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幹部)는 기관이나 조직에서 중심이 되는 자리를 맡아 지도하는 자를 말한다. 정부는 미래를 이끌어갈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초급간부 채용 제도’를 운영 중이다. 국가의 세 권력인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는 각각 입법고등고시, 법원행정고등고시,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행정고시)을 통해 선발하고 있다.
국가 사회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소방과 경찰, 해양경찰 역시 ‘간부 후보생 선발시험’으로 인재를 발탁한다.
이 중 소방의 간부 후보생 선발시험은 1977년 최초 도입됐다. 2010년까지 격년으로 운영하다 17기인 2011년부터 매년 뽑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1078명을 배출했고 매 기수 선발 인원은 2013년 이래 30명을 유지 중이다.
선발된 인원은 1년간 중앙소방학교에서 화재진압, 구조, 구급 등 직무 역량과 공직관 함양 교육을 받은 후 전국 시도 소방에 소방위 계급(일반직 6급 상당)으로 배치된다. 이렇다 보니 매년 평균 경쟁률이 50대 1을 기록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현장 경험 부족, 고위직 진급 등 다양한 이유로 소방사 공채를 통해 임용한 대원들과의 갈등이 오랫동안 계속돼왔다. 경찰 역시 졸업과 동시에 자동 보임되는 시스템으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 가운데 소방과 경찰의 중간 간부제도 전반에 대해 살펴보고 개선점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8월 1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국회의원 진선미, 임호선, 모경종, 이광희, 이상식, 이해식, 채현일, 용혜인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소방통합노조, 소방발전협의회가 후원한 ‘경찰ㆍ소방 중간 간부제도 개혁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조직의 성장과 발전에는 끊임없는 개혁과 정비가 동반돼야 한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께서 공감할 것”이라며 “현장과 전문가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진다면 다시 한번 조직이 강화되고 국민의 삶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임호선 의원은 “소방과 경찰, 해양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근간이다. 늘 현장에서 봉사하는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께서 발제한 건설적인 내용으로 소방과 경찰 조직이 한 단계 발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FPN/119플러스>가 토론 현장을 찾아 소방 관련 패널들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발제
함승희 서울시립대학교 방재공학과ㆍ소방방재학과 주임교수
“간부 후보생 제도 운영방식 검토 필요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지속해야”
소방은 경찰이나 해양경찰보다 늦은 1970년대에 들어서야 간부 후보생 제도를 도입했다. 2003년엔 소방공무원 수가 1만명 정도였다. 현재는 7만명에 육박한다. 상당히 많이 변했지만 간부 후보생 제도는 선발 인원이나 채용, 교육 훈련 방식 등에 큰 변화가 없었다. 이런 측면에서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고는 생각한다.
일반 행정기관이나 경찰, 해경 등은 모두 인재를 간부로 양성하는 체계를 두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은 소방 간부를 따로 선발하지 않는다. 미국은 스스로 역량 개발을 통해 일정 수준의 자격을 입증해야만 간부로 올라갈 수 있다. 일본은 소방사로 선발한 후 추후 간부가 될 사람을 뽑아 별도로 교육한다. 같은 계급으로 뽑아 조직 내에서 교육한 후 선발해 운영하느냐, 미리 간부로 채용하느냐 등 두 가지 제도로 정리된다.
다만 국내 모든 행정기관이 간부로 채용하기 때문에 유사한 형태로 운영하는 게 기관 간의 소통이나 협력, 연계 활동 등을 위해 훨씬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간부 후보생 제도 폐지 방향으로 검토하기보단 비 간부와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상호 신뢰가 가능하게 현장 경험을 쌓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시립대학교는 서울소방공무원 학부 제도를 운영 중이다. 목소리를 들어보면 간부 후보생 출신들은 내근업무를 많이 하기에 현장 경험이 제한되고 이로 인해 믿기 어렵다고 한다.
사실이다. 초급 현장 지휘관은 상대적으로 실천업무 수행 능력이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중급, 고급 지휘관으로 올라갈수록 어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기술적이고 기능적인 능력보단 행정이나 조정, 의사결정 능력 등이 훨씬 더 중요시된다.
화재진압 시엔 대원의 목숨이 위협받기에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이 현장 경험의 전부라고 인식하는 것, 현장 지휘관에게 그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건 조금 무리가 있다.
육상재난에선 현장 지휘관이 긴급구조 ‘통제’ 업무를 수반해 전적으로 책임지는 구조다. ‘지휘’가 아닌 ‘통제’로 돼 있는 건 단순 지휘가 아닌 기관 간의 조정, 연계, 협력 활동을 의미한다. 포괄적인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이란 얘기다.
