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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부속실 제연설비, 무엇이 문제인가

윤해권 소방기술사(희림건축사사무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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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해권 소방기술사(희림건축사사무소 상무)
기사입력 2018-06-25

▲ 윤해권 소방기술사(희림건축사사무소 상무)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연설비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먼저 안전은 어디까지가 안전하다고 평가를 해야 하며 어느 수준까지 지켜야할까.


우리 생활에서 안전의 척도는 사람 또는 관련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또한 완벽하게 정량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최근 문제를 낳는 부속실 제연설비의 문제점은 뭘까? 먼저 설비의 구조적 문제를 들 수 있으며 다음으로 성능확보 문제로 대별할 수 있다. 즉 설계 문제와 시공 문제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설계에 관한 가장 큰 문제는 제조사가 자사 제품의 성능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고 건축주는 제품 품질과는 관계없이 저렴한 가격만을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품질에 대한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도 없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제품 성능을 인정하는 기준은 단순히 제공된 제품에 대해 기준에 따른 적합여부만을 판단한다. 그렇다 보니 시장에선 품질이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동일한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업체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 필요가 없다. 더 낮은 생산단가에만 기준을 두다보니 자재의 품질은 더 높아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곧 소방자재의 현 주소다.


이런 구조에서는 설계자도 시공자도, 감리자도 절대 높은 품질을 요구할 수 없다. 자재 품질이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건축물에 설치해 성능만 유지되고 법 또는 기준에 적합하면 모든 것이 정당화된다. 설계자가 자재를 선택하고 책임지는 설계를 하거나 기술자가 좋은 자재를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고품질 자재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 고품질 자재를 사용했을 땐 건축주에게는 또 다른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하지만 좋은 자재건, 질이 떨어지는 자재건, 모두가 동일한 취급을 받고 있다.


자동차압ㆍ과압조절형댐퍼나 유입공기 배출댐퍼의 경우 누기율에 관한 정보를 제조사가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설계자가 설계를 하는데 있어 기준도 없이 설계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과연 현장에 설치돼야할 댐퍼의 누기율을 모르는데, 풍량을 정상 적용해 계산할 수 있을까.


최근 콘탐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연설비의 성능을 확보한다고 한다. 누기율 기준은 어디에 두고 검증을 한 것인지, 건축물의 누설틈새 기준이나 방화문 누설틈새 등을 고려해 어떤 결과가 나와 무엇을 개선했다는 것인지,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다. 단순히 콘탐 프로그램을 이용해 검증했다고 한다.


좋은 프로그램을 활용해 시스템을 검증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T.A.B 과정에서 설계를 검증하는 것이 좀 더 확실할 것이라 생각한다. 즉 설계 오류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로 활용한다면 더욱 유용할 것이다.


제조자는 자사가 생산한 제품의 성능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설계자는 설계에 활용된 데이터를 명확히 제시하고 그 설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시공자는 설계자가 제시한 조건이 왜곡되지 않도록 시공과정에서 정밀하게 구현해야 한다. T.A.B는 시공 초기단계에 투입돼 설계 검토와 설계 부적합 사항에 대해 검증을 하도록 한다면 제연설비 부실 문제는 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제연댐퍼를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한 것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진짜 문제는 뭘까. 화재안전기준에서 1.5T 이상 강판을 사용하도록 한 것을 지키지 않아서 문제인가? 아니면 알루미늄 댐퍼가 강판보다 낮은 온도에서 변형이 생기고 용융점이 낮아서 문제인가? 우리는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한다. 먼저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게 문제라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압ㆍ과압조절형댐퍼의 성능인증 기준에선 알루미늄을 인정하고 있어 화재안전기준과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또 댐퍼는 강판을 사용했는데 댐퍼 커버를 알루미늄을 사용한 경우도 있다. 기준에서 댐퍼에 대한 기준은 있지만 커버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것 또한 마냥 문제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강판보다 낮은 온도에 변형돼 문제일까. 단순히 제연설비만보면 문제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급기댐퍼의 경우 안전한 공간에 설치돼 있기 때문에 분명 문제가 없다고 본다.


