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 상황일지 _ 사망자 4명 수습 ②
사망자 2명 수습
어제 수색을 종료한 지역으로 이동해 계속 무너진 건물을 수색하기로 했다. 수색지역까지는 숙영지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이동하는 도로에는 어제보다 차량이 많았다. 주요 도로의 삼거리나 사거리에는 차량이 뒤엉켜 있었다. 경적을 울리며 성난 황소처럼 차를 몰아대는 현지 주민도 보였다.
굴착기 등 중장비가 이동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도로가 파괴되고 건물이 무너져 차량 이동이 제한되는 곳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한번 잘못 들어간 도로를 다시 후진해서 나오기란 쉽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방송 취재진과 구조 인력, 장비들이 어제보다 많아진 게 느껴졌다. 골든타임은 지났지만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모든 역량이 집중된 상황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우리는 어제에 이어 무너진 건물을 차례대로 수색했다. 수색의 선봉에는 구조견 토백이가 앞장섰다.
구조견은 사람보다 만 배 높은 후각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시각으로 사람을 발견하거나 후각으로 냄새를 맡으면 짖도록 훈련을 받는다.
구조견은 무너진 건물에서 들어갈 수 있는 틈만 있으면 낮은 자세로 기어들어 가 수색했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 더미가 높은 곳 또는 경사진 곳은 핸들러가 구조견을 안거나 둘러메고 올라가 수색을 시키기도 했다. 수색은 계속됐지만 생존자를 발견하는 성과는 없었다.
건물 잔해를 뒤집으며 수색하던 중 피 묻은 이불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이불을 걷어내고 아랫부분을 확인해 보면 사망자가 있을 것 같았다. 재난 현장에서 불길한 느낌은 언제나 틀리지 않는다.
사망자를 수습해서 편안하게 해주고 싶었지만 우리가 가진 장비로는 구조가 불가능했다. 엄청난 무게의 콘크리트가 짓누르고 있는 현실 앞에서 인간은 나약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저 멀리 건물 잔해 속에서 사망자를 수습해 사체낭을 들고 오는 현지 구조 인력이 도움을 요청해 사망자 2구를 구급차까지 옮겨 줬다. 그리고 우리가 발견한 사망자의 위치를 현지 구조 인력에게 알렸다.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는 잔해 속에서 무거운 사체낭을 들고나오기란 쉽지 않았다. 사망자를 인계하는 도로에는 많은 현지 구조 인력이 있었다. 그곳에서 너무나 참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현지 구조 인력과 주민들이 무너진 건물에 통로를 개척해 수십 구의 사체를 끌어내고 있었다.
‘나에게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통째로 들어 올릴 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많은 사망자를 보면서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빨리, 더 여러 곳의 무너진 건물을 수색하고 생존자를 구조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온종일 수색하느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육체적 피로가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그때 현지 주민이 다급하게 달려와 “생존자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무거운 장비를 들고 있는 힘을 다해 뛰어가듯 신고자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현장에 도착해 상황 판단 회의를 하고 현지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후 수색 구역을 설정했다.
무너진 1층 틈을 확보하기 위해 착암기로 콘크리트 벽을 깨고 손으로 잔해물을 치웠다. 기둥이 넘어지지 않도록 리프트 잭으로 고정했다. 대원들은 교대로 벽을 깼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개척됐다.
입구가 좁아 진입 대원이 기어서 내부로 들어갔다. 내부 공간 역시 협소해 휴대용 톱으로 잔해물을 자르면서 공간을 확보해 나갔다. 차후 생존자나 사망자를 발견하면 들것이 들어올 것도 고려해야 했다. 좁은 통로를 개척하고 건물의 중심부까지 도착했지만 생존자 반응이 없었다.
중심부에서 탐색 장비인 서치 탭을 이용해 생존자를 탐지해 보기도 했으나 발견되지 않았다. 현지 신고자의 제보는 시시각각 변했다. 1층에서 소리를 들었다고 했는데 생존자가 없다고 하니 2층에서 들었다고 했다.
우린 생존자를 발견할 수만 있다면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생존자 신호는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이곳에서 수색 활동을 중단하고 다음 신고가 들어온 지역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수색하는 곳마다 생존자를 구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 넓은 도시 속 수많은 붕괴 건물 중 어디에 생존자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종일 무너진 건물을 수색하며 수십 ㎞를 걸어 다녔다. 식사는커녕 물도 부족할 때가 많았다. 노력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자 대원들은 지쳐 갔고 부족한 능력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교대 차량을 기다리는 동안 다친 몸을 이끌고 군 의료팀을 찾아온 현지 주민에게 간단한 치료를 해주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구조견 토백이와 토리도 온종일 무너진 건물과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고 기어 다녀서 힘들었는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는 튀르키예 지진 피해 대응 3일 차에 사망자 4명을 수습했다. 10개 현장에서 구조대원 80명이 생존자 유력 건물 등을 중심으로 12시간 이상 고강도 탐색과 구조 활동을 전개했다. 골든타임이 지난 상황에서 생존자 구조와 사망자 수습을 동시에 진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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