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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법식] 소송이라는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법무법인 어진 주어진   |   2024.08.01 [10:00]

요즘같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에는 고등학생 시절 참가했던 국토대장정의 기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한여름 작열하는 햇볕 아래에서 목적지까지의 거리조차 알지 못한 채 나의 페이스와는 무관하게 긴 줄을 따라 그저 걷기만 했습니다. 지금 와 돌이켜보면 그 시간은 무척이나 고통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똑같은 여름철에 더 무거운 군장을 메고 걸었던 주간행군의 기억은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았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주간행군 때는 운 좋게도 선두 위치에서 내가 가야 할 목적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나의 페이스에 맞게 완급을 조절하면서 행군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내가 향하는 곳까지의 구체적인 정보를 미리 알아 그에 맞도록 완급을 조절할 수 있었던 게 상당히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재미있게도 이러한 점은 민ㆍ형사 소송과정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수년간 형사전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의뢰인을 만났을 때 그들이 호소하는 우려의 원인은 대부분 공통된 것이었습니다. 그 원인은 바로 앞으로 무슨 일(절차)이 벌어질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의뢰인들은 대략적인 지도(밑그림)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 조사는 언제 받게 되는지’, ‘진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전 구속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 ‘재판 과정에서 증인을 신청할 수 있는지’ 등 개별 절차에 대한 불안과 우려만 끊임없이 열거하면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러한 의뢰인들을 안심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뢰인의 옆에서 지도를 함께 들고 의뢰인의 현재 위치와 앞으로 넘어야 할 산, 개울의 규모를 대략적으로나마 안내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고작 그 정도의 안내만으로도 상담을 마친 의뢰인들의 표정이 상담 전과 비교해 너무나 밝아지는 걸 수많은 경험을 통해 체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객관적인 상황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얼마만큼 사람의 심리와 행동에 영향을 주는지 다시금 놀라게 됩니다.

 

자, 이제 지도가 준비됐다면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할 차례입니다. 그리고 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답을 지구 반대편의 아프리카에서 찾았습니다.

 

아프리카 마사이 족의 속담에는 ‘가까운 곳을 가려면 혼자 가도 된다. 하지만 멀리 가려면 친구와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지도를 통해 목적지와 장애물에 대한 정보를 확보했더라도 홀로 걸어가는 여정은 외롭고 불안하기 마련입니다.

 

바로 이런 여정에 꼭 필요한 것이 함께 장애물을 건너며 서로의 손을 당기고 끌어주는 친구라는 존재일 겁니다.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의 옆에서 셰르파 텐징이 묵묵하게 짐을 나눠 들고 길 안내를 한 것처럼 멀고 긴 소송의 여정에 임하는 의뢰인들의 곁에는 실력 있고 성실한 여정의 동반자가 필요합니다.

 

어차피 가야 하는 여정이라면 발걸음을 나서기 전에 반드시 지도와 친구를 챙겨 나가시길 권합니다.

 

 

 

법무법인 어진_ 주어진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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