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보험금 374억 더해 이자만 100억원 넘는데… 분노 휩싸인 소방
“손해사정 필요해 보험금 못 줬다”는 DB손보… 소방 “핑계에 불과”
하다 하다 국가 관리 이착륙장과 헬기 안전성까지 트집 잡은 DB손보
소방은 4년간 미루고 산림청은 40일 만에 지급? 황당한 보험 행태
보험금도 제대로 안 주는데 소방차 통합보험까지 최저가 낙찰이라니…
“질질 끈 보험사도, 제재조치 못한 소방도 문제” 술렁이는 소방 조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결과에 촉각… “소방 넘어 정부 호구 될라” 우려
[FPN 신희섭 기자] = DB손해보험(이하 DB손보)이 소방헬기 사고에 따른 기체보험금을 제때 주지 않으면서 시작된 문제가 이자 지급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보험사를 향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9년 10월 독도에서 발생한 헬기 사고 보험금 지급이 4년이나 미뤄진 데다 발생 이자가 100억원이 넘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본지 10월 23일자 보도 - ‘지연 이자만 100억?’ 가열되는 소방헬기 보험금 분쟁, 왜?>
소방 조직 내에선 DB손보를 향한 날 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험의 본질조차 상실하게 만든 보험사의 이해 못 할 행태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게다가 헬기 보험금 지급을 지체한 DB손보가 올해 처음 시행된 소방차량 통합보험까지 최저가로 낙찰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직 내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해당 보험사가 소방청에 후원하는 행사마저 ‘보이콧’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끝장 각오한 소방청… “제멋대로 약관 해석, 책임 물을 것”
소방청은 2019년 8월 1일 DB손보를 주계약자로 한화 등 2개 손해보험사와 1년 약정의 항공기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그로부터 두 달여 뒤인 10월 31일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소방헬기(HL9619)가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출동했다가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소방청과 DB손보 측의 갈등은 지난해 7월께부터 본격화됐다. 기체보험금 지급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소방청이 보험금 지급과 이자 지급 여부를 DB손보 측에 물으면서부터다.
소방청은 이후에도 보험금 문제로 DB손보 측과 공방을 벌여온 것으로 파악된다. 그때마다 DB손보는 항공ㆍ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 조사를 핑계로 답변을 피했다.
사조위 조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소방청은 기체보험금 약 374억원과 보험금 지체 지급에 따른 이자를 DB손보 측에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DB손보는 사조위 조사와 보험약관을 내세우며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이자 지급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사조위 조사결과는 2023년 11월 6일 발표됐다. 하지만 DB손보는 6개월이 훌쩍 지난 올해 4월이 돼서야 기체보험금 지급을 소방청에 알렸다. 이 역시도 상호 간 협의 없이 기체보험금만을 법원에 공탁한 채 지급 서명을 요구하는 일방적인 통보였던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
소방청은 법원에 공탁된 보험금을 단돈 1원도 회수하지 않은 채 지급 서명을 거부하고 있다. 사조위 조사의 목적과 보험약관을 제멋대로 해석하며 보험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뤄온 DB손보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까지 신청해 놓은 상태다.
사고 헬기 보험금 지급에 사조위 조사는 왜?
DB손보는 보험금 이자 지급 책임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보험약관에 명시된 손해사정을 위해 전문 업체까지 선임했지만 심해에서 인양된 사고 헬기의 잔해를 사조위에서 모두 통제해 접근 자체가 불가했고 이로 인해 늦어진 손해사정으로 보험금 지급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소방청은 DB손보의 논리 자체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한다. 사조위를 핑계로 보험금 지연 지급을 합리화하고 있다는 게 소방청 판단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사조위 조사의 목적은 항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국가가 직접 원인과 배경 전반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조사”라며 “보험사 측에 면책을 주기 위한 조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소방청은 오히려 손해사정의 노력을 시작조차 안 한 DB손보가 약관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소방헬기의 경우 국가기관이 관리하는 장비로 접근 방식이 일반적인 민간항공기와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방헬기 보험계약이 처음도 아니고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손해사정을 위해 해당 헬기의 소속 기관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을 텐데 사고 발생 이후 지금까지 DB손보는 손해사정을 위한 협조 요청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게 소방청 설명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자체 손해사정 진행이 분명히 가능했는데도 사조위 조사결과가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매번 통지해왔다”며 “손해사정 역시 사조위 조사결과를 그대로 인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는 자체 조사 진행이 전무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국가가 관리하는데 이착륙장과 감항성은 왜?
