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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아니어도 괜찮아! Episode 16.
슬기로운 소방관 생활_ 1
‘우린 상대방의 신발을 신고 걸어 본 적이 없다’
경기 파주소방서 이숙진   |   2024.11.01 [10:00]

긴급하게 종합병원에서 외과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있었다. 하지만 담당의가 도착하지 않아 수술이 지연되는 상황. 몇 시간이 지난 후 뒤늦게 달려온 담당의가 수술실로 들어서려는 찰나, 환자 보호자인 아버지가 멱살을 잡았다.

 

“당신이 늦게 오는 바람에 내 아들이 제때 수술받지 못하고 죽으면 책임져야 해”

 

말없이 보호자의 손을 떼고 수술실로 들어간 의사.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간호사가 입을 열었다.

 

“오늘 수술 담당 선생님 아들이 사망해서 장례 중에 오시느라 늦었습니다”

 

과거 인터넷에 떠돌던 이야기다. 실화인지 아닌지 확인할 순 없으나 짧은 글에 여운이 남았던 기억이 있다. 이렇듯 우린 상대방의 상황을 정확하게 모두 알 수 없기에 오해하고, 화를 내고 싸우기도 한다. 

 

결국 직장생활의 어려움은 소통과 공감의 부재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서로 간 소통할 때 현재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타이밍이 좋지 않으면 내 생각대로 상대를 평가하고 판단 내리게 된다. 

 

그 수많은 오해와 불신 속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원활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평행선을 유지하며 인간관계가 종결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번 호에서는 과거 내가 만났던 다양한 계급의 동료 고민을 통해 슬기로운 직장생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실무자 시절 ‘아니다’는 의견 없이 상사 이야기라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며 앞만 보고 달렸다.

그만큼 승진도 빠르게 했다. 

열심히 해도 승진이 별개인 다수의 사람과는 다르게 관운도 따라준 것 같다. 

그러나 지금 퇴직이 몇 달 안 남았는데 내게 뭐가 남았는지 잘 모르겠다”

 

가족과의 관계, 취미 생활을 함께할 친구들, 직장 외 다른 삶의 시간을 잘 준비했다면 퇴직 후 더 바쁘고 즐거운 삶을 살 수도 있겠지만 모두 다 가질 순 없는가 보다. 직장에서 승진만 바라보고 열심히 달려온 분들은 ‘내 손에 남은 게 없다’는 생각에 허탈해지는 순간을 맛보게 된다.

 

열심히 일하면 누군가는 성공이라는 결과물을 얻고 다른 누군가는 열심히 했으나 공허함만 남는다. 

 

직장에서는 ‘열심히’가 성공을 말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열심히 하는 건 누구나 하는 일이고 ‘열심히 잘해야 한다’가 포인트다. 대다수가 열심히는 할 수 있어도 ‘열심히 잘’은 방향을 잘 모르기도, 성격상 못하기도 한다.

 

직장에서 단순하게 업무로만 잘한다고 인정받기엔 어려움이 있다. 업무능력, 눈치와 순발력, 성실성, 마음가짐, 섬김, 소통의 기술, 마지막으로 손해 볼 줄 아는 자세가 두루 갖춰져 있을 때 비로소 같이 근무하고 싶은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물론 모두 갖춘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위와 같은 재능을 다양하게 갖춘 사람이 성공할 확률은 높다.

 

“남들에게 피해도 안 주고 그렇다고 내 이익만 이기적으로 챙기지도 않는데 

왜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고 별로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왜 부딪히거나 싸운 적도 없는 사람이 나를 싫어하고 험담하고 다니는지 너무 화가 난다”

 

직장에는 ‘좋은 사람’ 또는 ‘별로인 사람’이란 평판이 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무엇 때문에 안 좋고 무엇이 좋고라는 세분된 기준이 있겠지만 대체로 그냥 좋은 사람, 별로인 사람, 이 두 가지로 평가받는다. 

 

관리자로 좋은 사람이란 업무를 잘 챙기면서 직원들과의 관계도 원활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감정이 한결같은 사람을 좋은 상사라고 평가한다. 반대로 좋지 않은 관리자는 업무를 너무 완벽하게 본인 생각대로 끌고 가려 하면서 직원들과 관계 또한 원활하지 않으며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러나 여기서 잘하고 못하고는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다. 또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라 나에게 피해를 주거나 내가 맘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나쁘다’고 평가하곤 한다. 

 

그래서 가만히 들여다보면 좋다고 평판이 난 사람들의 경우 업무를 제대로 못 하면서도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고 조용하게 살뿐 아니라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으나 그렇다고 피해도 주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반대로 진취적이고 모든 면에서 앞서나가다 보면 주변 시기와 질투를 피할 수 없다. 시기와 질투는 경쟁자들에게 받을 수도, 견제하고자 하는 세력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막상 가진 게 별로 없는데 사람들이 너무 다 가진 줄 알고 깎아내리려 해요. 

심지어 유언비어까지 만들어내서 너무 힘들어요. 욕 안 먹고 살고 싶어요”

 

사람들은 본인이 갖지 못한 것, 할 수 없는 걸 가진 대상을 보면 그게 질투가 나거나 속상해서 상대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이는 상대가 다 가져서가 아니라 시기하는 사람이 가장 갖고 싶은 그 한 가지를 갖고 있어서일 수 있다.

 

재능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가 친하게 지내고 싶고 잘 보이고 싶은 사람과 잘 지내는 것 같거나 인정받고 싶은 사람에게 인정받는 모습을 보면 부러움 때문에 험담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저 사람이 나보다 잘나서 화가 나’라고 말할 수 없으니 ‘저 사람 별로야’라고 한다. 사실 ‘왜 별로야?’라고 물으면 사유가 명확하지 않은 평가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은 물 위에 편안하게 떠 있는 오리의 발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괜한 시기와 질투로 미워하고 헐뜯기도 하면서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내 딴에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인정받고 싶은데, 

자꾸 지적을 당하니 자존심도 상하고 주눅이 들어요”

 

본인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비해 인정도 못 받고 지적을 당하는 게 억울한 직원의 경우 본인이 정말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 검토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건 지극히 주관적일 뿐 관리자나 주변에서 봤을 때 잘하는 게 아닐 수 있다.

 

업무를 지적당하다는 걸 ‘자존심이 상한다. 속상하다’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지적을 당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부분을 개선해 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존심이 상하지 않으려면 겸손한 자세로 배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상사나 주변인은 내가 거짓으로 행동하고 있는지, 보여주기식으로 잘하는 척만 하려는지, 진정 성실하게 잘하고 있는지 이미 다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로 숨바꼭질 놀이를 할 때 내 몸을 정말 잘 숨겼는지 아니면 머리만 숨기고 잘 숨었다고 착각하고 있는지 빗대 생각해 보자. 현재 나의 행동을 정확하게 알아차릴 때 비로소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완벽하지 않다. 손해 보고 살고 싶은 사람도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지 않은 이상 그 사람의 불편함을 정확히 알 수 없다. 서로 본인의 생각과 상황에 대해 소통하고 공유하지 않으면서 나를 다 이해할 거로 생각한다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슬기로운 직장생활의 중요한 팁은 역시나 ‘소통과 공감’이다.

 

경기 파주소방서_ 이숙진 : emtpara@gg.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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