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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점검 연속기고②] 소방시설 자체점검 제도가 나아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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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 회장
기사입력 2018-02-05

▲ 최영훈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 회장  

필자는 지난 기고에서 자체점검제도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거짓보고와 부실점검이 초록동색(草綠同色)처럼 같은 사안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거짓보고 방지는 관계인(소유자)의 의식을 전환 시키는 법 조항 한 줄과 점검결과 보고서 표제부(갑지) 서식만 약간 변경해도 큰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확신을 한다.


하지만 부실점검의 판단 기준과 방지는 또 다른 차원의 얘기다. 현재 소방시설점검 과정에서는 국가 화재안전기준(NFSC)에서 정하는 1천여 가지 기준 가운데 몇 가지 사실만 발견하지 못해도 부실점검으로 판명하면서 비일비재하게 관리사를 처벌하고 있다.


필자 소속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는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올해 1월 13일 까지 한 달간 1천 명의 소방시설관리사들을 대상으로 지금보다 성실한 점검을 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소액의 상금까지 제시하며 의견을 수렴했다.


관리사들이 원하는 것은 대부분 같았다. 현행법 25조 점검을 거짓으로 한 경우 처벌 규정을 현행법 26조 8항 성실의무 위반 처벌 규정으로 단일화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성실의무 위반 정도에 따라 벌점제로의 차등적 처벌을 원하고 있다.


그 배경은 이렇다. 거짓의 참뜻은 상대를 속이려 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그런데 관리사들이 점검 과정에서 관계인과 관계기관을 고의로 속일 이유는 없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자본주의에서 권력은 바로 자본이다. 자본을 가진 자본가(건물주) 간택에 포로가 된 채 공공의 의무를 완수해야 하는 관리사들은 더욱더 성실한 점검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관계기관(소방서)에서 관리사란 집단을 소방서와 관계인 사이에서 화재 예방 점검의 가교 구실을 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인식하고 마주한다면 제도의 효율성은 극대화될 것이란 게 대다수 관리사의 의견이다. 필자는 이런 시각이 바람직한 방향이자 대안을 명확하게 제시해 준다고 판단한다.


소방시설 유지관리에 대해서도 들여다보자. 행정은 국가가 수행해야 할 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처리할 것인가를 목적으로 삼는다.


소방점검의 목적은 점검 그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점검결과 나타난 불량 사항을 개선해 화재 발생 초기에 모든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임이 분명하다. 대형 건축물의 경우 소화기나 소화전을 제외한 모든 소방 설비는 자동 기동 방식이다. 이를 감안하면 더욱더 그렇다.


‘관계인(소유자)이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폐쇄ㆍ차단 등의 행위를 했을 때 법으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현행법은 수백, 수천 개의 스프링클러 헤드가 설치돼 있다 해도 밸브 1개소가 폐쇄되면 모두 허사가 된다는 것을 전제로, 화재 예방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아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법 집행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의구심부터 앞선다. 소방시설관리사들은 점검 부실로 연간 10% 내외 처벌을 받는 게 현실이다. 반면 전국 29만 개소의 특정소방대상물 관계인들은 소방시설 유지관리 미흡으로 과연 어느 정도 비율로 처벌받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관계인과 소방시설관리사와의 처벌 수위를 비교하자는 논리가 아니다. 단지 현행 소방법의 처벌 규정만 보더라도 소방시설 유지관리 업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얼마 전 발생한 제천 화재는 소방시설 유지관리 측면에서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 사고다. 화재 발생 수개월 전 실시한 자체점검 결과를 분석해 보면 불량 소방시설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대략 1천만원 정도의 공사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비용 부담 때문에 화재 발생 전년도에는 관할 소방서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다고 관계인이 자체점검 보고서를 ‘셀프’로 제출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외부 시각에서는 안전의식과 철저한 점검만 이뤄지면 사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쉽게 말한다.


그러나 안전의식은 편리함을 배척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면 될 일이다. 점검 역시 성실하게 실시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유지관리 측면에서 경제적 비용 지출 부담 없이는 실질적인 안전을 말할 수 없음을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체점검 제도의 개선을 위한 방향은 어떤 것일까. 필자는 수년 전 일본의 소방시설 자체점검 제도 운용 실태와 그에 따른 지식을 얻기 위해 동경 소방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일본은 일반 화재에 더 해 지진 화재까지 피하기 어려운 나라다. 그런데도 자체점검 실시 이후 관계기관에 점검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는 일은 70% 정도라고 한다. 이마저도 위반 시에는 벌점제로 처벌함은 물론 소방서가 아닌 관련 협회에 보고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었다.


이를 믿지 못한 필자는 일본 소방 관계자에게 재차 진위를 확인했었다. 되레 그들은 우리나라의 자체점검 보고서의 제출률이 100%라는 사실을 듣고 의아해했다.


과연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앞섰다. 아마 일본은 국가의 경제력과 안전의식, 그리고 고도의 행정력이 뒷받침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여 년간 소방시설관리사와 점검업체 처벌 위주의 정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처벌받는 대상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인지는 관계기관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제천화재와 밀양화재를 계기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 중이다. 합리적 기준으로 규제를 개선하는 결과와 단순히 처벌 강화로 규제를 강화하는 결과는 분명 천양지차일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고도의 행정력을 발휘해 경제력의 미약함과 안전의식의 부족함을 행정의 선진화로 답해 줬으면 한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든 소방공무원과 소방조직이 해괴한 논리로 수모를 겪지 않고, 하루아침에 가족을 하늘로 떠나보내야만 하는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이 땅에서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최영훈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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