DB손보는 보험금 산정을 위한 지급면책 검토사항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도 손해사정이 어려웠던 이유로 들고 있다.
DB손보가 손해사정을 위해 반드시 확인이 필요했다고 주장하는 지급면책 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제조사 권고와 부합하지 않은 장소에서 이착륙을 시도했는지, 주무관청이 발행하는 항행과 감항성(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명령을 비행할 때마다 지켰는지 등이다.
특히 사고 헬기와 동일 기종이 지난 2016년 4월 기체 결함으로 추락한 이력이 있어 기체 결함 가능성도 짚어봐야 했다는 게 DB손보 측 주장이다.
하지만 소방청은 DB손보가 이착륙장과 감항성까지 트집 잡아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려 한다고 비판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헬기의 경우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 특수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장비로 공간만 확보된다면 국민 안전을 위해 어디서든 이착륙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욱이 사고 당시 헬기가 이착륙한 독도 헬기장은 국가행정기관인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시설이었다. 부적합한 시설로의 이착륙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억지”라고 반박했다.
기체 결함 가능성과 감항성 역시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헬기는 출동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하기에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항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며 “더욱이 ‘항공안전법’ 제23조에 따라 국토교통부에서 실시하는 정기 감항 검사를 매년 받는다. 이와 관련된 근거서류 역시 모두 발급돼 있다”고 했다.
DB손보 측의 이중적 행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얼마 전 발생한 산림청 헬기 추락사고 땐 4년 동안 보험금 지급을 끌어온 소방헬기와는 달리 단 40일 만에 손해사정과 보험금 지급을 마쳤기 때문이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지난 8월 밤나무 항공방재 작업에 나섰던 산림청 헬기가 추락했다. 당시 DB손보는 사조위 조사결과를 기다리기는커녕 산림청이 보유한 자료만으로 손해사정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더욱이 조종사가 생존해 있었음에도 인터뷰조차 진행하지 않고 단기간에 보험금 지급을 완료했다.
문제는 똑같은 보험약관을 적용한 소방헬기는 보험금 지급을 4년 동안 미루면서도 산림청은 약 40일 만에 손해사정과 보험금 지급을 모두 완료했다는 점이다. 국정감사 자료 등에 따르면 이 두 사고의 차이점은 단지 과업지시서상 계약조건에 이자 지급 내용이 있느냐, 없느냐 뿐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보험업계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자는 둘째 치더라도 기체보험금 지급이 너무 늦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기관인 소방청은 신용도가 100%인 조직이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나 개인, 또는 보험 사기의 위험이 감지됐을 경우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을 지연시키는 경우는 있지만 국가기관 헬기 추락사고의 경우 대체로 보험금을 빨리 지급한다”며 “국가기관이 돈을 떼먹을 리도 없고 사조위 조사 이후 보험금 면책에 대한 사실이 확인됐을 경우 구상권을 청구해 보험금을 회수했으면 됐을 문제”라고 귀띔했다.
“저러고 또 입찰”… 현장대원들 사이에서 들끓는 비판 여론
소방헬기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조차 안 한 DB손보는 지난 8월 소방차량의 통합보험까지 낙찰 받았다. 이를 두고 소방 조직 내부에선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소방차량 보험의 통합 계약은 보험에 소요되는 예산 절감과 공통적인 보상 체계 마련을 위해 올해 처음 시행됐다. 조달청 입찰을 통해 이뤄진 이 입찰에서 DB손보는 최저 금액을 제시해 낙찰자로 선정된 것으로 확인된다.
