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북부소방서 박형주 소방경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했습니다.>
“구조출동! 구조출동! 광산구 성덕중학교 인근 헬기 추락! 헬기 추락 사고 발생!”
2014년 7월 17일 광주 도심 한복판에 헬기가 추락했다는 출동 지령이 울려 퍼지는 순간, 박형주 소방관의 몸은 얼음장처럼 얼어붙었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며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박형주 소방관의 바람과는 달리 화염과 함께 산산조각이 난 현장은 생존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헬기 파편은 100m 떨어진 인근 상가까지 튀어 출입문과 유리창을 깨뜨렸다. 그 충격이 얼마나 강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사고 현장 도착을 알리는 무전이 끝나기가 무섭게 119상황실에서 무전이 전달된다.
“현재 상황? 추락 헬기 확인 가능한지?”
“19 소… 19 소… 119 소방… 상황실! 상황실! 우리 소방헬기로 추정. 119 소방 글씨가 확인됨.
어디 소속 헬기인지 사고 시각 광주 상공 비행한 소방헬기가 있는지 확인 바람!”
수많은 구조 현장을 종횡무진 활동했던 박형주 소방관이지만 동료 소방관이 몸을 실은 소방헬기 추락 사고는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이었다. 침착함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기 상황실인데… 추락 헬기는 세월호 지원 활동 후 복귀 중이던 강원소방 헬기! 강원소방 헬기로 확인! 탑승 인원 5명으로 추정”
뒤이어 현장 상황을 알리는 구조대원들의 무전이 계속 흘러나왔다.
“헬기 완파! 헬기 완파!”
“추락지점 생존자 없음”
현장은 참혹했고 헬기에 탑승했던 대원들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꾹꾹 참아내며 현장을 지키던 박형주 소방관도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에서도 비가 내리네…’
혼잣말을 내뱉으며 박형주 소방관은 큰 소리로 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잔해 속 동료들의 피부조직 하나까지 수습하자. 조금만 힘내서 수습하자!”
대원들을 다독이며 그렇게 4시간 동안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추락 대원들의 피부조직 하나까지 찾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수습 작업이 끝날 무렵 현장은 수많은 취재진과 관계자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구조작업을 마치고 다시 구조대 사무실로 복귀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당시 고열에 신체 일부가 타면서 났던 냄새는 박형주 소방관에게 스며들어 더 힘들게 했다. 어쩌면 일이 잡히는 게 이상한 건지도 모른다.
며칠 뒤 현장에 임시분향소가 설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용기를 내 그곳을 다시 찾았다. 노란 리본이 바람에 나부꼈고 그곳에 짧은 편지가 적혀있었다.
‘아빠가 돌아오면 우리 가족 맛있는 밥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아빠! 이제는 볼 수 없지만 저에겐 또 다른 많은 소방관 아빠가 생겼으니깐 괜찮아요.
하늘에서 편히 쉬세요’
불꽃처럼 산화한 소방대원의 자녀가 쓴 편지였다. 가슴을 돌로 맞은 듯 아려왔다.
사고 수습 후 며칠간 후유증에 시달려야만 했던 박형주 소방관은 합동 영결식을 마치고 ‘이제 그들을 떠나보내겠다’며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9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무 일 없는 듯 밥도 잘 먹고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불현듯 찾아오는 그날의 기억은 박형주 소방관을 여전히 옥죄며 고개를 떨구게 한다.
동료 소방관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광주소방학교_ 이태영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소방방재신문 (http://www.fpn119.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희로애락 119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