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N 최영 기자] = 전기차 화재 위험에 대비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며 논란을 낳은 화재안전 가이드 내용 중 방화벽 설치 의무가 전면 유예된다.
소방청이 지난 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기차 전용(충전)구역 관련 기준 적용 유예 알림’ 지침을 전국 소방관서에 시달한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소방청은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 이후 구성한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안전 TF’의 결과물이 마련되기 전까지 실효성 지적을 받는 기준들을 검증한 뒤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그간 전국 소방관서에선 신축 건축물 지하주차장에 설치되는 전기차 충전구역에 화재안전성 확보라는 명목으로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강제해왔다. 문제는 이렇게 제시된 일부 기준이 검증조차 안 된 채 적용됐다는 점이다.
지하주차장에 설치되는 전기차 충전구역 3면 방화벽 구획 기준은 전기차가 세워지는 지하 주차공간의 입구 방향을 제외한 나머지 3면에 3~5대 규모의 방화벽을 구성하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드넓은 주차공간 내 일부 공간만을 소규모로 구획하면 오히려 폭발 위험이 생기고 환기에도 불리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 구획 부분 내에서 급격한 연소 확대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효과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인천 청라 아파트 사고처럼 충전구역이 아닌 일반 주차공간에 세워둔 전기차에서 불이 났을 땐 충전구역의 방화구획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하지만 이 기준은 소방청과 부산, 서울과 경남 등 지역 소방관서로 확대 시행되면서 검증되지 않은 기준을 강제하는 상황을 불러왔다. 이런 문제는 소방청이 추진 중인 전기차 화재안전 TF 회의에서도 불거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에 내려진 소방청 지침에는 전기차 주차구역(충전구역)에 일정 단위(전기차 3~5대)로 방화구획을 하도록 한 기존 가이드라인 규정을 유예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준의 불합리성을 우선 해소해 혼란을 방지하겠다는 소방청의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부산이나 서울, 경남 등 일부 지역에서 효과성 검증 없이 강제하던 3면 방화벽 의무가 사라진다.
소방청은 향후 관련 R&D나 연구용역 등을 통해 실효성을 확인한 뒤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안전을 위한 '성능위주 설계 평가 운영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소방청이 내린 이번 지침을 두고 일선 소방관서와 건축계에선 합리적인 조처라는 반응을 나온다. 그러나 일부 미비점도 지적된다.
방화벽 설치를 전제로 규정한 부가 의무 기준에 대해선 명확한 유예 내용이 없어서다. 부가 의무 기준 중 3면 방화벽마다 갖추도록 한 제연커튼과 배출설비, 전용 연결송수관설비, 오염수 전용 집수정 설비 등이 논란의 대상이다. 이 규정들은 3면 방화벽이 설치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져 세분된 유예 조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소방청은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이후 ▲화재예방 ▲건축구조 ▲화재대응 ▲소방장비 등 4개 분과 43명(소방공무원 21, 관계부처 5, 민간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된 TF를 구성하고 오는 12월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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