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70%가 산지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도로 사용이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도심 내 교통 혼잡을 줄이고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심도 터널건설이 증가하고 있다.
대심도 터널은 지하 40m 이상 깊은 곳에 위치하고 길이가 길다. 이에 화재 시 초기 진압과 피난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터널 내부에서 전기차 화재가 일어난다면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터널 화재 대응의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한 이유다.
기존 터널 화재 대응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우리나라 터널은 길이와 교통량, 위치에 따라 소화설비 설치 수준이 매우 다르다. 대형 터널엔 소화설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만 중소형 터널엔 자동식 소화설비가 없고 소화기나 옥내 소화전만 있는 경우가 많다.
소방 인력의 접근성도 문제다. 터널은 대부분 산악 지역 등에 위치해 있다. 소방서와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이에 화재 시 소방대가 신속히 현장에 접근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도심지 터널은 어떠한가. 소방서와의 거리는 가깝더라도 차량 통행량이 많아 접근이 지연될 수 있다.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또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기차는 화재 시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면 기존 소화기나 물분무 소화설비로는 완전히 진압할 수 없다. 재발화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화재 감지 시스템의 한계도 있다. 현재 터널 내 화재 감지 시스템은 열과 연기 감지를 기반으로 한다. 이 방식은 터널과 같이 천장 높이가 높은 경우 감지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전기차 화재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화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화재 대응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터널 내 소화설비를 강화해야 한다. 중소형 터널을 포함한 모든 터널은 일정 수준 이상의 소화설비를 갖춰야 한다. 화재의 크기는 시간의 제곱에 비례한다. 특히 대형ㆍ대심도 터널 화재는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피해는 매우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실시간 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해 자동소화설비가 빠르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전기차 화재 대응 설비를 보완해야 한다. 전기차 화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중소형 터널에도 자동 소화설비를 설치하고 전기차 화재 발생을 고려한 소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AI 기반 화재 감지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연기나 열이 발생하기 전 배터리 과열 징후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AI 기반 첨단 감지 시스템을 개발해 초기 대응 시간을 단축하고 터널 내 화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넷째, 소방대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 터널 내 비상차로를 확보하거나 비상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긴급 통로를 구축해야 한다. 대심도 터널의 경우 소방대가 신속히 도착할 수 있도록 비상용 승강기 등 비상 접근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터널 전용 소형 소방차 도입이 필요하다. 터널 내부는 좁기에 대형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렵다. 스위스나 독일 등은 터널에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터널 전용 소형 소방차를 운용하고 있다. 터널 내 차량 정체가 발생해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진경화 한국소방기술사회 도로터널기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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