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어진의 하동권 변호사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상속법’ 분야에서 종종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채무(빚)의 상속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요즘 세상은 빚 없이 살기가 참 어렵습니다. 부동산을 구입할 때 자신이 보유한 현금만으로 사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도 대출을 받는 등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2019년 통계청 가계금융ㆍ복지조사 결과에 의하면 평균 가구 부채는 7910만원에 달합니다. 누구도 상속으로 인한 채무의 대물림으로부터 안심할 수 없는 때가 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채무는 어떤 경로로 상속 되는가, 채무의 상속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선 어떤 조치를 해둬야 하는가? 이게 이번 호에서 살펴볼 내용입니다.
우선 사람이 사망한 경우 적극재산(부동산, 현금 등 +재산)과 소극재산(대출채무 등 –재산)은 모두 상속의 대상이 돼 상속인들의 공유 관계가 됩니다. 물론 상속인들은 피상속인이 사망해 상속이 개시됐을 때 재산보다 빚이 많다면 법원에 상속 포기신청을 해서 상속채무의 변제의무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면 될 것 아니냐”고 간단하게 말할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법은 4순위 상속인까지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채무 상속의 경로
상속채무도 다른 적극재산과 마찬가지로 상속순위에 따라 상속이 됩니다.
민법
제1000조(상속의 순위)
① 상속에 있어서는 다음 순위로 상속인이 된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3.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② 전항의 경우에 동순위의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최근친을 선순위로 하고 동순위의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공동상속인이 된다.
③ 태아는 상속순위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위와 같이 피상속인과 피상속인의 동생, 피상속인의 아들 1, 딸 1, 피상속인 동생의 아들(피상속인의 조카)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여기서 피상속인이 사망하는 경우 1순위 상속인은 아들 1과 딸 1입니다. 이들이 각 2분의 1지분씩 상속하게 됩니다. 그런데 피상속인에게 빚만 잔뜩 있고 적극재산이 전혀 없다면 위 아들 1과 딸 1은 상속을 포기할 겁니다.
선 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 그 상속순위는 후 순위자에게 넘어갑니다. 2순위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이지만 피상속인의 부모는 이미 돌아가셨기 때문에 3순위 상속인으로 넘어갑니다. 3순위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형제, 자매입니다.
피상속인의 1순위 상속인인 아들 1과 딸 1이 상속을 포기하는 순간 피상속인의 동생이 피상속인의 빚을 상속받게 됩니다. 여기서 피상속인의 동생마저 상속을 포기하면 동생의 아들인 조카가 4순위로 상속이 되기 때문에 삼촌의 빚을 상속하게 되는 상황에 놓입니다.
평소 형제들이나 삼촌, 사촌의 친척들 사이에 왕래가 잦았다면 사망한 사실이나 재산 관계, 상속 포기 사실을 알고 피상속인의 동생과 그 아들도 상속 포기 절차를 밟을 수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형제 사이에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건 아닙니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동생으로서는 피상속인의 아들 1과 딸 1이 상속을 포기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빚을 상속하게 될 수 있습니다. 피상속인의 동생이 ‘나만 포기하면 되겠지’라고 잘못 생각해 아들에게 알리지 않으면 조카인 피상속인 동생의 아들에게 빚이 넘어가게 됩니다.
빚이 상속되는 걸 피하는 방법
위와 같이 후 순위 상속인이 선 순위 상속인의 상속 포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빚을 떠안게 되는 건 부당하므로 ‘민법’은 아래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민법
제1019조(승인, 포기의 기간)
① 상속인은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연장할 수 있다.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아들이나 딸)이 아닌 형제자매나 조카 등의 후 순위 상속인이 빚을 상속받았을 때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우리 대법원은 ‘민법’ 제1019조에서 정한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란 상속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의 발생을 알고 이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말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3다43681 판결).
즉 후 순위 상속인은 선 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사실, 그리하여 자신의 상속순위가 올라가 상속인이 됐다는 사실을 안 때가 3개월이라는 기간의 시작점이 되는 겁니다.
상속 포기의 기간은 위와 같이 3개월로 정해져 있는데 이는 ‘민법’이 정한 다른 기간과 비교할 때 매우 짧습니다. 따라서 친인척 중 누군가 사망했는데 뜬금없이 자신에게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하라는 통지가 날아왔다면 즉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상속 포기 절차를 진행하셔야 합니다.
법률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위험한 생각은 ‘에이 내가 뭐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찮겠지’라며 넘기는 겁니다. 법은 부당한 결과의 방지를 위해 여러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권리의 행사 기간이 정해져 있고 기간이 도과하면 구제해주지 않습니다.
이상 법무법인 어진의 하동권 변호사가 알려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법무법인 어진_ 하동권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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