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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문구점이 납품하는 소방장비, 이대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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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기사입력 2018-05-25

 

▲ 신희섭 기자     ©소방방재신문

[FPN 신희섭 기자] = 소방장비 구매 방식을 놓고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나라장터를 운영하는 조달청도, 장비를 구매, 관리ㆍ유지하는 소방청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도통 고쳐지질 않는다.


소방장비는 대부분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구매가 이뤄진다. 일반(총액)입찰 또는 다수공급자 계약방식으로 이뤄지는 이 두 가지 방식 모두 장점보단 단점이 도드라진다.


일반(총액)입찰 방식의 경우 수요기관에서 구매 공고를 올리면 나라장터에 등록된 모든 업체가 입찰참여 대상이 된다. 다시 말해 소방장비 입찰에 문구류나 헤어용품류 업체, 심지어 간판 제조업체도 낙찰자로 선정될 수 있다는 소리다.


과거에는 전문성 등을 고려해 입찰 참가에 제한을 두기도 했지만 최근 정부 정책이 규제를 축소하는 쪽으로 전환되면서 입찰 제한이 크게 완화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총액)입찰은 조달업계 사이에서 복권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안돼도 그만’ 이라는 생각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운이 좋아 낙찰자로 선정되면 실제 물건을 대주는 제조사와 수요기관 사이에서 적지 않은 수수료를 챙기게 된다. 낙찰됐다는 이유로 중간에서 마진을 챙기는 이들은 제품 품질과 A/S조차 제조사에 떠밀면 해결되니 요즘 말로 ‘꿀잼’일 수밖에 없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알려지면서 일부 조달업체들은 단합을 통해 조직적으로 입찰에 참여한다. 실제 그룹을 지어 입찰에 참여하고 낙찰자로 선정된 후 제조사 측에 수수료를 요구하는 일도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다.


그나마 효율적이라던 다수공급자계약방식(MAS)도 일반(총액)입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요기관이 2개 업체 이상을 계약상대자로 선택한 후 2단계 입찰로 넘어가면 업체끼리 치열하게 가격 경쟁을 벌여야만 한다. 낮은 금액을 제시해야 낙찰자 선정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소방장비 입찰이 운과 가격이 우선되다 보니 장비 품질은 자연스럽게 뒷전이다. 소방공무원과 제조사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면서 서로 간 악감정까지 커지고 있다.


소방장비는 소방공무원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사용하는 물품이다. 품질을 말할 것도 없이 수요자와 제조사 간 신뢰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소방장비 시장은 수요자와 제조사 간 대화조차 기피할 정도로 신뢰가 바닥이 된 지 오래다.


수요기관과 제조사의 신뢰는 물론 소방장비의 품질 향상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가장 먼저 수술이 필요한 것이 바로 구매제도다.


어떻게 보면 문제의 해결방안은 매우 단순할 수 있다. 소방공무원 스스로가 선택한 장비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 대가로 제조사에게 적정한 가격을 지불할 수 있게 하면 된다.


그러면 제조사는 소방공무원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안 할래야 안할 수 없다. 품질을 인정받지 못하면 시장에서 외면받아 결국 경영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구매방식을 조금만 바꿔도 실현 가능하다. 바로 입찰 과정에서 이뤄지는 품평회 점수를 높이는 일이다. 장비를 직접 사용하는 소방공무원에게 선택의 권한을 제대로 줘야 한다. 또 불성실한 업체에 대해서는 엄정한 제제도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안전을 위해 사용되는 소방장비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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