간부 후보생 제도의 목적은 화재나 구조 등 현장 대응만 잘하는 사람을 선발하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간부 후보생 명칭을 살펴보겠다. 이미 간부가 될 것으로 예정하고 있기에 특혜성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간부 후보생으로 선발되더라도 실무 능력에 따라 간부로 진급 못 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따라서 ‘공개경쟁채용’ 시험으로 명칭을 바꿀 필요가 있다.
여러 비 간부가 간부 후보생 제도가 필요 없다는 의견을 낸다. 현장에서 초급 지휘관들과 소통이나 신뢰가 부족한 측면은 있어 보인다. 조직 내 갈등의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조직이 커지면서 비 간부가 매우 많아졌다. 이 과정에서 초급, 중간 관리자를 어떻게 양성해 나갈 것인가, 조직 모델에 대한 채용부터 승진 인사 체계까지 전반에 걸쳐 한 번은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
토론
배재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특혜성 시비 차단 위해 공개경쟁채용 시험으로 명칭 개선해야”
소방 간부 후보생 제도는 찬반을 명확하게 가리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해외 소방 간부 후보생 제도는 어떨까. 미국이나 일본은 모두 공개경쟁시험, 즉 전부 소방사로 선발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렇게 해도 아무런 불만이 없다.
독일은 단순직, 중급직, 상급직, 고등직 등 다양하게 선발한다. 소방은 중급 기술직부터 채용한다. 이 얘기는 좀 더 소방공무원에 대한 위상을 높이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영국도 일반 채용 제도만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가 처음부터 조금 다른 제도를 도입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기관별 공무원 총원 대비 매년 선발되는 간부 후보생 비율이 0.1%에 못 미친다. 특히 소방은 더 적다. 그러나 고위직에선 소방 간부 후보생 비율이 높다. 69%나 차지한다. 0.1%로 선발해 69%를 차지한다는 얘기다. ‘조직 내 위화감 조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소방에서도 간부 후보생 제도를 통해 조직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실태조사를 하면 소방 간부 후보생 제도로 인한 갈등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안다. 조직의 관리자로 양성할 인재를 소수로 선발해 운영하는 건 모든 기관에서 채택하는 전략이라는 함승희 교수의 주장에 공감이 된다.
소방 간부 후보생 폐지 논란과 관련해 늘 나오는 부분이 현장 경험이다. 소방 간부 후보생은 최초 임용 시 화재, 구조, 구급대원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소방경 이상 계급부터 현장 지휘관으로 임용된다. 현장 경험이 부족한가에 대해선 좀 더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제도 개선 방안과 관련해 ‘간부’라는 단어가 특혜성을 보일 수 있으니 경찰과 같이 공개경쟁채용 시험으로 명칭을 개선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입직 경로별 고위직 비율 승진에 관해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직급이나 승진은 월급, 연금과도 관련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소방공무원 월급은 TOP을 달린다. 우리는 왜 공무원 틀 안에 있어야만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부분을 해소하면 오히려 현장에서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그로 인해 국민이 더 안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토론
최영재 소방통합공무원 노동조합위원장
“시대에 맞지 않는 소방 간부 후보생 제도,
반드시 폐지해야”
거두절미하고 소방 간부 후보생 제도는 폐지가 정답이다는 말씀을 드리고 시작하겠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공무원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어두컴컴한 화재 현장 속에서 소방관이 의지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과 현장 지휘대의 지휘뿐이다.
현장 경험 없는 자들의 잘못된 판단과 지휘로 소방관들의 목숨이 좌지우지되는 게 오늘날 대한민국 현장 소방공무원이 처한 현실이다.
소방령 이상 간부 후보생 출신 367명이 소방청에서 근무한다. 평균 근무 경력은 20년 6개월이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로 화재진압이나 구조, 구급 등 현장에서 근무한 경력은 평균 10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
이렇게 현장 경험 없는 자들에게 지휘를 맡겨 순직 사고가 발생토록 방치한 건 소방청의 책임 또한 크다. 현장 경험 없는 자들의 현장 지휘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다. 앞으로도 현장 경험 평균 10개월인 간부 후보생들의 현장 지휘가 계속된다면 순직, 공상자는 끊임없이 발생할 거다. 이건 2021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소방청장과 소방청 과장, 지방 소방본부장, 소방서장 등 지휘관 대부분이 소방 간부 후보생 출신이다. 2020년 소방 국가직 이후 지금까지 6명의 소방청장 중 4명이 간부 후보생 출신이다. 이분들이 과연 소방청장이나 소방본부장 역할을 제대로 했을까.
그렇지 않다. 금품 수수 의혹과 국립소방병원 입찰 비리 사건으로 직위해제된 소방청장이 2명이다. 2020년 ‘대전소방 아빠 찬스 근무 성적 조작 사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일들이 소방 간부 후보생 출신들에게서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현장에 오더라도 1년도 안 돼 바로 행정부서로 옮겨간다. 그런 분들한테 지휘를 맡기는 건 누가 봐도 웃을 일이다.
