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어진의 하동권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형사처벌을 받고 전과자가 될 위험이 있는 ‘농지법’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농지법’은 보통 도심지에서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은 평생 접할 일이 없는 법입니다. 그러나 도시지역이 아닌 곳에서 사업을 하거나 상속받은 농지를 별다른 관심 없이 사용하다가 자칫 무서운 일을 겪을 수도 있는 법입니다.
농지는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농사를 짓는 소유자가 농사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혹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관할 관청에 ‘농지전용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등기부나 대장에 그 지목이 ‘농지’로 돼 있으면 외관상 전혀 농지처럼 보이지 않더라도 농지로 취급됩니다. 따라서 허가받지 않은 전용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법 규정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농지법
제34조(농지의 전용허가ㆍ협의)
① 농지를 전용하려는 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42조(원상회복 등)
①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시장ㆍ군수 또는 자치구구청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행위를 한 자에게 기간을 정하여 원상회복을 명할 수 있다.
1. 제34조 제1항에 따른 농지전용허가 또는 제36조에 따른 농지의 타 용도 일시사용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농지를 전용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
2. 제35조 또는 제43조에 따른 농지전용신고 또는 제36조의2에 따른 농지의 타 용도 일시사용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농지를 전용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
②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시장ㆍ군수 또는 자치구구청장은 제1항에 따른 원상회복명령을 위반하여 원상회복을 하지 아니하면 대집행(代執行)으로 원상회복을 할 수 있다.
제57조(벌칙)
① 농업진흥지역의 농지를 제34조 제1항에 따른 농지전용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전용하거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전용허가를 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해당 토지의 개별공시지가에 따른 토지가액(土地價額)[이하 ‘토지가액’이라 한다]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농업진흥지역 밖의 농지를 제34조 제1항에 따른 농지전용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전용하거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전용허가를 받은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해당 토지가액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징역형과 벌금형은 병과(倂科)할 수 있다.
위 규정처럼 지목상 농지인 토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관할 행정청으로부터 원상회복 명령뿐 아니라 이와 별도로 형사처벌까지 받게 됩니다.
물론 사건의 경위를 살펴 위반행위의 정도가 경미하고 초범이며 행정청이 내린 원상복구 명령을 성실하게 따르는 경우 행정관청에서 고발조치를 하지 않기도 합니다. 이 경우 수사기관은 ‘농지법’ 위반행위가 있는지 자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언뜻 봐도 농지가 아닌 땅, 농사를 지으라고 해도 짓기 힘들 것 같은 땅이어서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농지가 아닌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까지 모두 ‘농지법’이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지방으로 가면 농지 바로 옆에 공장이 위치한 경우가 있습니다. 공장 옆의 농지가 오랫동안 농업 활동에 사용되지 않았고 실제로 뭘 재배하기도 어려워 보여 공장에서 사용하는 자재 등을 적치하다보니 그 농지 부분까지 침범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됩니다. 이런 까닭에 상당한 수의 사업주들이 ‘농지법’ 위반으로 처벌받고 있습니다.
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을 버려두지 않고 활용하겠다는데 굳이 ‘농지법’ 규정을 적용해 처벌까지 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대법원이 취하는 ‘농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아래와 같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토지가 농지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농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공부상의 지목 여하에 불구하고 해당 토지의 사실상의 현상에 따라 가려야 하고, 따라서 그 토지가 공부상 지목이 전으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농지로서의 현상을 상실하고 그 상실 상태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면 그 토지는 더 이상 농지법에서 말하는 ‘농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7도670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농지의 현상을 상실한 상태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여 농지로서의 원상회복이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 토지는 여전히 농지법에서 말하는 농지에 해당한다(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3도10544 판결).’
판결문을 보면 ‘앗! 앞의 설명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농지냐, 아니냐를 지목이 아니라 ‘현상’에 따라 판단한다고 판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문구는 함정입니다. 실제로 저 조건은 매우 엄격하게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오랫동안 짓지 않고 장기간 방치했다? 부족합니다. 적어도 그 땅이 콘크리트 등으로 포장돼 농지로 회복하는 게 매우 곤란한 지경에 이르러야 합니다.
농지 위에 가설건축물 등이 축조돼 있다? 부족합니다. 가설건축물은 존치 기간이 정해진 시설물로서 일정 시간이 도과하면 철거가 예정돼 있으므로 제대로 된 건물이 올라가 있는 게 아닌 이상 그 땅은 여전히 ‘농지’로 판단됩니다.
제가 전주에서 근무하던 당시 담당한 사건 중에서도 공장을 운영하는 사업주의 공장부지에 아무런 경계 없이 농지가 붙어있었습니다. 공장부지에 모래를 다량 적치하다 보니 농지 쪽으로 모래가 넘쳐 1회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때 농지 위의 모래를 모두 치우고 모래가 넘쳐 흐르지 않도록 1m 이상의 담장까지 쌓았지만 일시적으로 작업량이 많을 때 쌓인 모래가 담장을 넘어 다시 농지로 흘러 들어간 일이 있었습니다.
행정관청은 과거 1회 원상복구 명령을 했으나 재차 위반 사실이 발견돼 이번에는 원상복구 명령 없이 곧바로 형사고발했습니다. 결국 제1심에서 집행유예, 항소심에서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일이 있습니다.
사건 파악을 위해 저도 현장에 방문했는데 문제가 된 공장부지 옆 농지는 공장부지에 적치한 모래가 수시로 바람에 흩날려 날아들기 때문에 농작물을 재배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어찌어찌 재배하더라도 그러한 땅에서 자란 농작물을 누가 먹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게다가 그 농지는 공장부지를 통과하지 않으면 공로에 나갈 수도 없는 맹지일 뿐 아니라 면적이 좁고 모양도 좋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면 농지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런 제반 사정에도 불구하고 ‘농지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가’ 여부로 농지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처럼 ‘농지법’ 위반은 일단 위반행위가 있으면 빠져나가기 매우 어렵습니다. 위반행위가 적발되면 운이 좋아야 원상복구 명령, 운이 나쁘면 곧바로 형사고발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 형량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따라서 농지를 보유했는데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있거나 농지 옆에서 무언가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농지가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음 호에는 농지의 임대차에 대한 문제를 다뤄 보겠습니다. 꽃피는 봄날, 여러분의 삶에도 훈풍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법무법인 어진_ 하동권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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