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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위험천만 배터리 화재’, 효과적 대응 위한 기술은 없을까
‘배터리 열폭주 방지ㆍ진압 기술’ 세미나… 리튬배터리 확산 방지대책 논의
배터리 화재 국제적 예방대책 소개 이어 대응 방법ㆍ진압 성공사례 공유
최누리 기자   |   2023.06.20 [10:00]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관련 화재도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리튬이온배터리 열폭주와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한 전문지식ㆍ기술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대표 박희정, 이하 연구원)은 4월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파이어홀에서 ‘리튬이차전지 열폭주 방지 및 화재 진압 기술 세미나’를 온ㆍ오프라인으로 개최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이동하는 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든다. 전자 제품은 물론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중대형 전지 등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75억 달러로 연평균 12%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오는 2030년까지 190억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화재 안전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불안감이 크다. 리튬이온배터리에 기계적ㆍ전기적ㆍ열적 등의 충격이 가해지면 1천℃ 이상 온도가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해 진압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리튬이온배터리의 열폭주 전 열화 특성을 진단해 화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거나 열폭주로 인한 화재 확산의 차단 또는 지연을 위한 연구도 한창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화재 원인 분석 및 사전 방지 시스템’을 주제로 ▲ESS,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사고 원인과 사례분석을 통한 화재 진압 기술 ▲BMS를 통한 배터리 상태 및 화재 예측 기술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대응 사례와 화재 안전성 평가 기준 및 시험ㆍ인증 등의 발표가 진행됐다. 

 

특히 ‘화재 사후 진압 및 소화 기술’을 주제로 ▲LIB ESS 화재ㆍ폭발 사고의 이해와 국제적 예방 및 대응 표준ㆍ지침 소개 ▲침윤제 기반 친환경 소화약제 및 가압식 소화 시스템 개발기술 ▲리튬이온 및 리튬금속 배터리 화재진압을 위한 불활성 소화약제 개발과 적용 방안 ▲전기차 화재 대응 방법 및 진압 성공사례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 중 김흥환 경기소방재난본부 소방위의 ‘LIB ESS 화재ㆍ폭발 사고의 이해와 국제적 예방 및 대응 표준ㆍ지침 소개’와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의 ‘전기차 화재 대응 방법 및 진압 성공사례’ 발표는 소방 대응 측면에서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실험 결과를 담고 있다.

 

<FPN/119플러스>가 이번 세미나의 발표자로 나선 두 명의 발언 내용을 정리했다.

 

김흥환 소방위

“제조업체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관련 데이터 제공해야” 

 

테슬라는 리튬이온배터리 비상대응지침를 만들어 공개했고 이 지침은 미국방화협회(NFPA) 누리집에도 게시됐다. 확실한 지침을 주는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 비상대응 매뉴얼과 지침, 표준작전절차(SOP) 등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선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데 국제적인 수준에 부합하는 대응지침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개발 시기는 2025년이다. 한 명의 소방관으로서 ESS나 전기차 화재진압 중 소방관이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 차량 화재진압 방식처럼 접근하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제조업체에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관련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기업에서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초기에 어떤 물질이 나오는지 파악하고 어떤 장비와 보호복을 사용할지 결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보가 있어야 더욱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리튬이온배터리 열폭주를 화재로 표현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선 해즈맷(hazmat) 사고로 분류한다. 전 화학과 생물, 방사능, 폭발, 군사적 무기 등을 포함하는 특수재난이라고 번역한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열폭주 전 ‘푹’하면서 연기가 쏟아지는 오프 가스(off-gas)가 발생하는데 수백에서 수천 가지 물질이 서로 결합하고 증발하며 발열반응이 생긴다. 오프 가스 초기 측정 물질과 이후 측정 물질은 다르다. 셀, 모듈, 랙 단위별 측정 물질 역시 다르다.

 

유엔(UN)에선 위험을 1종(폭발물), 2종(기체), 3종(인화성 액체), 4종(인화성 고체, 자연발화성 및 금수성 물질), 5종(산화성 물질 및 유기과산화물), 6종(독성 물질, 독성 흡입 위험 및 전염성 물질), 7종(방사능), 8종(부식성), 9종(기타 위험물질) 등으로 분류한다.

