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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부실점검과 거짓보고의 고르디우스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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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기사입력 2018-05-14

▲ 최영훈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 회장

고르디우스 매듭(Gordian Knot)은 해결이 매우 어려운 문제를 뜻한다. 복잡한 문제를 발상의 전환으로 일거에 해결할 때 동서고금을 통해 회자되는 용어로 그리스 신화와 연관돼 알랙산더 대왕 일화에 나오는 매듭 이야기이다.

 

쾌도난마(快刀亂麻)는 고사성어이다. 중국 북제의 창시자 고환(高歡)은 뒤얽힌 실 뭉치를 여러 아들에게 나눠주고 신속하게 추려내 보라고 했다.

 

다른 아들들은 한 올 한 올 뽑고 있었지만 고양(高洋)이란 아들은 엉클어진 실타래를 단칼에 베어버렸다. 그 후 고양(高洋)은 중국 북제의 초대 황제가 됐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달걀 이야기도 있다. 신대륙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콜럼버스를 축하하기 위한 파티가 열렸다. 많은 사람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질투했다. 콜럼버스는 그들에게 달걀을 세워 볼 것을 요구했다. 세우는 이가 없자 콜럼버스는 달걀 끝을 깨뜨려 탁자 위에 세웠다. 그리고 말했다. “누군가를 따라하는 건 쉬운 일이나 무슨 일이든 처음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위인들의 발상 전환에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또 주관적인 고정관념은 난제를 해결하는데 저해 요소가 됨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이기도하다.

 

소방시설 자체점검제도 속에서 지난 23년간 존재하고 있는 거짓보고 부실점검의 고르디우스 매듭을 푸는 방법은 없을까. 소방시설 점검분야는 대표적인 현장학문이라는 사실을 근간으로 근본적 해결 방안을 다시금 제시해 본다.

 

해결 방안 제시에 앞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관계기관, 관계인(소유자ㆍ점유자ㆍ관리자 이하 건물주라 칭한다), 관리업자, 관리사들의 현실 인식을 짚어본다.

 

첫째는 소방시설관리사들 현실 인식이다. 부실점검 위반 사안에 대한 경중(輕重)을 구분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처벌하는 관리사 처벌규정은 매우 불합리한 처벌방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거짓보고 책임과 관련된 점검제도의 구조적 모순에 회의감을 갖고 점검분야 업무에서 떠나는 관리사들도 있는 실정이다.

 

둘째는 관리업자들의 현실이다. 사업의 최종 목적인 경제적 이익 추구 또는 적자 운영을 면하기 위해 그들은 스스로 자본가(건물주)의 간택에 포로가 돼 국가에서 부여받은 책무 이행에 앞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현실이다. 그리고 관리업체의 지속적인 증가는 또 다른 부작용의 원인이 되고 있다.

 

셋째는 필자가 지난 23년간, 아니 오늘도 점검 현장에서 몸소 격은 건물주들의 인식이다. 자체점검 주체가 돼야할 그들은 점검비용 지불 댓가를 빌미로, 거짓보고의 진실과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본 건물주들의 인식이다.


① 안전의식과 유지관리 비용 지출 조건이 충족한 현장에서의 대화다.

▶ 건물주 :  “점검 잘 부탁합니다. 그리고 소방시설 점검실시 후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사실대로 소방서에 보고해도 무방합니다”

▶ 관리사 : “감사합니다”

 

② 안전의식은 있으나 유지관리 비용 지출에 인색한 현장에서의 대화다.

▶건물주 : “점검 좀 잘 해주세요”

▶관리사 : “점검 마쳤는데 ㅇㅇㅇ문제점이 발생됐습니다”

▶건물주 : “소방서에 보고서 제출할 때 수리비용이 많이 발생되는 문제점은 빼주세요. 저희가 요즘 내부 사정이 어려워 비용 지출이 어렵습니다”

 

③ 안전의식도 없고 비용 지출에 난색을 표하는 현장에서의 대화다.

▶건물주 : “작년에 거래했던 점검업체 소속 관리사가 점검실시 후 나타난 문제점을 몽땅 소방서에 보고해야 된다고 주장해 화가 나서 이번에 귀사로 점검업체를 바꾼 겁니다. 그러니 점검 실시 후 점검결과보고서를 소방서에 제출할 때에는 “이상 없음” 으로 제출하여주세요”

관리사 : “..........” 

▶관리사 : “점검 마쳤는데 ㅇㅇㅇ문제점이 나왔습니다. 이 부분은 중요하니 꼭 처리하셔야 합니다”

▶건물주 : 적법하게 준공 받았고 수십 년 동안 소방서에서도 문제 삼지 않았던 내용인데 지금 당신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관리사 : “.......”

 

이렇다 보니 관리사들은 건물주와 관리사의 책임 비대칭으로 발생하는 건물주의 ′갑′ 질을 원망스러워한다.

 

네 번째는 관계기관의 인식이다. 추측하건데 관계기관은 위탁점검용역 행위자인 관리업자와 관리사를 자체점검의 주체로 보는 듯하다. 그 근거로 관계기관에서 거짓보고 위반으로(보고서 제출기간 위반건수 제외) 건물주를 처벌한 사실은 0.001% 아니 0.0001%도 되지 않으며 지난 23년간 부실점검 거짓보고 근절대책 방안으로 제시된 내용은 한결같이 관리업자와 관리사 규제강화 방안에 방점을 찍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문제 해결은 안되 위법행위로 처벌받는 대상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음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거짓보고 규제 방향과 그 대상을 심사숙고 검토 해봐야 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관계기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현실 인식 문제를 짚어보았다.

 

그렇다면 알랙산더 대왕과 콜럼버스처럼 발상의 전환으로 지난 23년간 지속돼온 부실점검 거짓보고 문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하는 방안은 없을까? 해결 방안이 있다. '거짓보고 책임은 건물주에게', '부실점검 책임은 관리사에게' 주어지도록 관련자 처벌 근거를 구체적으로 분명하게 구분해 주면 된다.

 

구체적으로 한 가지 일례를 들면 관계인(소유자, 점유자, 관리자) 처벌 근거조항에 '.......점검결과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보고한 자'라고 17자만 추가 명시해도 자제점검 주체인 건물주들의 그릇된 책임의식 개선은 물론, 부실점검 거짓보고의 폐단이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고 위협하는 요소가 효과적으로 예방되리라 믿는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관련법 준수 의무는 이해 당사자들의 몫이다”, “관련법 실효성 증대는 입법 관계자들의 몫이다”  

 

최영훈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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