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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점검 연속기고 ①] 소방시설 거짓점검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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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 회장
기사입력 2018-01-25

▲ 최영훈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거짓보고, 부실점검 이 두 용어는 1995년 7월 1일 민간 자체점검제도가 실시되던 이듬해인 1996년 필자가 소방시설관리사시험 합격 후 곧 바로 현장에 뛰어들면서부터 들은 귀에 익은 용어다.


20년이 지난 지금 소방시설관리사의 점검 결과 보고 책임과 자체점검제도 발전 방향을 논의할 때면 항상 회자되는 용어로 이젠 필자 뼛속까지 스며든 단어가 됐다.


가장 최근에 자격을 취득한 소방시설관리사 초년생들조차 거짓보고, 부실점검이라는 단어에 이미 익숙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우려에도 자체점검제도가 화재예방업무 분야에서 버팀돌처럼 존재감을 인정받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화재안전 최우수 국가라는 OECD의 통계의 힘이 간접적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인구 밀도를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통계자료다.


화재예방이라는 큰 틀의 범주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거짓보고, 부실점검 문제점 속에서도 자체점검제도가 화재예방업무에 기여하고 있다는 건 여러 갈래의 자료와 통계로 입증된다.


부각되는 부실점검 거짓보고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얼마 전 소방시설관리사들의 작은 모임에서 필자가 묻는 이 질문에 족히 서너 시간의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하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20년 넘게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기에 그 날의 토론 결과는 당연했을지 모른다. 모두들 지친 토론 말미 한편에서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거짓보고 부실점검 방지는 건물주. 관리업자. 관리사 이들의 삼각관계를 차단하는 방법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다른 토론자가 담담하게 말을 받았다.


“현재의 소방법에는 건물주의 점검결과 거짓보고 책임과 업. 관리사의 거짓점검 책임 구분이 명료하지가 않아요” 관리사들은 올바른 법 개정을 요구하지만 관계기관은  이를 집단 이익에 함몰된 부당한 요구라고 인식하고 있다.


결국 도돌이표를 찍고 공허한 마음만이 가슴에 새겨졌다. 그래서 현행 자체점검 거짓보고 처벌 규정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봤다.


현행법에선 소방시설 점검에 대한 거짓보고 처벌 대상을 3가지로 나눈다. 바로 관계인과 관리업자, 소방시설관리업의 주인력인 소방시설관리사다.


관계인이 점검결과를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하면 2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관리업자는 점검을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하면 1차 경고, 2차 영업정지 3개월, 3차에선 등록취소가 된다.


소방시설관리사의 경우 점검을 안 하거나 거짓으로 하면 1차 경고(2년), 2차 자격정지 6개월, 3차 자격취소를 받는다. 성실하게 점검업무를 수행하지 않아도 동일한 처벌이 내려진다.


이 규정들의 공통점은 관계인과 관리업자, 관리사 모두가 거짓이라는 용어에 삼각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녕 무엇이 거짓인지, 소방법상 용어의 정의가 없다. 국어사전에서 거짓이란 ‘사실과 어긋난 것. 또는 사실이 아니 것을 사실처럼 꾸민 것’으로 풀이한다.


그리고 거짓이란 상대를 속일 의사가 있을 때 쓰이는 용어다. 부실은 꼼꼼히 성실하게 하지 않았다고 생각될 때 쓰는 용어다.


매우 추상적이기에 처벌 받는자는 언제나 불공정한 법집행으로 생각하며 가슴 깊은 원망을 갖기도 한다. 강한 처벌만이 거짓보고, 부실점검의 해결책이 아니듯 불공정한 법집행도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강한 처벌보다 불공정한 법 집행은 문제 해결에 있어 독이 될 수도 있다. 거짓보고 부실점검의 근본 방지책을 마련하려면 관계인과 관리업자, 소방시설관리사 이들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 관계인의 처벌근거에 소방점검 내용과 점검 기술 인력을 사실과 다르게 보고한 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추가 규정 삽입이 꼭 필요하다. 또 관리업자에 대해서는 현행 점검을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한 경우에 대한 처벌 조항을 없애고 기술 인력 참여 없이 자체점검을 했을 때 처벌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소방시설관리사 역시 마찬가지다. 거짓의로 점검을 했을 때가 아닌 법을 위반해 성실하게 자체 점검업무를 수행하지 않았을 때 처벌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행정상 혼란을 줄이기 위해 거짓이란 용어를 처벌 근거에서 삭제하거나 거짓이라는 용어 자체를 새롭게 정의 내릴 필요도 있다. 거짓이란 용어를 정의 내린다면 ‘자체점검 실시의 경우 점검 자격자가 미 참여한 상태에서 점검을 실시한 후 점검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는 행위’로 규정함이 타당하다.


거짓보고와 부실점검이 초록동색(草綠同色)처럼 보이겠지만 현실에선 다른 얘기다. 거짓보고와 부실점검은 근본이 전혀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만약 관계기관에서 이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소방시설 자체점검 제도가 존재하는 그날까지 소방시설관리사들은 거짓보고와 부실점검, 그리고 관계인(건물주)과 관련기관 사이에서 건물주의 내부고발자 아니면 소방법을 위반한 위법자의 신세를 벗을 수 없다. 그런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최영훈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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