 

리튬이온배터리는 1, 2, 3, 4, 5종에 해당하고 9종으로도 분류한다. 복합위험을 지닌 특수사고인 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화학 사고의 경우 환경부, 생물학 사고는 보건복지부, 원자력 사고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으로 분리한다. 관련법에 따라 대응 기관이 분리되면서 복합위험에 대한 우리나라 안전 관련법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해즈맷 범위를 하나로 본다. 

 

2019년 4월 19일 미국 애리조나주 APS 사가 운영하던 변전소 ESS 설비에서 화재ㆍ폭발이 발생했다. 폭발압력으로 ESS 출입문이 날아가면서 소방관이 크게 다치는 등 인명피해가 났다. 

 

당시 불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소화약제는 정상 작동해 5~7분 만에 분사됐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바로 진입하지 않았다. 폭발 상황 등을 촬영하고 어떤 물질이 방출되는지 확인했다. 2시간이 지나고 문을 열었는데 2분 후 문짝이 날아가 사람이 거의 죽을 뻔했다. 

 

소방에선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대응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서구권에서 내린 결론도 정보 공개가 부족했다는 거였다. 

 

이에 미국에선 ESS 시설 설치 시 소화약제와 물 분무를 같이 쓰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리튬이온배터리에 불이 나면 일정 압력에 의해 연기를 빼내는 배연장치도 별도로 설치하도록 했다.

 

화재로 인한 연기를 배출하는 목적이 아니라 폭발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우리나라엔 이런 배연장치가 없어 소방관이 죽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ESS 관련 NFPA코드와 우리나라 화재안전기준을 비교해보면 NFPA는 지하 허용에 대한 언급 없이 관할 소방의 사다리차가 닿는 높이까지 허용하는 반면 우리나라 ‘전기저장시설의 화재안전기준’에선 전기저장시설의 경우 지면으로부터 지상 22m, 지하 9m 이내에 설치하도록 규정한다.

 

전기차 지하주차장 설치가 문제가 되는 실정에서 ESS까지도 지하 9m까지 설치하도록 한 건 현장 대원들의 공감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화재보험협회 2019년 6월호 웹진을 보면 ESS와 관련해 ‘전기차는 온도, 충돌과 같은 외부 충격 등에 의한 리스크를 초기 단계부터 예상하고 이에 대응한 기능을 갖췄지만 ESS는 고정식으로 설치돼 상대적으로 안전성에 대한 부분을 등한시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는 문구가 있다.

 

ESS가 최종 보스인데 왜 전기차만 얘기하는지 모르겠다. ESS 문제를 해결한다면 전기차 문제 역시 해결될 거로 생각한다.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는 소ㆍ중규모이기 때문이다. 또 이격 거리 등 기준이 있지만 적용된 사례는 없다. 산업이 발전함에도 안전엔 아무런 규제나 대책이 없는 셈이다. 

 

2018년 네이처 논문을 보면 100% 충전된 리튬이온배터리는 0, 25, 50, 75% 충전 상태인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열과 불화수소 발생률 등이 4~5배 높다고 한다.

 

충전 상태에 따라 최성기에 이르는 온도와 시간이 달라 충전율이 중요하다.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가 몇 퍼센트 충전됐는지 알면 언제 최성기에 도달할지 알 수 있다. 또 물을 가하면 5분간 반응이 지연되지만 이후 가속화되고 화세는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명시됐다. 