소방 간부 후보생은 현재 선후배가 자동으로 결집해 있다. 근무성적 평정을 하거나 승진 심사 시 소방 간부 후보생 출신들을 우선 적용하는 등 선후배가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있다.
2018년 소방청은 약 5억원의 예산을 들여 보건안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입직부터 퇴직까지 그 사람의 근무 경력을 모두 기록해 놓은 거다. 그 시스템으로 인사 발령을 해서 현장 지휘를 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주먹구구식으로 기관장 판단하에 하고 있다. 그렇기에 순직자와 공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경험 많고 유능한 지휘관만이 일선 현장 소방관의 안전에 도움이 된다.
최근 제주도 물품 창고,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때 순직자들의 근무 연수를 보면 5년 미만이었다. 그동안 소방의 내부적 대책은 교육과 훈련으로 귀결됐다. 살을 베고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는 자정과 자성의 목소리는 전혀 없었다.
그나마 지휘 등 문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례는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시 소방합동조사단의 브리핑 전문뿐이었다.
현장 중심 조직 제도 개선을 위한 강조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시대에 맞지 않는 소방 간부 후보생 제도는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순직, 공상자 발생을 최소화하고 현장 대응능력 강화를 위해선 문제의 본질인 현장 중심의 전면적인 조직 개편과 인력 관리, 사기 진작이 우선 해결돼야 한다. 또 교사처럼 단일호봉제를 도입하면 자동으로 경력과 경험이 쌓여 공상자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방 간부 후보생 제도 폐지를 통해 현장 대응능력이 강화된 국민소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토론
한선 소방청 교육훈련담당관
“지휘관에겐 단순 현장 경험뿐 아니라 다양한 능력 필요”
간부 후보생 출신들의 여러 문제점을 말씀해 주셨는데 아마 이 자리에 계신 노조 관계자분들께선 간부 후보생 출신들이 소방청 독립과 국가직 전환, 소방재정 확충, 소방안전교부세 제도 마련 등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걸 부인하긴 어려울 거다.
미국엔 간부 후보생 제도가 없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나라와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의 소방서장이 되고 싶다면 산불을 몇 번 진화해봤는지, 관련 교육 과정은 수료했는지 등을 입증해야 한다.
최영재 위원장께서 소방 간부 후보생 출신들의 현장 경험이 10개월이라고 말씀 주셨지만 자료에 따르면 3년 3개월이다. 3년이든, 10개월이든 중요한 건 지역별로 소방 출동 편차가 크다는 거다. 어느 지역은 1년에 600건 이상 출동하고 다른 곳은 1년에 30번 소방활동을 한다.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얘기다.
다른 조직과의 협력, 연계를 위해서라도 간부 후보생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발제자 주장에 적극 공감한다. 다만 간부 후보생 제도가 1977년에 만들어졌기에 개선할 부분도 존재한다. ‘간부’라는 명칭에 특혜성이 있어 공개채용시험 등으로 변경하면 어떨까란 생각은 든다.
리튬 전지와 전기차 배터리 등 소방 환경이 많이 복잡해졌다. 새로운 유형의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선 많은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런 분들을 어떻게 조직에 유입시킬 것인지, 간부 후보생 제도만 존재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소방청은 지휘관과 현장 대원의 신뢰 형성, 대원들이 현장 경험을 쌓으려면 어떤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지 등에 관해 연구 중이다. 노조 등 직원들과의 논의를 통해 체계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최 위원장께서 현재 전국 소방서장 대부분이 간부 후보생 출신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소방공무원 승진 임용 규정이 개정됐다. 소방사에서 소방정까지 최저 소요 연수가 10년이다. 소방사에서 소방위는 4년이다. 제도가 크게 개선됐다는 걸 말씀드리겠다.
그리고 비 간부 출신 소방서장들도 서장으로 가기까지의 보직을 보면 내근이 많다. 비단 간부 후보생 출신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유능한 지휘관에겐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대규모 재난 현장을 통솔하는 지휘관은 관계 기관의 협조를 끌어내야 하고 때에 따라선 적절한 지시도 내려야 한다. 현장을 전체적으로 내려다봐야 한다. 단순 현장 경험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최근 화재사고 성상을 보면 화재가스발화(F.G.I, Fire Gas Ignition)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모든 지휘관이 이런 특이한 화재 성상에 대해서도 교육 훈련을 통해 접해보고 또 어떻게 잘 대응할 것인가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
끝으로 고위직으로 가기 위해선 여러 제도나 시스템이 필요하다. 간부 후보생 제도도 그중 하나다. 이를 ‘사다리’로 표현하는데 굳이 거둘 게 아니라 잘 보완해 대국민 소방 서비스 질 향상에 같이 이바지해 나가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FPN TV’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소방방재신문 (http://www.fpn119.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DISCUSSION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