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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소방 기술, 국민 생명 지키는데 조금이나마 도움되길”

[인터뷰] ‘패닉 방지 소화기’ 개발한 서정창 소방위
소방 예방 행정 발전 위해 기술사 자격까지 딴 1%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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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진 기자
기사입력 2016-11-25

▲ 서정창 소방위가 패닉 방지 소화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소방방재신문

[FPN 임희진 기자] = 직접 겪으면 당황할 수밖에 없는 화재 상황 속에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소화기를 현직 소방관이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발한 소화기를 고안한 주인공은 경북 칠곡소방서 석적119안전센터에서 화재구급팀장으로 근무하는 서정창 소방위. 그는 우리나라 1%라 불리는 소방기술사 자격을 보유한 현직 소방관이다.


소방전문가로 성장하겠다는 그의 확고한 의지와 투철한 직업 정신은 22년 전부터 시작됐다. “오늘부터 구급차 탑승하라”는 첫 명령을 듣고 현장에 투입된 뒤 수많은 화재 현장에서 소방시설의 실패를 눈으로 보고 느꼈다. 그래서 그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소방 예방 행정과 소방 기술이었다.


이 때문에 소방공학을 공부했고 소방법규를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했다. 수년간의 노력 끝에 취득한 자격이 바로 소방기술사다. 현직 소방관 중 이 자격을 보유한 사람은 10명도 안 된다.


경북 성능위주소방설계 심의위원과 금오공과대학 외부 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평소 소방시설과 건축, 소방점검 등 예방 행정에 큰 관심을 가져 왔다.


그는 “소방시설이 화재 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시설이지만 아직 기술적인 부분이나 미흡한 점도 많은 게 현실이다”며 “좀 더 안전하고 좋은 성능을 갖춘 소방용품을 보급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소방위가 ‘패닉 방지 소화기’를 개발하게 된 것은 2012년 ‘정부서울청사 방화사건’이 계기가 됐다. 60대 노인이 정부청사 2층에서 불을 지른 사건으로 당시 담당 공무원은 소화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처럼 화재가 발생했을 때 공황상태에 빠져 소화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일은 의외로 허다했다. 심지어 소화기 훈련에서조차 안전핀을 못 뽑는 상황을 집적 목격하기도 했다.


“움켜잡았을 때 안전핀이 빠지지 않는 소화기에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들이 분석이 이어지면서 서 소방위는 사용이 쉬운 소화기의 개발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금오공과대학 LINC사업단, 탑이엔씨라는 업체와 머리를 맞대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핀이 빠질 수 있는 구조의 신개념 소화기를 개발하게 됐다.


그는 “화재 시 소화기의 안전핀을 제거하지 못해 제때 초기소화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한 달 전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버스 화재사고에서도 안전핀이 뽑히지 않아 소화기로 운전석 뒤쪽 유리를 깨고 탈출한 사례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당연히 될 거라 생각했던 안전장치들이 작동되지 않을 때 사람은 이성을 잃고 위급상황에 대처할 수 없게 된다”며 “화재 시 소화기 안전핀을 뽑지 않고 핀이 꽂힌 상태에서 손잡이를 누르면 사용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고 기존 소화기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가 개발한 ‘패닉 방지 소화기’는 손잡이를 누른 상태에서도 안전핀이 쉽게 뽑힐 수 있도록 개발됐다. 손잡이를 움켜쥐더라도 안전핀에 가중되는 압력을 분산시켜 자연스럽게 뽑히도록 설계한 것이 핵심 기술이다.

 

▲ 소화기 손잡이에 특수 고안된 금속재의 모습.     © 소방방재신문


보편화된 일반 소화기의 경우 손잡이를 누른 상태에서는 안전핀이 손잡이에 맞물리기 때문에 핀 자체가 쉽게 뽑히지 않는다. 급박한 화재 상황에서는 공황상태에 빠져 소화기를 사용할 수 없거나 고장으로 인식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패닉 방지 소화기는 기존 소화기 안전핀 체결부에 걸리는 전단응력을 분산하기 위해 기구학적 설계를 반영한 특수구조의 금속제를 손잡이 내부에 삽입했다. 이 덕에 손잡이를 잡더라도 가중되는 힘은 1kg 이하로 줄게 된다.


서정창 소방위는 “기존 소화기로는 누구라도 불이 났을 때 당황하는 순간 소화기를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패닉 방지 소화기를 국민들이 쉽고 편리하게 사용해 안전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 패닉 방지 소화기는 탑이엔씨라는 공동 개발업체에 기술을 이전한 상태다. 곧 이 업체를 통해 시중에 본격 공급될 전망이다.


서 소방위는 패닉 방지 소화기 외에도 특별한 자동화재탐지설비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건물에 불이 나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적이 있는데 조사해보니 화재경보시스템이 꺼져 있었다”며 “건물주가 잦은 고장으로 유지비가 많이 들자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정지해 놨던 것이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6년간 보급형 주소형 자동화재탐지설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 설비는 화재감지기의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고장이나 화재 시 정확한 장소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그는 “언젠가 주소형 자동화재탐지설비가 개발되면 소방업계에 널리 보급하고 이 제품과 기술을 젊은 소방인들에게 전파하고 싶다”며 “훗날 패닉 방지 소화기와 자동화재탐지설비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소방산업 육성이 필요한 현시점에서 행정적 영역도 산업의 영역으로까지 확대 발전시키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100년 후에는 소방인과 후배들이 소방 역사를 공부할 때 소방기술과 제품을 개발했던 한 소방관을 기억하고 연구 대상으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꿈을 전하기도 했다.


임희진 기자 hee5290@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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