 

결국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해 물을 뿌려도 사실 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 실제로는 꺼지지 않기 때문이다. 주수를 통해 화재 확산을 막을 순 있지만 원점에서 본다면 더욱 악화시키는 거다. 이런 부분에 대해 소방관 스스로 알고 관련 교육도 진행돼야 하지만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DNV-GL 보고서에선 오프가스 센서나 연기감지를 이용한 조기 감지를 통해 열폭주 발생 전 문제가 있는 배터리 셀을 분리하면 화재를 막거나 회피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에선 오프가스 감지 센서를 별도로 부착한다. 연기 자체가 워낙 폭발성이 커 전통적인 방법으론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재난 유형을 별도로 잡아야 한다.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또 4천Ah 배터리가 한번 화재에 개입하면 1시간당 100번의 전체 공기를 바꾸는 수준으로 배기해도 폭발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즉 상당한 수준의 배기를 해야 폭발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NFPA 855에선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로 인한 건물 붕괴 대책까지 요구하고 있다. ESS 설치업체가 건물 붕괴 위험까지 확인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ESS 폭발로 인한 건물 붕괴까지 보겠다는 거다.

 

테슬라 비상대응지침을 살펴보겠다. 전해액이 누출된 경우 유기 증기나 산성 기체, 카트리지가 있는 공기 정화 호흡보호복, 보안경 또는 전면 호흡 보호구, 안전 장갑, 보호복을 착용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예전에 한 대기업에서 “창고에 리튬이온배터리 약 2만개가 있는데 비상대응지침 등을 만들고 직원이 직접 화재를 진압해야 하는지” 등을 문의한 적이 있다.

 

당시 NFPA 855나 테슬라 비상대응지침 등이 없을 때라 직원이 불을 끄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테슬라 비상대응지침에서도 불을 끄는 건 맞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방관에게 필요한 건 안전거리다. 테슬라 비상대응지침에선 테슬라 에너지 제품 화재를 방어적으로 진압하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거리를 파워 월 5, 파워 팩 10, 메가 팩 20m로 권장하고 있다. 

 

이 안전거리 이내로 접근하지 말라는 거다. 이런 안전거리가 없어 전기차나 ESS 화재진압 시 접근하고 있다. 그러다 폭발하면 현장에 있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수 있다.

 

NFPA 855 부록 G 부분엔 ESS 제조업체가 ESS를 납품할 때 안전보건자료(SDS, 국내는 옛 명칭인 물질보건안전자료(MSDS))나 특정 LIBㆍ열폭주 관련 제품 위험을 설명하는 동등한 공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화학사고 시 해당 물질에 대한 정보는 MSDS에 명시됐는데 ESS 역시 MSDS 방식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배출되는 기체가 어떤 물질인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MSDS에 명시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NFPA 855 개정 이후 설치된 모든 ESS에 MSDS가 있다. 소방관은 MSDS를 보고 대응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법으로 규정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리륨이온배터리는 화재가 아닌 폭발을 막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공기흡입형 감지기나 열ㆍ적외선 감지 카메라가 적용된 AI CCTV 등을 활용해 화재 단계를 분석하고 담당자에게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를 알리는 방식일 수 있다.

 

플루언스(fluence) 사에서 만든 ESS를 보면 소화약제를 분사하고 자동으로 랙을 빼낸다. 이런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ESS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용운 연구사 

“소화 핵심, 화재 배터리 열량 뺏어 퍼지지 않도록 막는 것” 

 

ESS 화재를 전기차 화재와 비교할 때 진압 난이도는 비교할 수 없다. ESS는 소화로 잡기보단 설비나 운용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2차 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하면서 많은 사례를 봤지만 불을 껐던 사례는 소방관이 화재가 발생한 랙에 접근해 전파를 막았던 것밖에 없다. 

 

보통 전기차나 일반 차량 화재를 볼 때 1만대당 발생 비율을 쓴다. 내연기관차가 보통 1 후반에서 2 초반을 유지한다. 전기차는 현재 1.12 정도다.

 

어떤 언론에선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화재보다 발생률이 낮아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이는 오산이다. 일반 차량 화재는 끌 수 있지만 전기차는 대형 재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통계 페이크가 하나 있다. 내연기관차 발생 비율은 오래된 내연기관차를 포함한다. 보통 차가 오래될수록 화재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전기차는 오래된 차가 3~4년 정도다.

 

2022년 1.12인데 시간이 지나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인 1.84를 수렴할 거다. 그래서 통계적 유의성은 없다. 

