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N 박준호 기자] = 과학기술과 각종 산업 등의 발전으로 인류의 삶은 더욱 윤택하고 안락하게 바뀌었다. 그러나 미증유 재난 탄생의 근본적 원인인 기후변화를 야기했다. 건축기술 발달로 지어진 초고층이나 지하연계복합건축물은 우리에게 엄청난 편의를 제공하지만 화재 등 유사시엔 단번에 위험 공간으로 변모한다.
해마다 예측 불가한 자연ㆍ사회재난이 발생하면서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대학 교육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2020년 63곳(70개 학과)에 불과했던 소방관련학과 개설 대학이 2024년 93곳(104개 학과)으로 늘었다. 4년 만에 5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많은 소방인재를 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지만 무분별한 소방학과 신설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최근 학계에서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이하 교수협)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교수협은 소방관련학과 개설 대학의 교수들로 구성된 단체다. 학술 활동을 통한 소방분야 발전과 소방정책 등을 공유하기 위해 1994년 설립됐다. 현재 교수협은 송영호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소방ㆍ산업안전관리학과 교수(학과장)가 이끌고 있다. 송 교수는 지난 6월 28일 교수협의회장 선거에서 제16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2016년부터 교수협 부회장과 총무부회장, 감사 등을 역임하며 교수협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16일 교수협을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송 회장은 “교수협이 국내 소방학계를 대표하는 단체지만 법인이 아니었기에 활동하는 데 약간의 애로가 있었다”며 “소방청이나 타 기관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영리법인 등록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을 폐교하기도, 학과를 통폐합하기도 한다”며 “지금부터 향후 10년은 소방학과가 생사 기로에 놓일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난립하는 소방학과 문제를 막기 위해 교육인증제도를 도입하고 회원 가입률 증대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졸업생들의 취업률 향상 방안을 모색하고 소방학을 올바르게 정립해 나가는 것 또한 그가 풀어야할 숙제들로 꼽고 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앞으로 2년간 교수협을 이끌 송영호 회장을 만나 향후 목표와 우리나라 소방 교육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회장 당선을 축하드린다. 출마 이유와 소감이 궁금하다.
8년간 교수협에서 다양한 업무를 해왔다. 실무적인 일을 하다 보니 교수협이 나아가야 할 길이 더욱 명확하게 보였다. 소방학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출마했다. 현재 전국대학 중 소방관련학과를 개설한 곳이 너무나 많다. 난립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양적 팽창을 해왔다면 이젠 질적 성장을 해야한다. 교수협 제1의 현안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대학의 소방학과 개설을 막을 순 없지 않은가.
그렇다. 하지만 대안은 있다. 바로 소방에 교육인증제도를 도입하는 거다. 최근 4년간 소방관련학과가 왜 늘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기나 건축, 토목 등 공학 계열의 입학생이 이전보다 현저히 줄었다. 이에 대학이 소방관련학과로 통폐합하는 자구책을 마련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교육인증제도는 정부 등 기관에서 해당 교육과정과 교육 여건 등이 관련 인재 배출 수준에 부합하는지를 평가ㆍ확인하는 걸 말한다. 간호학과가 교육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두 차례 받는 이 평가에 응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학과가 폐지된다.
소방에 도입되면 소방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 소방전문인력이 배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이로 인해 국내 소방산업이 발전되고 국민안전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현재 교수협 가입률은 어떠한가.
전국 93곳 대학 중 66곳이 가입한 상태다. 임기 동안 80곳 이상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연회비는 없고 가입비(10만원)만 내면 되는데도 참여하지 않는 곳이 많다. 아무래도 학과 통폐합 과정 중 소방분야에서 활동하지 않은 공학 계열 교수님들께서 진입 장벽을 과도하게 느끼시는 것 같다. 그동안 홍보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부턴 임원진이 권역별로(수도권, 대전ㆍ충청권, 영남권, 강원권, 호남권) 가입하지 않은 대학을 직접 찾아가 참여를 유도할 생각이다.
회원이 되면 소방과 관련한 정책이나 바뀌는 제도 등을 빠르게 접할 수 있고 소방청 연구용역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릴 계획이다. 이런 정보는 학과 교육과정 수립과 학생 취업 지원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에 설명만 잘 드린다면 가입을 안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졸업생의 성공적인 사회 진출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일 것 같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있나.
교수는 재학생에게 다양한 전문지식을 가르쳐 사회에 진출시킬 책무가 있다. 또 취업률이 대학 평가에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에 교수협 회의 때마다 항상 테이블에 오른다.
임기 동안 졸업생 취업 연계 프로그램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대표적인 예가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이다. 이 제도는 교육부로부터 지정받은 대학이 소프트웨어를 중점적으로 가르쳐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산업체가 해당 졸업생을 우선 채용하는 시스템이다.
소방도 도입이 시급하다. 104개 학과당 30명씩만 계산해도 한 해 배출되는 소방관련학과 졸업생이 3천명이다. 그런데 이들이 취업할 곳이 별로 없다. 교육부, 소방청과 협의해 설계ㆍ공사ㆍ감리ㆍ점검 등 소방기술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석박사과정 학생의 경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방재시험연구원 등 소방ㆍ화재안전 관련 연구기관에 취업하는 채용연계형 인력양성제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소방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에서 출제 오류로 많은 수험생이 반발하는 일이 있었다. 소방학계 대표 단체로서 소방청과 협의하고 있나.
신규 소방공무원 채용 필기시험 출제 오류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판단된다. 특히 출제위원 선정, 출제범위 등이 명확하지 않은 게 큰 문제라고 본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 소방청과 출제위원 인력풀 구성 등을 적극적으로 협의할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교수협에도 책임이 생긴다. 공정하고 명확한 문제 출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교수협 숙원사업인 ‘소방학 정립’에 관해 설명해달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관련한 정보, 인력, 연구개발사업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다. 기계공학, 전기공학, 안전보건, 화학공학 등 수많은 학문이 등재돼 있다.
그러나 소방학은 빠져있다. 이로 인해 소방청의 R&D 사업에 소방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전문가들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소방청의 당초 취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걸 여러 번 목격했다. 하루빨리 소방학이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체계에 포함돼야 하는 이유다. 소방학 정립은 소방인으로서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소방청과 지속해서 협의해 최적의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정책 아이디어 대회는 어떤 건가.
지난달 제36회 119소방정책 학술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자리했다. 소방대원이 지역의 소방정책과 현장 대응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연구를 발표하는 컨퍼런스다. 대회에 참가하면서 대학생들이 소방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방조직에서 벗어난 청년들이 오히려 더 신선한 정책들을 제시할 수도 있다. 심사와 평가를 통해 우수학생에게 표창을 수여하면 많은 학생이 참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회장으로서 앞으로의 각오와 목표에 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먼저 믿고 투표해주신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회장 출마 당시 발표한 공약을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20년 가까이 대학에 있다 보니 어느새 인생 최대 관심사가 학생들의 미래가 됐다. 학생들은 대학의 재산이다. 임원진과 교수가 힘을 합해 그들의 진로에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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