 융합기술이 재난대응 시스템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기술로 재난 대응은 더 체계화될 수 있다. 국제세미나에서 발표되는 논문을 보면 대부분 재난피해 저감을 위한 제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IoT, AI, Drone, Robot, Big Data) 등과의 융합 내용이 많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첨단 과학ㆍ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진단하고 국제적 기술교류와 산업정보 공유를 통해 재난에 대한 골든타임을 잡아야 한다. 국토교통부 등 관련부처는 재난예방에 IT와 드론산업 등을 이용한 재난현장관리의 과학화를 선도할 필요가 있다.

 

▲7대 회장 선출 당시 “재난 없는 사회와 안전한 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정부만이 아니라 재난 안전 전문가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어떤 업무를 중점 추진하고 있나
지난 20여 년 동안 일본 한신 대지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동일본 대지진 등 대재앙의 현장을 다녀왔다. 공학자이자 기술자로서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대자연의 위력 앞에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흐려지고 설계나 시방기준과 안전율, 빈도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일본과 중국을 강타한 대지진은 양국의 정부나 국민들에게 재난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계속 연구 개발해오고 또한 많은 재난으로 그 시스템이 검증돼 오고 있다.

 

일본과 중국을 자주 방문하는 것은 이들의 검증된 재난대응 시스템을 배우기 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선 국내 재난 관계자와 동행하고 있다.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 우리나라 재난대응시스템에 도입하기 위해서다. 앞으로도 재난대응시스템 선진국과 지속적인 공동연구는 물론 정보나 기술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가 재난 없는 국가, 안전한 사회를 이룩하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끝으로 재난 분야 관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없나
재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먼저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다른 분야는 개인의 경제적, 사회적 이득을 위해 일을 하지만 재난 분야는 자신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내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를 위한 일이다. 따라서 남을 위한 봉사의 마음과 사명감을 갖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배석원 기자 sw_note@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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