 

대구는 전기차 화재 성지다. 통계를 봤더니 대부분 여름에 집중된다. 대구는 1만대당 발생 비율이 3.3이다. 낮아질 기세가 없다. 그럼 전기차 화재는 온도가 높아 나는 거로 생각할 수 있다.

 

처음 연구할 때 온도가 높아 불이 났다고 생각하고 모든 조사를 하나씩 분석했다. 그 결과 몇 가지 맞춰지지 않는 퍼즐이 나왔다. 

 

시험 등을 통해 얻은 가설은 하나다. 전기차 화재는 겨울 추운 날씨에 충격을 받고 있다가 날씨가 따뜻하거나 풀릴 때 발생하는 패턴을 보인다. 따뜻한 거로 따지면 남부지방과 제주도가 만만치 않다. 발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대구는 은근히 춥다.

 

저희가 생각한 시나리오는 추운 날씨에 온도 상태(SOT)가 낮은 상황에서 많이 운행하면 셀 밸런싱이 깨지는 거다. 

 

그때는 왜 불이 안 나냐면 배터리 온도가 낮을수록 충전율 레인지가 좁아진다. 좁아지는 건 위험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냥 연명하는 수준이다. 그러다가 날이 더워지면 갑자기 불이 날 수 있다.

 

지금처럼 더워지면 레인지를 다 충전할 수 있다. 그때 에너지 준위가 높아지면서 터지는 거다. 

 

특이한 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기차가 있는 곳은 제주도지만 제주도는 누적 화재 발생 건수가 적다. 춥지 않고 고속도로가 없다. 충전율이 낮은 상태에서 가속이나 충격을 줄 수 있는 시나리오가 많이 제한된다.

 

이 시나리오상 시간이 지나면 노후 전기차 힘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때가 되면 제주도도 조금 올라갈 순 있다. 하지만 모든 걸 고려해도 대구 비율은 압도적이다. 

 

배터리가 불이 나는 이유가 궁금할 거다. 대부분 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를 쓰는데 납축전지나 니켈 기반 축전지, 리튬을 봤을 때 전력은 리튬이 압도적으로 높다. 전력량이 높으면 그만큼 직렬연결 시 비율이 줄어들고 에너지 밀도도 높다. 그래서 리튬을 이길 자가 없다. 

 

리튬과 나트륨, 칼륨 계열은 알칼리 금속이다. 물에 넣을 수 없다. 그런데 나머지 납축전지나 니켈 기반 전지는 물 베이스로 물에 전해액을 섞는다. 그런데 리튬은 물을 섞을 수 없어 유기용매라는 걸 쓴다. 화학 전공이 아니기에 정확한 건 모르지만 시너 정도로 생각하면 될 거다. 

 

이처럼 전해액을 반응이 없는 시너 같은 유기용매에 섞는다. 이 유기용매가 열을 받으면 폭발적인 화재를 유발하는 주원인이 된다. 

 

대원들은 저희에게 “리튬이 물에 반응하는데 주수해도 되는 거냐”고 물어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물을 마음껏 뿌려도 된다. 

 

한 실험 영상을 보면 한 사람이 총 3개 금속을 물에 넣는다. 리튬과 나트륨, 칼륨 순이다. 대원이 생각할 때 리튬을 물에 넣으면 급속한 반응으로 폭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각 외로 반응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물에 나트륨을 넣었더니 반응이 좀 올라온다. 저희는 칼륨을 상상하고 리튬을 바라본 거다. 사실 리튬은 반응성이 크지 않다. 전해액 상태로 들어가 있다. 그런데 전해액은 유기용매가 섞여 있다. 유기용매는 물이랑 섞이지 않는다. 이에 물을 뿌려 반응이 나도 그리 크지 않고 만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물을 뿌려도 상관없다.

 

반응성 차이가 났던 건 원자량 때문이다. 리튬은 원자량이 3이고 나트륨은 11, 칼륨은 19다. 원자량이 많을수록 반응이 더 큰데 다행히 리튬은 원자량이 적어 생각보다 반응이 크지 않다.

