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열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소방청, 한국소방산업기술원 등 네 곳의 피감 기관이 자리한 올해 국정감사는 그저 ‘평온했다’는 말이 더 어울릴듯하다.
국감 시작과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의원들 질의에선 거센 공방이 오갔다. 하지만 신분 국가직화 이후에도 지방 예산에 의존하거나 지방과 중앙 간 사무의 혼재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소방의 현실을 알아서일까. 소방청엔 “소방의 더 나은 모습을 바란다”며 청장의 개선 의지를 당부하는 격려성 질의가 더 많았다.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부산 수영)은 소방대원 폭행 방지를 위한 대책을 촉구하면서도 “현장 대원이 더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걱정을 표했다. 소방의 저조한 불법 주ㆍ정차 강제처분 실태를 지적한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상당)은 “국회 차원의 토론회 개최와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보면 좋겠다”며 직접 조력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은 소방본부장과 과장 사이 고위간부 직급을 신설해야 한다며 조직의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조직 축소를 주창하는 현 정부 기조와 달리 여권에서 조직 확대를 요구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 비판 기조로 날을 세울법한 야권 역시 소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며 소방관의 처우 개선과 조직의 변화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소방공무원을 제대로 대우하지 못한다”며 22년간 동결된 화재진화 수당과 위험근무수당의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력 부족으로 육아휴직조차 제대로 쓸 수 없는 소방의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했다.
송재호 의원(제주 제주시갑)은 “인력과 예산으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국가가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며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의원은 “과실이나 조그마한 실수가 발생했을 때 소방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걸 평생 후회하도록 해놓으면 누가 현장에 출동해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겠냐”며 “소방공무원이 정상적으로 자기 일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 기본적인 국가 책임 보장 시스템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소방관 출신 오영환 의원은 국가직으로 신분은 바뀌었지만 지휘권과 예산권도 없는 소방의 현실을 한탄하며 남화영 청장의 노력을 촉구했다. 오 의원은 “지금까지 국가직을 반쪽짜리라고 손가락질받지 않았냐”며 “오로지 국민의 안전 정책 변화를 위해 ‘소방조직법’과 ‘소방재정지원 특별회계법’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목표로 삼는 게 소방청장이 가진 자리의 무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대응과 관련한 질타성 질의에서도 격려가 이어졌다. 임호선 의원은 “소방이 현장에서 애쓰는 부분들이 일부 문제로 인해 어떤 오해를 사거나 노력이 희석돼서는 안 된다.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올해 소방조직 내에서는 기관장의 갑질과 고위직 비위 문제 등 수많은 이슈가 있었다. 사고 현장에서의 대응 논란과 의혹도 많았다. 그러나 국감의 큰 소재가 되진 못했다. 소방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부정보단 긍정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이는 곧 소방의 더 나은 미래를 걱정하며 국가 안전에 더욱 매진해달라는 국민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정치권과 국민의 바람처럼 신뢰받는 소방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권성동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도와달라”는 남화영 청장 답변에 “소방청장이 열심히 하고 부족하면 도와달라고 하셔야지 그냥 도와달라고 하면 안 된다”며 쓴소리를 했다. 곱씹어 볼 말이다. 변화와 발전을 위한 노력은 소방조직 스스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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