유입공기 배출댐퍼는 어떤 게 문제인가. 제연설비는 소화활동설비로 분류되지만 20분 동안만 유효하게 작동하면 되는 설비로 돼 있다. 비상전원 확보시간이 20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입공기 배출댐퍼가 설치된 장소에는 스프링클러헤드가 설치돼 있다. 좀 낮은 온도의 알루미늄 댐퍼를 쓴다고 무엇이 문제일까. 유입공기 배출댐퍼 목적은 출입문 등으로 누설된 공기를 외부로 배출해주는 역할이지만 어쩌다 고온의 연기 또는 화염을 배출할 수 있어 강판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유입공기 배출댐퍼 뒤에는 방화댐퍼(일반적으로 작동온도 280도 방화댐퍼 설치)가 설치된다. 이는 알루미늄 댐퍼가 변형되기 전 먼저 방화댐퍼가 동작해 이미 제연설비의 기능은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입공기 배출댐퍼는 20분 동안 정상적으로 움직이다 수명을 다하거나, 방화댐퍼가 닫혀 수명을 다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얘기다.


부속실 제연설비 기준은 실제 화재 상황을 고려한 시험이나 검증 없이 획일적으로 다른 나라의 기준을 옮겨와 우리나라의 기준이 되고 있다. 댐퍼 설치 장소에 대해 화재 시 환경이나 최고온도 등 언제까지 성능이 유지돼야 하는지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어떤 상황에서 최고 온도가 몇 도까지 올라갈 수 있으니 몇 도 이상에서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안전을 정량화한 것이라고 본다. 댐퍼 온도가 일정 온도에서 견디지 못한다면 그 장소의 최고 온도를 댐퍼가 견딜 수 있는 온도로 제한 할 수도 있다. 즉 스프링클러가 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유입공기 배출용 흡입구가 부속실 출입구 앞에 설치되는 것은 배출구 근처로 고온의 연기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수 있기에 오히려 유입공기 배출댐퍼가 부속실 인근에 있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예측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알루미늄 댐퍼가 철재 댐퍼보다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분명 재고해야 할 것이다. 물론 강판보다는 낮은 온도에서 변형이 생기기에 성능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연설비 성능에 얼마나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제연설비는 화재안전기준에서 성능기준 개념으로 정하고 있다. 화재안전기준에서 요구하는 차압과 방연풍속 등이 확보되면 된다. 따라서 설계자는 설계 노하우를 토대로 자율적으로 설계해 요구하는 성능기준을 제시하고 시공자는 설계 내용이 왜곡되지 않도록 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화문의 문 틈새, 조적부위의 누설량, 댐퍼의 누설량 등 모든 구성요소가 적합하게 시공돼야만 한다. 이렇게 시공이 마무리된 후에는 제연설비에 지식이 풍부한 T.A.B기술자가 성능을 검증한다. 먼저 T.A.B는 설계검토단계, 시공단계, 성능 시운전단계, 유지관리단계로 나눠 제연설비의 성능을 확인한다.


설계검토단계에서는 설계된 내용으로 시공이 가능한 구조인지를 확인하고 시공단계에서는 시공 내용이 적합한지, 변수는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 성능 시운전단계에서는 설계에서 고려된 성능이 적정하게 구현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유지관리단계에서는 설비의 변형이나 건축물 구조의 변경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문제는 T.A.B 시행이 이 같은 절차에 따라 운영되지 못하고 결과만을 확인한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연설비 운영 기준만 잘 만들어 준다면 지금까지의 논란은 사라질 수 있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과제의 그 첫 번째로는 설비에 관한 기준은 실험을 통해 결정해야 하며, 둘째로 성능인증 기준은 관련기준에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셋째는 제조자가 제품 품질을 모두 공개하고 설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로는 건축주는 안전을 위해 품질 좋은 자재를 사용하는 등 안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섯째로 국가는 이런 건축주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설계자 역시 건축물 특성에 적합한 시스템의 정확한 구현을 위해 최고의 능력을 갖춰야 하고 시공자와 감리자는 설계를 왜곡하거나 임으로 수정하는 등 설계 의도를 무시해선 안 된다. T.A.B기술자는 설계검토부터 성능확인 유지관리단계에 이르기까지 제연설비의 성능확보를 위해 전문적이고 높은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이제는 책임의 범위 또한 명확해져야만 한다. 설계 부실은 설계자가 책임지고 품질에 관한 문제는 감리자와 시공자가 책임을 져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설계를 감리자, 시공자, 발주자가 임의로 수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제연설비는 그간 많은 논란을 거듭하며 발전해 왔다. 앞으로는 제연설비가 갈등의 원인이 아닌 국민에게 안전을 제공하면서도 건축주에게는 투자의 가치를 제공하는 소방시설이 돼야 한다.


윤해권 소방기술사(희림건축사사무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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