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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고] ‘안전적폐 청산’ 해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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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영 한국안전인증원 이사장
기사입력 2018-01-25

▲ 김창영 한국안전인증원 이사장

현장에 답이 있다. 각급 기관장들이 취임 이후 업무보고를 받고, 어느 정도 조직을 파악하면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던지는 단골 메시지다.


‘황금 개띠해’로 불리는 2018년 무술년 신년사와 시무식에도 “올해를 안전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현장’이 거듭 강조된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역설적으로 ‘이들은 현장을 모르거나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2017년 정유년 마지막 달력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장을 무시한 각계 분야의 ‘무사안일주의’가 화마로 변신, 안타까운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충북 제천 스포츠타운 화재사고가 총체적인 ‘안전적폐’를 증명했다. 화마가 휩쓴 사고 현장은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현장’과는 딴판이었다.


제천 참사 후 전국의 관계 기관은 공권력을 동원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특별현장점검’을 벌였다. 예상대로 위험천만한 시설이 발견되고 있다. 시정명령이 내려지고, 과태료가 부과되는 곳이 부지기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개최지 강원지역의 턱밑까지 번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또 어떤가. ‘차단방역’에 만전을 기하며 지시와 명령을 내리고 있지만 여전히 추가발생을 막지 못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4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제천 화재와 다를 바 없는 ‘인재’인 것이 분명하다. 효율적인 차단방역을 위해 차와 사람, 신발의 소독방법에 따른 효과를 실험했다. 10초 이상 소독을 했더니 ‘세균이 100% 억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불청객 AI’는 매년 농심을 울리고 물가를 불안하게 한다. 정부는 그동안 AI가 발생하면 방역예산을 증액하고 공무원을 늘렸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소독을 허투루 했다는 얘기다.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상황에서 AI가 전국에 창궐하지 않는 것이 되레 이상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발생한 포항지진 현장도 안전불감증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다가구 주택의 필로티 시공은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만연되고 있는 안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엿가락처럼 휜 건물기둥을 들여다보면 엄연히 부실시공이었다. 감리와 당국이 눈을 감고 준공허가를 내줬다는 의혹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안전이 복지다. 안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한다. 하지만 현장은 그렇지 않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은 ‘귀찮음’이자, 비용절감의 대상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제천사고 현장에서도 원초적인 문제는 대도시와 비교할 때 소방인력이 터무니 없이 부족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로 드러났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결과다.


한 광역단체장은 행정안전부가 64명의 소방관 증원 예산을 편성, 내려 보내도 아예 뽑지 않았다고 한다. ‘현장의 아우성’을 외면하는 탁상행정이 안전적폐다. 현장을 경험하지 않은 관료(지휘관)가 문제다. 그들은 ‘여론수렴을 포장해 내맘대로 정책’을 펴면서 무조건 ‘현장 앞으로’를 외치고 있다. 사후약방문 조차 공허한 말뿐이다. 


2018년은 안전적폐 청산의 해가 돼야 한다. 방송국의 한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처럼 제대로 현장을 들여다 봐야 한다. 화재현장에 함께 출동하거나 구급차를 타보면 어떨까. 좁디 좁은 해경 함정에서 쪽잠을 자며 불법 중국어선의 실태를 눈으로 보기를 권한다.


국민안전을 위해 방역현장에서 호흡하면서 ‘현장의 아우성’을 체험한다면 ‘도돌이표 인재’의 해답을 찾지 않을까 싶다. ‘계급장’ 떼고 말이다.

 

김창영 한국안전인증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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