소방청과 소속기관은 물론 18개 시도 소방본부에서 운영하는 소방차량 1만1264대의 차량 보험을 DB손보가 따낸 셈이다. DB손보는 당시 예정가격인 132억원의 62.5% 수준인 80억원가량의 투찰금액으로 1순위 사업자로 선정됐다.
현장 대원들 사이에선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소방헬기 보험금 지급을 4년간이나 질질 끌어온 보험사에 페널티를 주진 못할망정 소방차량 통합보험까지 낙찰을 받도록 한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소방 조직 내에선 재난 현장에 출동한 차량을 주차선에 맞춰 운용하지 않다가 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고 비꼬는 목소리도 나온다.
A 소방관은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는 현장에 출동한 동료를 비롯해 응급환자와 그 보호자까지 7명이나 사망한 대형 사고였다”며 “DB손보는 해양경찰 1, 산림청 2건에 대한 사고도 2년 넘게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고 있다. 이런 보험사에 매일같이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차량의 보험까지 맡겨야 한다니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소방청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B 소방관은 “보험금 지급은 사고로 인해 공백이 생긴 소방헬기 복구를 위해 시급한 사안이다”며 “그런데도 4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고 그런 부도덕한 보험사를 입찰에 참여하도록 둔 소방청도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소방청 내부 행정의 모순점을 지적한다. C 소방관은 “지난해 소방청은 DB손보와 범국민 안전문화 캠페인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며 “소방관 복지 지원과 순직소방관 유자녀에 대한 학업 지원 등이 협약 내용이었는데 결국 지급해야 할 보험금 이자를 갖고 생색내는 보험사를 오히려 다른 부서에서는 돕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D 소방관은 “지금이라도 이런 보험사들이 소방청 사업과 관련한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재 방안을 마련하고 이들이 후원하는 행사 참여도 보이콧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으로 넘어간 공… “정부가 호구 될라” 우려 커
소방청이 DB손보에 요구한 보험금 지체 지연 이자는 107억원에 달한다. 사고접수일의 10일이 지난날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 약 50개월을 기준으로 연이자 6%의 복리를 적용한 금액이다.
소방청은 “약정기간이 없는 경우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를 받은 후 지체없이 보험금액을 정하고 그날부터 10일 이내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상법’과 관련한 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지연 이자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소방청과 DB손보 간의 다툼은 올해 1월 25일 소방청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문제는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려졌다. 금감원은 현재 해당 문제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서울 구로갑)실에 금감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세 곳의 법무법인에 법률자문을 의뢰해 두 곳으로부터 회신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법무법인에 따라 견해가 일부 엇갈리는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
일각에선 금감원의 이번 분쟁조정 결과에 따라 소방의 보험 체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거란 관측이 나온다.
헬기와 소방차량 등의 통합보험이 체결되기 시작한 건 지난 2018년 소방헬기부터다. 올해부터는 소방차량으로까지 통합보험이 시행되면서 보험금으로만 연간 120억원 이상(헬기 약 40억, 차량 약 80억)이 투입되고 있다.
이 같은 소방장비 운용에 따른 통합보험은 과거 보험의 보장 금액과 범위의 지역별 편차를 해소하고 들쑥날쑥한 보험금액의 표준화는 물론 보장 범위의 상향화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신분의 국가직화와 소방청 발족 등 국가 차원에서 이뤄진 대표적인 소방의 효율 행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에 따른 보장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DB손보의 행태를 묵과한다면 앞으로의 소방장비 보험 운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보험사들의 적극성을 더 기대할 수 없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소방 조직 내 한 관계자는 “DB손보의 행태가 정당화된다면 앞으로도 많은 보험사가 이를 당연하게 여기게 될 것”이라며 “지급 시기를 지연시켜 발생한 정당한 이자 지급 요구의 당위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결국 소방, 나아가 정부가 호구가 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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