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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TORY] 전쟁과 역사 2, 고려 거란전쟁을 가장 정확하게 쓴 책
충북 충주소방서 김선원   |   2024.02.01 [13:30]

KBS에서 방영 중인 ‘고려 거란전쟁’ 드라마의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오래간만에 선보인 전통 대하사극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는 책이 한 권 있습니다. 바로 임용한 현 한국역사고전연구소 소장님의 책 ‘전쟁과 역사 시리즈’ 중 2편 ‘거란ㆍ여진’과의 전쟁입니다.

 

 

임 소장님은 한국에서 ‘역덕(역사 덕후)’ 또는 ‘밀덕(밀리터리 덕후)’으로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분입니다.

 

임 소장님은 2000년대 중반 지금 소개하는 전쟁과 역사 시리즈로 대중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책 출간과 기업 강연 등으로 인지도를 높이다가 최근엔 유튜브 등에서 소장님의 강의가 인기를 끌면서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진 분입니다.

 

역사학자로서 임용한 소장님의 강점은 바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자유롭고 날카로운 해석에 있습니다. 애초에 임용한 소장님의 전공은 조선 시대사였지만 전공이 아닌 전쟁사 분야의 연구를 통해 이 책을 출간해낼 정도로 전공과 연구주제에 얽매이지 않는 폭넓은 사고를 하시는 분입니다. 이분은 그런 자신의 강점을 전쟁과 역사 시리즈를 통해 유감없이 드러냅니다.

 

현재도 위작 논란이 끊이지 않는 화랑세기를 사료로써 적극적으로 이용합니다. 그리고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도 기존 학계와 다른 부정적인 평가를 서슴없이 내립니다.

 

연개소문과 견훤, 궁예, 묘청 등 여러 인물이 소장님에 의해 기존과 다른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왕건에 대해 기존에 전혀 들을 수 없는 새로운 해석을 들려줍니다.

 

“안타깝게도 태조는 고려사회를 제도적으로 안정시켜 놓지는 못하였다. 한 사람에게 온갖 재능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지만 군주로서 왕건은 정치적 능력에 문제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왕건은 관용과 포용으로 국가를 안정시킨 정치력이 뛰어난 인물로 묘사되지만, 그것은 아주 잘못된 오해다.

 

그의 인품이 뛰어나 보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그의 라이벌들이 통치자로서는 너무나 형편없는 자질을 지녔던 탓도 크다. 이제 그 라이벌들이 없어진 상황에서 보면 왕건은 그다지 자비롭지도 않았고, 군주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의 정치술은 정치력이라기보다는 상술에 가까웠다. 그는 대인관계, 정치 감각, 거래에 탁월했고, 난세의 승자답게 욕심도 많고 충분히 이기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최고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절대적인 자질인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통찰력이 부족했다. 욕심 많고 이기적인 통치자란 다음 세대의 고충을 생각하지 않는 정치를 펼친다. 왕건도 그런 짓을 했는데, 그것이 바로 유명한 혼인동맹이다”

 

글이 길어 다 소개할 수 없지만 이 글 다음으로 왜 혼인동맹이 잘못된 전략인지 상세히 설명합니다. 이 글을 읽을 때마다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전율을 떠올립니다. 대한민국 어떤 역사서를 둘러봐도 왕건에 대해 이처럼 서슬 퍼런 비판을 가한 글을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기존 학설과 다른 새로운 주장을 편다는 게 꼭 부정적인 경우만 해당되진 않습니다. 기존 학계가 주목하지 않는 역사적 인물을 크게 해석한다든지 그동안 학계가 주목하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을 크게 보고 해석을 시도한 때도 많습니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서희와 현종에 대해 아주 높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서희의 경우 우리는 단순히 소손녕과의 외교담판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소장님은 사실 서희의 행적 중 중요한 것은 그 후라고 주장합니다. 외교를 통해 강동 6주를 얻은 후 그 지역을 요새화하는 작업을 한 것을 높게 평가하는 듯합니다. 저자는 서희에 대해 이렇게 평가합니다.

 

“보통 역사책에서 서희는 거란의 1차 침공을 물리친 인물로 등장하지만 이것은 잘못되었다. 거란전쟁을 통틀어 최고 수훈자는 서희다. 서희가 확보하고 개척한 강동 6주가 여섯 번에 걸친 거란의 침공에서 고려를 구했다. 이 완고한 방어선과 험로가 없었다면 강감찬의 귀주대첩도 있을 수 없었다. 그의 통찰력과 안목이 고려와 그의 후손을 구한 것이다”

 

드라마 고려 거란전쟁의 실질적 주인공인 현종에 대한 글도 많이 보입니다. 아마 한국의 역사가 중에서 고려 현종을 가장 크게 평가한 분은 임용한 소장님이 유일하지 않은가 싶을 만큼 현종의 치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십니다.

 

특히나 어렸을 때 죽을 위기를 여러 차례 넘기면서도 트라우마 없이 국정을 운영했던 것과 오랜 전쟁 상황 속에서도 큰 혼란 없이 전시 행정을 운영해 낸 걸 높이 평가하는 듯합니다. 저자는 현종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거란전쟁이 끝난 1019년에 현종은 겨우 27세의 청년이었다. 사생아로 태어나 죽음의 공포를 넘나들던 젊은 국왕은 비로소 자신의 위치와 인생을 되찾았다. 이후로 현종은 큰 사건이나 잘못 없이 무난하게 국가를 통치해 고려가 국가체제를 정비하고, 중흥기로 들어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어떤가요? 왕건과 서희, 현종을 평가한 글만 봐도 예사롭지 않은 책이란 게 느껴지지 않나요? 이 책을 읽고 그동안 가졌던 역사관이 송두리째 바뀜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사 관련 책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이자 가장 많이 읽은 책입니다.

 

또 지금 가진 역사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게 바로 이 책입니다. 만약 누군가 제게 역사책 한 권만 추천해달라고 부탁한다면 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 책을 추천할 겁니다. 그만큼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거란이 침공할 당시 고려의 내부 상황, 거란의 내부와 대외적 상황 그리고 거란과 고려의 군사제도 차이 등 고려 거란전쟁을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정보로 가득합니다.

 

게다가 고려 거란전쟁의 역사적 흐름과 주요 전쟁이 매우 상세히 설명된 만큼 고려 거란전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책입니다. 심지어 재미도 있으니 드라마 고려 거란전쟁을 보신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충북 충주소방서_ 김선원 : jamejam@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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