 

열폭주 관련 논문을 찾아보면 이런 그래프를 볼 수 있는데 다른 것보단 멈출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하면 된다. 레벨 1, 2가 있는데 레벨 1, 2를 인지하려는 연구를 많이 해봤다.

 

기존 상용 제품에선 레벨 1, 2를 인지하기 쉽지 않았다. 우리가 목격하는 건 대부분 레벨 3이다. 따라서 예방에 대한 부분은 지속해서 연구하되 소방에선 레벨 3에 대한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 산화물을 쓴다. 산화물은 산소 화합물인데 화합할 수 있으면 분해될 수 있다. 주변 온도가 높아지면 분해된다. 그래서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열폭주가 나면 산소가 나온다. 이 산소는 질식소화가 의미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소방에선 질식소화덮개를 사용한다. 덮어놓고 안정적으로 연소만 한다면 괜찮다고 생각하겠지만 산소만 나오는 게 아니라 유기용매를 쓰다 보니 탄화수소 계열 가연성 가스가 많이 나온다. 패턴을 보면 연기가 나오다가 빠른 속도로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발생한 연기량은 많은데 누설된 구멍은 작다. 그 구멍으로 나가다 보니 빠른 속도로 유체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그때 생기는 마찰열이 불꽃이 나면서 터지는 거다. 리튬은 점화원, 가연성 가스, 산소도 있는 독립 연소를 할 수 있는 물질이다. 그렇기에 불을 끄기 어렵다.

 

7개 셀을 면 대 면으로 붙인 상태에서 세 가지 소화 방법으로 꺼봤다. 분말 소화기, 질식소화, 주수 순이다. 당연히 분말 소화기는 의미가 없다. 불꽃을 제거하는 덴 탁월하지만 재발화가 일어난다. 심지어 분말을 뿌리면 시야를 가려 현장에서 도움이 안 된다.

 

다음 질식소화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산소와 가연성 가스가 나온다. 이걸 덮으면 드라이아이스 같은 가스가 바닥에 체류한다. 밀도가 높아지면 폭발을 일으킨다. 그래서 질식소화덮개를 덮으면 당장은 괜찮지만 한참 시간이 흐르면 전기차가 폭발할 수 있다. 소방에선 항상 밑에 물을 뿌리고 있다.

 

냉각소화를 하면 배터리 온도가 냉각되면서 소화된다. 시험 그래프에서도 끝까지 이어지는 사다리꼴이 아닌 확 줄어드는 형태를 보인다. 

 

소화의 핵심은 불이 난 리튬이온배터리를 끄는 게 아니다. 불이 난 배터리의 열량을 최대한 빼앗아 주변 리튬이온배터리로 넘어가는 열량을 끊는 데 있다. 즉 연쇄 고리를 끊는 거다. 

 

그럼 셀 단위를 붙여놓은 실험이기에 실제 전기차와 안 맞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전기차 바닥은 금속 플레이트로 돼 있다. 이걸 냉각하기 위해선 냉각수가 흐르는 파이프라인과 서멀 페이스트(Thermal Paste)가 있다.

 

바닥과 배터리 표면의 열전도가 우수하게 돼 있다. 모듈과 모듈 사이 간격이 있어 골든타임 내 바닥에 물을 충분히 뿌리면 멈출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봤던 사례에서 모듈이 중간에 멈춘 적은 없다. 

 

현장에선 불산에 대한 우려가 크다. DMV-GI 보고서에 보면 인체에 치명적인 수준은 없다. 또 상대 증기 밀도(relative vapor density)는 공기가 0.97인데 불산은 0.92다. 잘 희석된다는 거다. 물론 이를 통해 대원들을 설득할 순 없다. 

 

몇 가지 실험을 해봤다. 총 5대를 태워 불산을 측정했는데 검출되지 않았다. 당시 비가 좀 왔었다. 그래서 실내 시험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팩 주변에 1.5m 간격으로 측정했는데 불산은 나오지 않았다. 혹시 몰라 대원들에게 면체를 꼭 쓰라고 말하고 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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